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로마트 첫 폐점..정용진 야심작 '구조조정'
이마트 가전전문점 '일렉트로마트' 판교점이 오는 18일 문을 닫는다. 지난 2016년 문을 연지 3년반만이다. 일렉트로마트가 지난 2015년 이마트 킨텍스 1호점을 시작으로 현재 45호점까지 확장한 이후 첫 폐점이다.
일렉트로마트는 정용진 부회장이 기획 단계에서부터 직접 주도해서 만든 가전전문점이다. 쇼핑을 꺼리는 젊은 남성들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적극 끌어들이기 위해 기존 가전전문점과 달리 주류 매장, 이발소뿐 아니라 드론존 등 체험존을 배치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하지만 이번 폐점을 계기로 그동안 확장일로였던 이른바 '정용진표' 이마트 전문점사업에 대한 고강도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영업종료를 불과 10일가량 앞두고 있지만, 예상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매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큰 폭으로 할인 판매 중인 진열 상품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면서다. 일렉트로마트 판교점은 영업 종료를 앞두고 진열상품을 50~80% 할인 판매 중이다. 대형 TV와 냉장고 등 고가의 가전제품 대부분은 이미 판매가 완료된 상태다.
이미 할인 판매가 끝난 프리미엄 스피커와 이어폰 매대는 텅 비어있었다. 일렉트로마트 판교점의 한 직원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보고 왔는지 예상보다 사람들이 몰렸다"며 "할인폭이 큰 가전은 물론이고, 고가의 스피커와 이어폰은 일찌감치 다 팔렸다"고 말했다.
일렉트로마트 판교점이 '남자들의 놀이터' 콘셉트로 야심차게 선보였던 '드론존'과 'RC카 체험존'도 사라졌다. RC카 체험존이 있던 곳은 방화벽으로 막혀있었다.
이마트는 첫 로드숍인만큼 일렉트로마트 판교점을 오픈할 때 하이마트와 전자랜드 등 기존 가전양판점과 차별화를 하는데 중점을 뒀다. 이에 따라 주력인 가전 이외에도 주고객층인 남성을 겨냥해 주류 매장부터 패션 편집숍, 이발소까지 입점시켰다. 매장 면적도 지하 1층과 지상 1층 총 3471㎡(약 1050평)으로 대규모였다.
이마트가 이처럼 야심차게 오픈했던 일렉트로마트 판교점을 3년반만에 접기로 한 것은 수익성 때문이다. 로드숍으로 비싼 월 임대료를 지불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독 가전전문점만으로는 모객이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이마트가 2017년 일렉트로마트 판교점의 지상 1층을 돌연 자체브랜드(PB) 전문점 '노브랜드'로 전환한 것도 일렉트로마트가 갖고 있는 상품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조치였다.
업계에서는 이번 폐점이 이마트 전문점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브랜드 강화를 위해 무리하게 확장해왔겠지만, 주요 사업인 할인점의 부진으로 수익성 개선이 시급한 상황에서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이마트가 만물잡화점 '삐에로쑈핑' 명동점 폐점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올해 1~3분기 이마트 전문점 매출액은 796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7% 성장했지만, 영업손실은 같은기간 485억원에서 624억원으로 악화됐다. 일렉트로마트의 매출액은 2015년 213억원에서 지난해 5400억원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수익성은 부진했다. 그동안 줄곧 영업적자를 기록하다 올 3분기 가까스로 흑자전환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판교점 폐점과 관련, "인근 죽전점과 상권이 겹치기 때문에 최종 폐점을 결정했다"며 "일렉트로마트 매장은 올해도 추가 오픈하는 등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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