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소영 재산분할 요구에..SK 지배구조 변화 '촉각'

연선옥 기자 2019. 12. 8.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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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 분할로 최태원 회장의 그룹 지배력 약화 우려

"SK그룹 성장 과정에서 노 관장 일가 역할 입증이 핵심"

SK그룹 경영이 최태원 회장의 이혼으로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 회장의 이혼 요구에도 가정을 지키겠다고 했던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입장을 바꿔 재산 분할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의 재산은 대부분이 주식으로, 이혼 시 노 관장에게 재산을 분할할 때 주식을 넘겨줘야 한다. 이 경우 그룹 전체 경영권에 대한 최 회장의 지배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노 관장은 지난 4일 서울가정법원에 최 회장이 낸 이혼소송에 대한 반소(反訴)를 제기하며 위자료 3억원과 함께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 42.3%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SK 주식 1297만5472주(18.44%·9월 말 기준)를 갖고 있다. 노 관장이 요구한 주식은 548만8625주(6일 종가 기준 주당 25만7000원)로, 1조4000억원 정도를 달라고 한 것이다.

재계에서는 이혼소송에 따른 재산 분할액이 얼마로 결정될지가 관심이다.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는 그룹 지배 구조 정점에 있는 회사로, SK이노베이션(33.4%), SK텔레콤(26.8%), SK E&S(90%), SKC(41%) 등 그룹 주요 계열사의 대주주다.

최태원 회장(오른쪽)의 이혼 요구에도 가정을 지키겠다던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입장을 바꿔 재산 분할을 요구했다./조선일보 DB

◇재산 형성에 노소영 관장 역할 둘러싸고 공방 예상

이 때문에 법원이 재산 분할 비율을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따라 SK그룹의 지배구조가 크게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혼 전문 이인철 변호사는 "노 관장이 그동안 기업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결혼 기간이 길고 노 관장이 그동안 가정을 지키기 위해 애써왔기 때문에 법원이 30~40% 정도 재산 분할을 인정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현곤 새올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재벌가는 재산 분할 비율을 결정할 때 일반적인 기준을 적용하기 어려운 특수한 경우"라며 "회사가 성장하고 재산이 증식된 데 대한 노 관장의 기여도가 얼마나 되는지 재판부가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또 "노 관장의 아버지가 실권을 쥐고 있던 시절부터 대통령으로 재직한 이후까지 기간에 SK그룹의 사세가 커졌기 때문에 이것이 얼마나 입증되는지에 따라 재산 분할 비율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 관장이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더라도 남편의 재산 형성·유지에 기여한 점을 입증하면 상당 비율의 재산을 분할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2012년부터 별거… 전 대통령 연관 가정사 나올까 관심

지난 2003년 9월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승용차를 타고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당시 최 회장은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났다. /연합뉴스

최 회장이 노 관장과의 이혼을 결심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지난 2012년 9월 별거에 들어가면서다. 당시 최 회장과 가까운 인사들에 따르면, 최 회장이 2011년 SK 계열사의 펀드 출자금 수백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어려움을 겪었는데 노 관장이 남남처럼 행동했다는 게 핵심 동기로 알려져 있다. 최 회장의 한 측근은 당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검찰 수사로 최 회장이 예민해져 있을 무렵, 노 씨가 내조는 고사하고 이와 관련한 안 좋은 얘기를 하고 다녔다는 얘기를 최 회장이 듣게 됐다. 재판에 임하던 최 회장은 큰 충격을 받고 극도의 분노와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최 회장은 지난 2013년 1월 이혼 소장을 작성하는 등 이혼 소송을 제기하려고 했었다. 당시 작성한 소장에서 최 회장은 "혼인 관계가 완전히 파탄 난 것은 2011년 검찰이 SK그룹을 수사할 때"라고 했다.

최 회장은 "노 관장의 경솔한 행동으로 2011년 4월부터 검찰 수사를 받았는데, 노 관장은 이후에도 경솔한 행동을 반복해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며 "구체적 내용은 노 관장의 명예와 자존심을 고려해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런 노 관장의 행동으로 재판을 받고 있고, 동생(최재원 SK수석부회장)도 구속돼 회사 전체가 위기를 겪고 있다"며 "노 관장은 해명 과정에서 수 차례 거짓말을 했고, 분노와 배신감을 느끼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6년부터 이런 상황(최 회장과 노 관장의 갈등)이 확고해졌고, 노 관장도 이를 알고 이혼과 거액의 위자료를 먼저 요구한 적도 빈번했다"고도 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과 SK와의 관계가 어느 정도 나올지도 관건이다. 노 전 대통령과 최종현 전 회장은 최 회장과 노 관장이 결혼하기 이전부터 끈끈한 관계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신군부 보안사령관을 지낼 때 비서실장이었던 안병호 전 수방사령관은 2010년 3월 ‘월간조선’ 인터뷰에서 "유공 민영화 얘기가 나왔을 때 삼성이 유공을 가져가는 것으로 발표만 남기고 있었는데, 최종현씨 얘기를 들은 후 선경그룹에 주는 것으로 틀었다"라고 말했다. 최종현 전 회장은 당시 원유 공급선으로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시하며, 삼성이 제시한 멕시코보다 안정적인 원유 공급망 확보가 가능하다는 논리를 폈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미국에 거주 중이던 지난 1993년 20만달러를 미국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현지 은행 11곳에 나눠 예치한 것이 드러나 곤욕을 치렀었다. 당시 SK는 최 회장이 받은 회사로부터 받은 급여와 결혼 축의금이라고 해명했지만, 1995년 대통령 비자금 수사 당시 노 전 대통령이 스위스은행에 숨겨놨던 비자금을 인출해 전달한 것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었다.

◇우호 지분 많아 경영권 문제 크지 않을 수도

다만 법원이 노 관장의 요구를 모두 인정하는 결과가 나오더라도 최 회장의 경영권이 크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11월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과 사촌·육촌 등 친척 23명에게 SK 지분 329만주(4.68%)를 증여해 지분율이 23.12%에서 18.44%로 낮아졌다. 최 회장의 여동생 최기원씨가 482만주(6.85%)를 갖고 있어 우호 지분이 많아 경영권 방어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그룹 안팎에서는 오히려 오너의 가정불화가 기업 경영 전반에 리스크로 확대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SK그룹은 ‘소버린 사태’ 경험이 있기 때문에 경영권 분쟁 이슈에 상당히 예민하다"며 "오너 일가가 재산 분할을 놓고 오래 시간을 끌기보다 원만하게 마무리하는 방향으로 협의해야 그룹 경영도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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