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세 전문가 "지구는 되돌릴 수 없는 임계폭풍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윤신영 기자 2019. 12. 10. 17:5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윌 스테판 호주국립대 교수 "돌아갈 수 없는 상황 동시다발 일어날 것..행동 나서야"
기후변화와 인류세 분야 석학인 윌 스테판 호주국립대 석좌교수는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린 ′국제 인류세 심포지엄′ 기조강연과 별도 질의응답에서 ″지구를 돌이킬 수 없는 티핑포인트를 맞기 전에 과학과 사회과학 등 모두가 함께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신영 기자

“지구는 지금 되돌이킬 수 없는 변화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임계폭풍’ 시대에 점점 다가서고 있습니다. 녹고 있는 그린란드와 히말라야의 빙하, 절반으로 줄어든 야생산호 군락 등이 앞으로 폭탄이 폭발할 시간을 앞당기고 있습니다.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을 아우른 행동이 시급합니다.”

윌 스테판 호주국립대 석좌교수는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 강당에서 KAIST 인류세연구센터가 개최한 ‘국제 인류세 심포지엄’ 기조강연에 참석해 “인류가 큰 변화를 예고하는 티핑포인트를 맞이할 시점에 다가가고 있다. 이를 넘기면 무서운 현실을 맞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테판 교수는 인간 활동의 영향을 받아 변화를 겪은 지질시대를 뜻하는 인류세 분야와 기후변화 분야의 최고 석학이다. 

스테판 교수는 “아직은 티핑포인트를 넘기지는 않은 만큼 위기를 극복할 기회는 있다. 2020년까지 기후변화를 완화하기 위해 온도 상승을 산업시대 이전의 1.5도 이내로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인류가 지구에 남긴 변화를 증명하고 측정하기 위한 자연과학적 노력과 별개로, 불평등 등 사회경제적 문제를 풀 해법을 학제간 연구로 마련해야 인류세의 문제를 진정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테판 석좌교수는 화학자 출신의 기후 및 지구과학자로 기후와 지구를 시스템(체계) 관점에서 연구한다. 인류의 활동이 미치는 영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지니고 있다. 인류세를 본격적으로 대중화한 기후 화학자 폴 크뤼첸 박사 등과 함께 인류세의 개념을 알리고 환경 문제 해결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공헌했다.

인류세라는 말은 1980년대에 생물학자 유진 스토머 박사가 처음 사용하고 2000년 크뤼첸 박사와 스토머 박사가 다시 문헌을 통해 사용하며 인류에 의해 큰 변화를 겪는 지질시대를 일컫는 말로 정착됐다. 초기에는 인류의 환경 영향을 강조하기 위한 상징적인 개념처럼 사용됐지만, 2016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개최된 인류세 워킹그룹의 회의 결과 홀로세와 구분되는 새로운 지질시대로 공식 인정됐다. 인류세의 시작 시점은 인류 활동의 결과물인 알루미늄이나 콘크리트, 플라스틱 등이 각종 퇴적층에서 분명하게 발견되는 1950년대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스테판 박사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최근 20년 사이에 기존 간빙기 평균보다 100배 상승했고 1970년 이후 지구 평균 기온 상승률은 홀로세 기간의 7000년 평균기온 상승률보다 170배 높다”며 “그 외에도 생물종 멸종 등 전체 척추동물 가운데 야생동물의 비중 감소 등 다양한 요인이 최근을 홀로세와 구분하는 명백한 인류세라고 증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지상 척추동물을 중량으로 비교해 보면 소와 닭, 돼지 등 가축이 3분의 2인 67%를 차지하고 인류가 30%를 차지해 인류와 인류 문명이 97%를 차지한다. 야생동물의 비중은 3%에 불과하다.

기후변화와 인류세 분야 석학인 윌 스테판 호주국립대 석좌교수는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린 ′국제 인류세 심포지엄′ 기조강연과 별도 질의응답에서 ″지구를 돌이킬 수 없는 티핑포인트를 맞기 전에 과학과 사회과학 등 모두가 함께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신영 기자

그는 “20년 전부터 인류세에 대한 논의는 주로 과학자에 의해 주도됐다”며 “과학자들은 이제 인류세를 언제부터로 볼 것인지를 두고 논의는 할지언정 그것이 사실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이제는 사회과학자와 경제학자 등의 협력이 시작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스테판 교수는 그 이유로 인류세에 대한 일부 사회과학자들의 비판을 들었다. 인류세가 논의되는 과정에서 실은 모든 인류가 평등한 것처럼 가정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스테판 교수는 “인류세를 촉발한 것은 ‘특정한 인류’지 전체 인류가 아니다.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특정 인류가 책임을 더 많이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세계 국가를 서구와 일본으로 구성된 그룹, 소위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국)’, 개발도상국 등으로 나눠 보면 양상이 다르다”며 실질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소비의 75%를 서구 및 일본 국가들이 지배하는데 이를 무시하고 하나의 인류에 의한 영향으로 뭉뚱그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급격히 선진국에 들어선 한국에 필요한 정책을 묻는 질문에는 “한국은 브릭스 국가들과 같이 같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테판 교수는 “불평등이 인류의 사회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여러 사회연구로 알려져 있다”며 “불평등은 인류세에도 영향을 미친다. 인간이 (지구라는) 시스템 안에서 살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테판 교수는 기후변화를 사례로 들며 우리가 변화에 나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구과학자로서 지구에는 여러 티핑포인트가 있다고 보는데, 지금 임계치에 다가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다양한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임계점에 도달하고 있어 이를 막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히말라야, 캐나다 북부, 그린란드 등의 빙하가 녹고 농토층이 녹아 그 안에 있던 250기가톤의 이산화탄소가 방출되며 야생 산호 군락이 절반으로 줄어든 것 모두 우리에게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이런 일들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임계폭풍’ 시대에 접어들었다. 더구나 미래가 우리가 예측하는 대로 가지 않을 것이다. 하나 분명한 것은 ‘뭔가 해야 한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기온이 1~3도 오르면 열대 해양 산호가 줄고 알프스의 빙하가 녹는 등의 일이 일어나고 3~5도가 오르면 사막화가 일어나고 제트기류가 변한다. 5도 이상 오르면 영구동토층이 녹으며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대기중에 발출되며 다시 기후변화를 가속화한다. 이런 식으로 모든 티핑포인트들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개념이 임계폭풍이다.

스테판 교수는 “서식지를 스스로 파괴하는 약탈적 자본주의에 대항해 공간을 선을 지켜가며 활용하고 효율보다는 공평함을 유도하는 설계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경제학자, 인간 중심이 아닌 ‘삶’을 중심으로 지구 시스템을 재편하려는 학자 등이 다양한 대안을 내놓고 있다”며 “모두 복잡한 내용이지만, 저항할 수 없는 티핑포인트로 나아가지 않도록 모두가 함께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윤신영 기자 ashilla@donga.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