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인기에 취한 유튜버… 탈법·무법 사이 줄타기 [S 스토리]

김건호 2019. 12. 8.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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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부르는 ‘불량 유튜버’ / 구독자 50만명 보유 조폭출신 유튜버 / 지인에 권리금 사기·협박 혐의 실형 / 데이트 폭력·대마초 범죄 유튜버도 / “소속사 대표가 불공정 계약 강요” / 인기 유튜버 폭로에 방송 중단까지 / “유튜버 준법정신 등 인식개선 필요 / 법 테두리 내에서 콘텐츠 활동해야”
바야흐로 ‘유튜브 시대’다. 수많은 사람이 유튜버(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에 자신이 만든 콘텐츠를 올려 광고이익을 얻는 개인 업로더)에 도전하고 있고, 주변에선 심심찮게 유튜버로 전향해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는 지인들의 이야기도 듣게 된다. 실제 초등학생들이 선망하는 최고의 직업은 이제 유튜버이고, 사람들이 필요한 정보를 얻는 창고도 포털사이트에서 유튜브로 옮겨가고 있다.

하지만 유튜브의 사용이 증가하고 활동하는 유튜버들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유튜버들과 관련한 사건·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유명 유튜버들과 소속사 개념의 다중채널네트워크(MCN) 업체 간 불공정계약에서부터 사기와 폭행, 마약 등 각종 불법행위에 이르기까지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가 무색하게, 유튜버들의 인식이나 활동환경은 이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6일 유튜브 등에 따르면 최근 3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덕자전성시대’의 유튜버 덕자(본명 박보미·24)가 불공정계약 등을 이유로 방송 중단을 선언하면서 소속사(ACCA) 대표 유튜버 턱형(본명 박현신·28)과 한 불공정계약 의혹이 폭로돼 유튜브 내에서 큰 이슈가 됐다. 이 회사에 소속됐던 다른 유튜버들도 유튜브상에서 문제를 제기하면서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상태다.

당초 수익을 5대5로 배분하는 계약을 했지만 덕자 측이 회사로부터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불공정계약 논란에 불이 붙었고, 양측은 현재 민·형사소송을 준비 중이다.

 
덕자 측은 턱형을 상대로 협박·명예훼손과 관련한 형사고소 및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를 계획 중이다. 특히 ACCA와의 계약 종료와 함께 채널 소유권이 회사로 넘어간 점이 불공정계약 인정 여부에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덕자 측은 회사에 채널 소유권을 빼앗겼다고 주장했는데, 당초 회사와 맺은 계약서에는 계약 종료 시 채널에 대한 소유권이 회사에 귀속된다는 조항이 있었다고 한다. 또 회사 측이 이 계약서와 관련해 덕자의 어머니에게 “유명 로펌인 김앤장을 통해 자문받은 계약서”라고 주장한 점도 법조계 안팎에서는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불공정계약 논란을 빚은 유튜버 덕자의 마지막 방송.
사안이 커지면서 법조계도 이 사안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강서 PC방 살인사건 피해자 측 변호인으로 유명한 김호인 변호사와 김상균 변호사는 최근 유튜브를 통해 “덕자님과 덕자님 부모님, 정배우님, 최영기 변호사, 법률사무소 서초 변호사 두 분, 안변TV, 로이어프렌즈 변호사, 저희를 포함해 총 변호사 9명이 함께 미팅을 가졌다”고 밝혔다. 무려 9명의 변호사가 덕자 측을 돕겠다며 미팅을 가진 것이다.
유튜브 내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구독자 약 50만명을 보유하고 있는 유명 유튜버 성명준(30)씨는 지난 10월 사기 및 협박 혐의로 징역 1년3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과거 방송을 통해 조직폭력배 출신이라는 점을 밝힌 그는 2017년 3월 경기 부천의 한 주점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지인을 속여 당초 본인이 지급한 권리금 750만원보다 16배나 많은 1억2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현재 불구속 상태로 항소심을 진행 중인 성씨는 판결 직후 방송을 통해 “사기·협박을 하지 않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피해자 측은 선처가 없을 것이라고 밝혀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한때 구독자 수가 25만명에 달했던 인기 유튜버 BJ찬(26·본명 백승찬)은 여자친구에게 상해를 가한 혐의로 지난 4일 구속됐다. 지난해에 동종 범행으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그는 지난 6월 인천시 남동구 한 오피스텔에서 여자친구였던 20대 여성을 수차례 폭행해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는 최근 한 지상파 방송에 출연해 “(BJ찬에게 폭행당할 당시) 계속 맞다가 벽으로 몰렸는데 숨이 안 쉬어져 주저앉았다”며 “그때 (BJ찬이) 얼굴에 물을 부었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갈비뼈 네 개가 부러지는 등 전치 8주의 병원 진단을 받았다. BJ찬은 지난해 8월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구속수감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경찰은 BJ찬이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고 주거지에도 나타나지 않자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추적하다가 지난 3일 오후 시민 신고를 받고 출동해 서울 서초구의 한 영화관에서 그를 체포했다.

이제 유튜브는 생활이 됐다. 수많은 지표가 이미 유튜브는 생활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최근 성인 10명 중 6명이 미래의 유튜버를 꿈꾼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에 따르면 최근 성인남녀 354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63%(2233명)가 유튜버에 도전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취업난을 겪거나 직장생활에서 미래비전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유튜버는 수입과 재미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새로운 직업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3100만명의 구독자를 갖고 있는 6세 유튜버 ‘보람튜브’의 회사 ‘보람패밀리’가 청담동의 95억원대 빌딩을 매입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미국 유튜브 분석사이트 ‘소셜블레이드’는 ‘보람튜브 토이리뷰’의 매월 광고수익을 약 19억원, ‘보람튜브 브이로그’는 약 17억8000만원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이처럼 유튜브 내에서 각종 사건·사고가 이어지며 유튜버들이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공정계약과 유튜버들의 인식개선 등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유튜버와 MCN 간 불공정계약은 과거 연예인과 악덕 연예기획사 간 흔히 있던 불공정계약을 연상시킨다.

유튜브 채널 YK로이어TV의 김지훈 YK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제2, 제3의 덕자가 나타나지 않게 하려면 유튜브 운영진 차원에서 표준약관을 마련하고, 출연자와 MCN의 수익분배에 관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불공정계약으로 피해를 본 유튜버들도 적극적으로 자신이 처한 불공정계약 문제 등을 이슈화하고 소송을 제기하는 등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튜버들의 끊이지 않는 사건·사고와 관련해서도 “유튜버들이 준법정신과 책임감을 지니고 법의 테두리 내에서 창의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건호·유지혜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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