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내목 치라" 강금실 판박이? 檢수장 축하전화 받은 추미애

김수민 입력 2019.12.09. 05:00 수정 2019.12.09.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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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금실·송광수 對 추미애·윤석열, 비슷하지만 다르다
윤석열은 추미애에 축하전화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중앙포토]
‘여성 장관’ 그리고 ‘검찰개혁’

추미애(61·사법연수원 14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재인 정부의 차기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난 5일 지명됐다. 노무현 대통령 때 초대 법무부 장관을 맡았던 강금실(62·13기) 법무법인 원 대표변호사와 '여성, 개혁성향, 판사 출신'이라는 이력이 겹친다. 나이와 연수원 기수 모두 한 해 차이다.


靑 향한 수사가 '검찰개혁' 발목 잡아
두 사람의 화두는 ‘검찰개혁’이다. 노무현 정부는 2003년 2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부회장이던 강금실 변호사를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강 전 장관 부임 당시 중앙수사부(중수부) 폐지와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공비처) 설치 등을 필두로 한 검찰개혁이 이슈였다. 최근 논의되는 41개 직접수사부서 폐지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합치되는 대목이다.

검찰이 청와대 압수수색에 나선 지난 4일. 변선구 기자
검찰 상황도 비슷하다. 우선 강 전 장관 당시 검찰은 대선자금 수사를 이끌면서 노 대통령의 대선 참모였던 안희정(전 충남지사)씨 등을 구속했다. 이 역시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 ▶조국 전 장관 일가 비리 의혹 등 청와대를 겨누고 있는 윤석열호 검찰과 겹친다.

실제 강 전 장관 당시 검찰개혁은 국민 지지를 등에 업은 수사에 발목이 잡혔다. 송광수 검찰총장은 “차라리 내 목을 치라”(2004년 6월)며 중수부 폐지에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노 대통령은 당시 수사에 대해 “‘소름이 끼친다’고 할 만큼 검찰은 유능했다”고 평했다. 정권이 대검 중수부를 폐지하고 공비처를 신설한다면 수사 보복으로 비칠 가능성이 컸다. 강 전 장관의 검찰개혁은 흐지부지됐고 부임 1년 5개월 만에 전격 교체됐다.


송광수 팔짱 낀 강금실, 추미애·윤석열 관계는?

각종 ‘여성 1호’ 타이틀을 도맡다 보니 비교도 많이 된다. 강 전 장관은 여성 1호 법무부 장관은 물론 첫 여성 형사단독판사, 첫 여성 민변 부회장을 지냈다. 추 후보자 역시 헌정 사상 최초의 지역구 5선 여성의원이다. 추 후보자는 2003년 강 전 장관이 기용될 당시에도 법무부 장관 후보로 거론됐다고 한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의 1등 공신이자 여성 판사 출신이라는 이력 덕이었다. 당시 한 시사주간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강 전 장관과 추 후보자가 정치 차세대 리더 5, 6위로 나란히 거론됐다.

강금실 당시 법무장관과 송광수 당시 검찰총장 [연합뉴스]
상황과 스타일은 확실히 다르다. 우선 강 전 장관은 당시 검찰총장보다 11기수 낮은 파격 인사로 임명됐다. 한창 현장을 지휘할 일선 부장급이 법무부 수장이 된 셈이었다. 일찌감치 법복을 벗고 시민사회에서 활동 영역을 다져 ‘재야’로 분류된 터라 법무장관으로서는 이례적 이력이었다. 이후 강 장관이 기수를 파괴하겠다는 인사 지침까지 내리면서 평검사들이 나서 검찰 인사에 대한 집단 건의서를 내는 등 반발은 일파만파 확산됐다.

검찰과 법무부간의 ‘갈등설’이 불거질 당시 송 총장 등과 저녁 자리를 마친 강 전 장관은 송 총장의 팔짱을 끼고 나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일선 검사 1400여명에게 e메일을 보내면서 “깨끗하고 아름답고 햇빛 속에서 순식간에 제 몸을 흔적 없이 다 녹여낼 수 있는 눈사람들이 영혼을 다치지 않고 살고 있었다”며 검사를 낭만적으로 묘사한 것도 이목을 끌었다. 톡톡 튀는 발언과 뛰어난 패션 감각으로 ‘강효리(강금실+이효리)'라고도 불렸다.

추미애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임현동 기자
반면 추 후보자는 5선 의원과 집권여당 대표를 지낸 거물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중량감이 다르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9기수 선배기도 하다. 특히 좀처럼 타협하지 않는 성향 때문에 ‘추다르크’(추미애+잔다르크)라는 별칭을 얻었다. 추 후보자는 지명 날 ‘윤 총장과 호흡은 어떻게 될 것 같은가’라는 물음에 “개인적 문제는 중요한 것 같지 않다”고 했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은 호흡을 맞춰야 하는 동등한 지위가 아니라, 법무부 장관이 검찰을 지휘·감독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에 따라 좌고우면하지 않는 성향의 추 후보자가 조기 인사권 행사로 조직 장악력을 높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법조계에 정통한 한 인사는 "공석인 검사장급 6자리를 포함한 대대적인 검찰 인선에 나설 것"이라고 관측했다. ‘스트리트 파이터’ 스타일로 손꼽히는 추 후보자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일각에선 조국 전 장관 임명 때와는 다소 다른 검찰의 기류가 읽힌다. 법조계에 따르면 윤석열 총장은 추 후보자가 지명된 이튿날인 6일 추 후보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축하의 뜻을 전했다고 한다. 추 후보자가 감찰권과 인사권을 통해 검찰 수사팀을 뒤흔들 것이란 우려도 있지만 판사 출신인 만큼 원리원칙대로 일을 처리할 것이란 기대도 있다는 얘기다.

추 후보자의 청문회 준비는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6일 추 후보자의 청문회 준비단이 꾸려졌고, 사무실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준법지원센터 6층으로 정해졌다. 추 후보자는 9일 오전부터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게 된다. 추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서는 이르면 9~10일 국회에 제출될 것으로 보인다. 추 후보자에 대한 임명 절차가 순탄하게 진행될 경우 늦어도 내년 초에 법무부 장관에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수민·윤상언 기자 kim.sumin2@joo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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