사회

문어발 집주인의 전세 사기..재산 조회해도 '휴지조각'

김승필 기자 입력 2019.12.07. 20:42 수정 2019.12.07.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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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민들에겐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전셋돈을 떼먹는 사기 사건 이어지고 있습니다. 몇십 명, 몇백 명씩 피해를 입힌 집주인들이 붙잡혀서 재판을 받고 있는데 문제는 세입자들이 돈을 돌려받는 경우가 별로 없다는 겁니다.

어떻게 된 건지, 김승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기도 광주의 한 빌라 '노블레스 오블리제'.

빌라 이름은 사회지도층에게 요구되는 높은 도덕성을 의미하는데 정작 집주인 권 모 씨는 전세 사기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경기도 일대에서 피해자가 200명에 이릅니다.

한 세입자는 얼마 전 현관문을 따고서야 입주할 수 있었습니다.

기존 세입자가 있는 상태에서 집주인이 이중계약을 했기 때문입니다.

[전세 이중계약 피해자 : 문 따고 들어올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제가 출산을 해야 하는데 어디 갈 데도 없고, 그 집(임시거처)에 있을 수도 없고.]

기존 세입자는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 부모 집에 살고 있습니다.

[피해 세입자 : 저희 애 아빠가 그 빚(전세자금대출) 갚는다고 밤에 대리운전 해요. 지금 이 악물고 살고 있어요.]

취재진이 만난 피해자 중에 전세금을 조금이라도 돌려받은 세입자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피해 세입자 : 인터뷰하고 나면 며칠은 많이 힘들어요. 계속 생각이 나고 그런데도 제가 인터뷰를 하는 건요. 그냥 어떻게든 사람들이 좀 알았으면 좋겠어요.]

또 다른 전세 사기 사건의 피해자를 만나봤습니다.

이 세입자는 불과 두 달 전에야 자신이 사기 피해자란 걸 알게 됐다고 합니다.

[피해 세입자 : 제가 한 14kg 정도 빠졌거든요. 지금 먹으면 체하게 되고 회사도 신경 못쓰다 보니까 이거 스트레스를 받아서 회사엔 사직서를 내서.]

계약 기간이 남아 있는 세입자 가운데는 아직도 피해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정동영/국회의원 : 한 사람이 4백 채, 5백 채, 6백 채 문어발식으로 이런 전국적으로 악성 임대사업자가 생긴 거란 말이죠. 거기에서 피해자가 속출했어요.]

보증금을 날린 세입자들은 임대사업자들의 재산 추적에 한 가닥 기대를 걸지만 대부분 헛된 희망으로 끝났습니다.

[김학무/변호사 : 막상 판결을 받아서 재산 조회해보면 임대인 앞으로 된 재산이 없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잖아요. 민사적으론 판결을 받아도 결국은 휴짓조각이 될 수 밖에 없는 게 지금 체제하에선 현실인거죠.]

집주인이 재판 과정에서 형량을 낮추기 위해 숨겨둔 재산을 내놓기 전에는 보증금을 찾을 길이 요원한 겁니다.

피해자들은 하루하루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여전히 칼자루는 집주인이 쥐고 있는 셈입니다.

(VJ : 윤 택)   

김승필 기자kimsp@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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