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청와대 하명 논란' 레미콘 사건, 검찰 사실 확인 '부실'

울산CBS 반웅규 기자 2019. 12. 10.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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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자재 사용 권장, 특정업체 특혜 아니라고 무혐의 처분
울산업체 배제, 경주업체 2곳 레미콘 공급한 것으로 검찰 파악
CBS 노컷뉴스 입수 문건.. 경주업체 아닌 울산업체로 드러나
민원이후 특정업체 다시 레미콘 공급, 기존 울산업체 수 억 피해
울산지방검찰청 청사 전경.(사진=자료사진)
청와대 하명 수사 논란의 촉발이 된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측근과 레미콘업체 간 유착 의혹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렸지만, 수사 초기 단계부터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배제된 울산지역 한 특정 업체가 다시 레미콘을 납품할 수 있도록 민원을 처리해 준 비서실장과 도시창조국장의 업무를 정당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해당 업체가 배제되면서 경주업체들만 납품하게 된 상황에서 지역 업체의 자재를 사용하도록 권장한 울산시 조례도 이를 뒷받침한다며 검찰은 불기소처분했다.

하지만 CBS 노컷뉴스가 입수한 문건을 통해 검찰이 울산업체를 경주업체로 잘 못 판단한 것으로 확인돼 검찰의 부실수사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검찰이 공사현장을 파악하지 않았거나 일부 참고인의 진술에만 의지해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수사의 첫 단추부터 잘 못 끼운 것으로 보인다.

레미콘 업체대표 김모씨는 2016년 10월부터 울산 북구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 레미콘을 공급했다.

김씨는 레미콘 타설 위치로 놓고 시공사와 갈등을 빚었다.

6개월(11월 제외) 동안 레미콘을 공급했던 김씨는 갈등이 계속되자 2017년 4월 12일 공급을 중단했다.

이어 김씨는 평소 친분이 있던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비서실장 박모씨에게 찾아가 민원을 제기했다.

이를 전달받은 이는 울산시청 도시창조국장 이모씨.

이씨는 자신의 사무실로 아파트 시공사 현장소장을, 4월 14일과 5월 10일 두 차례에 불렀다.

5월 10일에는 시공사 본부장도 불려갔다.

이 자리에는 건축주택과장과 건축주택계장, 건축승인 담당 공무원이 동석했다.

김씨 업체의 레미콘을 공급받도록 시공사 관계자들에게 압력을 행사하고 강요해 박씨와 이씨가 공무원으로서 직권을 남용했다는 게 경찰 수사 결과다.

검찰은 다르게 판단했다.

이씨가 시공사 현장소장과 본부장을 부른 것은 맞지만 그 자리에서 '울산지역 업체의 자재(레미콘) 사용을 권장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또 이씨가 김씨 업체라고 지칭해 언급하지 않았다는 거다.

박씨와 이씨는 이렇게 민원을 처리할 수 있었던 근거로, 지역 업체의 하도급을 권장하는 시 조례를 내세웠다.

이를 두고 검찰은 공무원의 정당한 업무처리로 봤다.

당시 레미콘을 주로 공급했던 업체가 3곳 이었는데 김씨 업체를 제외한 2곳이 경주업체였다는 점도, 충분히 민원을 제기하고 처리할 수 있었던 사안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민원 이후 김씨 업체만 유일하게 레미콘을 공급하게 된 것은 다른 울산업체들이 납품할 수 있는 여건이 안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무혐의로 처리한 검찰은 99쪽에 달하는 불기소결정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문제는 해당 아파트 공사현장에 레미콘을 공급했던 경주업체 2곳 중 한 곳이 울산업체라는 사실이다.

울산업체가 김씨 업체를 비롯해 A업체 한 곳이 더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이 A업체를 경주업체로 잘 못 파악하면서 사실관계부터 틀린 거다.

취재진이 입수한 문건과 취재를 종합해보면, A업체는 법인 등기부등본상 2016년부터 울산에 본사를 두고, 레미콘을 공급하고 있다. 울산레미콘공업협동조합에도 가입되어 있었다.

A업체는 울산과 경주에서 레미콘공장 2개를 가동 중이다.

검찰이 A업체의 레미콘공장만 보고 헷갈렸거나 해당 업체에 대해 잘 못 알고 있는 참고인의 진술을 의지했다가 실수를 한 것으로 보인다.

레미콘 타설 위치로 시공사와 갈등을 빚던 김씨가 공사현장을 스스로 빠져나오고 민원을 제기하기 전까지 이미 A업체가 레미콘을 공급하고 있었다.

김씨가 빠져나간 뒤 이 물량까지 맡게 된 A업체가 3개월 동안 60%가량 레미콘을 공급하게 된 거다.

시공사가 울산업체를 쓰지 않아 시 조례를 어겼다고 보기에도 어려운 대목이다.

결국, 민원을 제기한 김씨가 다시 공사현장에 납품하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물량이 줄게 된 A업체가 수 억원의 피해를 보게 됐다.

A업체 관계자는 "우리가 울산업체인지 시에 전화 한 통화 해보면 확인할 수 있는 건데 검찰이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않고 수사를 한 것이 아니겠냐"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울산지검 관계자는 "현재 수사 중인 내용으로 알려줄 수 없다"라고 밝혔다.

수사의 기본인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으면서 검찰의 불기소처분에 설득력이 떨어지게 된 것을 비롯해 99쪽에 달하는 공문서도 무색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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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CBS 반웅규 기자] bangija@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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