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 발암물질 '풀풀'..신음하는 제2의 '김용균'들

조명아 2019. 12. 10.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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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첫 출근 한다고 새로 산 정장 입고 멋적은 포즈를 취하던 김용균씨.

태안 발전소가 그에게는 자랑스러운 일터였던 겁니다.

하지만 실제 그곳은 죽음의 덫으로 둘러싸인 공포의 일터였습니다.

그런데 비단 위험한 설비 뿐 아니라 공기 속에 1급 발암 물질, 유리 규산이 가득했고 실제로 이것 때문에 숨진 노동자가 있는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이어서 조 명아 기자입니다.

◀ 리포트 ▶

타고 남은 석탄재가 가득 쌓인 저장소.

짙은 안개가 낀 듯 희뿌옇습니다.

"나중에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른다고!"

사방에 날린 석탄재로 불과 몇 미터 앞도 구분이 안 되는 상황.

노동자들은 삽으로 재를 퍼 나르고, 설비에 쌓인 석탄찌꺼기를 쓸고 털어냅니다.

1급 발암물질 '결정형 유리 규산'이 기준치의 8배 넘게 검출됐지만, 안전장비는 천 원도 안 되는 방진 마스크가 전부였습니다.

[고 김용균 씨 동료] "발암 물질이 있다고는 경고판에 쓰여 있는 건 봤는데, 그게 '결정형 유리 규산'이다 그런 건 못 들어봤어요. 안전 장구 같은 경우는 그냥 마스크…"

1급 발암물질을 취급하는 노동자들에게는 99% 차단력을 가진 특급 마스크가 있어야 하지만, 값싼 1, 2급 방진 마스크만 지급되고 있었던 겁니다.

특수 건강검진 역시 일부 노동자들에게만 시행됐고, 산업안전보건법에 규정된 작업환경측정도 거의 모든 작업장에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석탄을 수입할 때부터 유리 규산과 같은 1급 발암물질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13개 화력발전소의 관리는 부실, 그 자체였던 겁니다.

[이윤근/김용균 특조위 위원, 보건학 박사] "(결정형 유리 규산은) 2017년 하반기부터 서부발전소에서만 측정됐었고요. 다른 발전소에서는 전혀 측정되지 않았습니다. 벤젠은 측정한 자료를 찾지 못했습니다."

노동자들의 건강은 나날이 악화됐습니다.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폐 기능은 5년 사이 약 10% 정도 감소했고, 지난 2107년 폐암으로 숨진 발전소의 비정규직 노동자는 34년간 결정형 유리 규산과 석면 등에 노출된 것이 폐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석탄재처리 작업 노동자] "현장에서 실제로 일하는 노동자들은 1급 발암 물질인지를 잘 인식을 못 하고 일을 했었는데, 이번에 특조위 보고서에서 보고 저희가 지금에서야 처음 안 거거든요."

1년 전 24살의 꽃다운 나이로 세상을 떠나며 우리 사회에 '죽지 않고 일할 권리'라는 숙제를 남겨준 고 김용균 씨.

김 씨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이 숙제를 적극 풀어나가야 할 때입니다.

MBC뉴스 조명아입니다.

(영상취재: 김경배 / 영상편집: 김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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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아 기자 (cho@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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