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구리용 다시마예요" 논쟁 끝?..유명 식품업체 퇴짜 사연

홍재원 기자 입력 2019. 12. 9.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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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농심 너구리 라면에 들어있는 다시마는 먹는 게 좋을까, 버리는 게 맞을까. 라면 애호가들 사이에서 지속되는 이 논쟁에 종지부를 찍을 만한 정황이 포착됐다. 결론은 먹는 게 정답이란 것이다.

유명 식품업체 ㄱ사 관계자는 9일 “우리 회사 직원들이 얼마 전 전남 완도 지역에서 최상품 다시마를 발견하고 구매를 문의했는데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해당 지역 어민들에게서 “이 다시마는 전량 너구리용으로 농심에 납품될 예정”이란 답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ㄱ사는 라면을 만드는 회사는 아니지만 오랜 전통과 강력한 인지도를 자랑하는 회사로, 이 회사 연구개발(R&D)팀 등의 역량은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업계에서 유명하다. 너구리에 들어가는 다시마가 최상품이란 점이 다른 식품사에 의해 인증된 역설적인 에피소드인 셈이다.

전남 완도에서 생산된 다시마의 상당량이 농심 너구리 라면에 들어간다. /사진제공 농심
너구리다시마

너구리의 다시마는 먹는 사람이 있고 국물을 내고 역할을 다했으므로 안 먹는게 맞다는 사람도 있다. 농심 자체 조사결과로는 먹는 사람이 63.3%로 훨씬 많지만, 안먹는 사람도 36.8%나 된다. ㄱ사 관계자는 “너구리에 들어가는 다시마는 최상품 중의 최상품이어서, 무조건 먹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심은 매년 400t 가량의 너구리용 다시마를 전남 완도군 금일도에서 구매한다. 6월경 수확되는 햇다시마 최상품을 노린다. 너구리가 출시된 1982년부터 꾸준히 구매해 올해까지 누적 구매량은 1만5000t을 넘어섰다. 이 지역에서는 전국 다시마 생산량의 3분의 2에 달하는 연간 3000t 가량이 생산되지만 농심이 최상품만 골라 선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다른 업체가 못사도록 부정한 방법을 쓰는 건 아니다. 적기에 이 지역을 찾아 정당한 입찰을 통해 다시마를 확보하고 있다는 게 농심의 강조 내용이다. 물론 지역 어민들과의 오랜 관계도 보이지 않는 끈끈한 거래선이 유지되는데 적잖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업계는 본다.

농심 관계자는 “너구리는 연간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베스트셀러 라면 제품 중 하나”라며 “농심 연구팀은 실제 가정에서 국요리를 할 때 다시마를 활용해 육수를 낸다는 점에서 착안, 곧바로 전국 다시마 산지를 뒤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별도의 가공 없이 천연 다시마를 그대로 넣는다”며 “현지 어민들도 비싸고 맛있는 너구리 다시마를 왜 버리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재원 기자 jwh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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