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집 키운 화웨이, 삼성과 '스마트폰 맞짱'
런정페이 "구글 없어도 문제없어" 미국산 부품 안쓰고 전략폰 생산
중국 '애국 소비'로 점유율 상승, 3분기 판매 작년보다 29% 늘어
중국 화웨이의 런정페이 회장은 지난달 26일(현지 시각)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미국이 압박을 지속하고 있지만 이를 버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인 것이다. 미국은 지난 5월 화웨이를 거래 제한 명단에 올리고 미국 기업의 화웨이와의 거래를 제재하고 있다. 구글과 페이스북도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했다. 화웨이가 하반기 출시한 스마트폰에는 지메일과 구글맵, 페이스북이 탑재되지 않는다.
하지만 화웨이는 꿋꿋이 버티며 오히려 외형을 확장하고 있다. 대만 경제일보는 지난 3일 "화웨이가 내년 세계 스마트폰 판매 목표량을 3억대로 잡고, 이 중 5000만대의 5G 스마트폰 생산을 폭스콘에 맡겼다"고 보도했다. 올해 판매 목표치보다 3000만대를 높여 잡은 것으로, 삼성전자의 내년 판매 목표치로 알려진 3억2000만대와 비슷한 수준이다. 2년 전만 하더라도 삼성전자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던 화웨이가 제재 폭탄을 맞았음에도 삼성전자와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미국 부품 안 쓰며 脫미국
◇'애국 소비'로 판매도 회복세
화웨이의 탈미국 전략은 시장에서도 효과를 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미국 제재가 본격화된 올 3분기 화웨이의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6670만대로 1년 전보다 28.8%나 늘어났다. 시장 점유율을 놓고 봐도 올 1분기에는 17.9%에 그쳤지만, 3분기에는 18.2%로 오히려 늘었다. 중국의 '애국 소비' 열풍 때문이다. 중국 소비자들은 미국이 화웨이를 압박하자, "위기에 처한 화웨이를 돕자"며 너도나도 화웨이 스마트폰을 사들였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 다른 자국 브랜드인 오포, 비보, 샤오미 등은 모두 2분기에 비해 3분기 시장 점유율이 줄었다"며 "화웨이만 점유율이 3개월 만에 7%포인트 급증했다"고 했다. 화웨이의 주요 수출시장인 유럽에서 성적도 나쁘지 않다. 3분기 유럽 시장 판매량은 작년과 비슷한 1230만대를 기록했다.
◇아직도 많이 남은 난관들
화웨이는 자신감을 되찾았다. 런정페이 회장은 지난달 26일 CNN 인터뷰에서 "구글 없이 살아남을 대규모 '플랜B'를 준비 중"이라며 "플랜B가 성공하면 다시 예전 같은 (미국에 의존하는) 운영체제로 돌아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화웨이는 독자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인 '훙멍(하모니)'을 개발하고 이를 고도화하고 있다. 화웨이는 "당장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대체할 순 없지만 몇 년 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화웨이는 미국과 갈등을 피하지 않고 있다. 지난 5일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FCC가 미국 통신사들이 화웨이 장비를 구입할 때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한 결정이 위법이라는 것이다. WSJ는 "화웨이가 미국과 대결에서 다른 전략을 사용하는 한 사례"라고 분석했다.
물론 업계는 앞으로도 화웨이가 수많은 난관에 부딪힐 것으로 본다. 미 정부는 화웨이에 대한 거래 제한 수준을 미국 기술·특허를 사용한 모든 부품으로 확대할 준비를 하고 있다. 중국 내부에서는 화웨이가 퇴직자를 부당하게 고소해 억울한 옥살이를 시킨 사건이 드러나면서 여론이 악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재 수위가 더 높아지고 여론도 악화하는 것은 화웨이가 뚫고 나가야 할 또 다른 장벽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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