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친박' 갈라지고 초·재선도 이탈..상처받은 '황교안 리더십'

허남설 기자 입력 2019. 12. 9. 22:49 수정 2019. 12. 9.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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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한국당 원내대표에 심재철

자유한국당 심재철 신임 원내대표(왼쪽에서 네번째)와 김재원 정책위의장(두번째)이 9일 의원총회에서 황교안 대표, 나경원 전 원내대표 등과 함께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61·5선)이 9일 새 원내대표에 선출됐다. 무엇보다 ‘반황교안’ 표심이 작용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줄곧 당내 다수파였던 친박근혜계가 고스란히 친황교안계로 이어지지 않고 갈라진 상황을 보여주면서 향후 당내 지각변동을 예고한 결과란 분석이다. 심 의원 등 중진 의원들의 황 대표 견제 행보가 본격화되면서 일부 초·재선 의원이 뒷받침하는 황 대표 체제와 충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심 의원은 이날 한국당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선거에서 1·2차 투표 끝에 강석호·유기준·김선동 의원을 제치고 당선됐다. 첫 투표에서 39표로 1위를 했지만, 과반에 미달해 결선투표에 들어갔고 2차 투표에서 52표를 얻었다. 정책위의장엔 김재원 의원이 선출됐다.

심 원내대표는 2000년 총선에서 당선된 뒤 내리 5선을 지냈고, 당 최고위원·정책위의장 등 주요 당직을 두루 거쳤다. 호남 출신의 비박계 중진 의원으로 청와대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폭로하는 등 일선에서 직접 뛰는 대여 공격수를 자처해왔다. 1980년대 서울대 총학생회장을 지내며 학생운동을 주도하고, MBC 기자 시절 노동조합 활동을 하다 구속된 전력이 있다.

비박·5선 ‘대여 공격수’ 자처

중진들 ‘황교안체제’ 견제에

김재원 정책위의장 영향력도

강경노선 ‘변화 요구’ 나올 듯

일단 선거 결과는 ‘황심’ 마케팅의 실패로 요약되는 분위기다. 황 대표 독주에 대한 역풍이 일었다는 것이다. 복당파 등 비박계의 표가 강석호 의원에게 모였을 것이라고 전제하면, ‘황심의 종착지’로 알려진 김선동 의원이 받은 27~28표가 이번에 드러난 황 대표의 당내 지분으로 평가된다. 대부분 친박계로 분류되는 초·재선 의원 70여명 중에도 최소 절반이 넘게 황심을 이탈한 것이다.

무엇보다 황 대표가 최근 사무총장·전략기획부총장 등 요직에 친황계로 불리는 초선 의원들을 앉히면서 중진 의원들의 견제 심리가 발동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 자체도 최고위원회가 나경원 전 원내대표 임기 연장 불가 방침을 정하면서 월권 논란 속에 치러졌다. 선거 직전 주말 동안 일부 초·재선 의원들이 ‘김선동 의원 지지가 황 대표의 의중’이란 취지의 연락을 돌리면서 반황 기류에 기름을 부었다는 관측도 있다. 심 원내대표는 정견발표에서 “황심을 거론하며 표를 구하는 것은 당을 망치는 행동”이라며 “여러 의원의 말씀을 황 대표에게 가감 없이 솔직하게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심 원내대표 당선엔 김재원 정책위의장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도 많다. 선거제 개편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법안 저지, 의원 60여명을 향한 검찰 수사 등의 해법을 ‘전략통’ 김 정책위의장에게 기대했다는 것이다. 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란 점도 내년 총선을 앞둔 의원들이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친박계 핵심인 김 정책위의장이 친황계에서 이탈한 표심을 끌어모으는 거점 역할을 한 것으로 보기도 한다.

당장 패스트트랙 법안 대응에서도 협상론이 떠오르는 등 황 대표의 강경 투쟁 일변도와는 다른 노선이 대두됐다. 심 원내대표는 “투쟁하되 협상을 하게 되면 이기는 협상을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처음 주재한 의원총회에서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와 합의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 철회에 대한 동의를 구하는 데 실패하면서 리더십에 상처를 입는 등 험로가 예견됐다.

심 원내대표는 이날 취임 인사차 방문한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앞으로 청와대와 야당의 관계가 잘 풀어졌으면 좋겠다”며 “국민들에게 더 따뜻하고 희망적인 소식을 많이 안겨주도록 멋진 세월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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