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길은 덜 외롭길"..성북 네 모녀 '장례식'

홍의표 2019. 12. 10.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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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지난달 서울 성북구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70대 노모, 그리고 40대 딸 세명이 숨 진채 발견돼, 안타까움을 불러일으켰죠.

이 '성북 네 모녀'를 떠나 보내는 빈소가 오늘 잠시 차려졌습니다.

변변한 가족이 없어서 서울시에서 대신 치른 장례식엔, 동네 주민들이 참석해, 이들의 마지막을 함께 했습니다.

홍의표 기자가 빈소에 다녀왔습니다.

◀ 리포트 ▶

함께 세상을 떠난 그 순간처럼, 위패로 남은 네 모녀는 마지막 가는 길도 함께였습니다.

오전 9시쯤, 그래도 번듯한 장례식장에 차려진 이 빈소의 조문 시간은 단 3시간, 구청에서 주관한 '무연고 장례식'입니다.

상주는 이들 모녀가 살았던 성북동 구청 직원과 주민 한 명이 대신했습니다.

덩그러니 놓인 추모 화환 너머, 조문객들은 쓸쓸한 빈소 한 벽면에 메모를 붙여 이들의 명복을 빌었습니다.

[김기민/성북동 주민] "안타까운 죽음의 소식만 전해 듣게 된 게 아무래도 마음이 많이 쓰였죠. 어찌됐든 한 동네에 사시는 분이니까…"

70대 어머니와 그녀의 40대 딸 3명이 성북동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건 지난 달 2일.

이들은 유서를 남긴 채 극단적인 결정을 내렸습니다.

뒤늦게, 빚 독촉에 시달린 이들 모녀가 전기요금이나 건강보험료를 두세 달씩 밀렸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한달여 수소문 끝에 가족들을 찾았지만 누구도 시신을 넘겨받진 않았습니다.

[최돈순 신부/'성북 네 모녀' 추모위원회] "살아서도 죽어서도 혼자인 무연고 사망자의 외로움을 바라보며, 2019년 문명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합니다."

정부는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 가구를 내년 2월까지 집중적으로 찾아내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지난 3일부터는 건강보험료를 석달 동안 못낸 사람들까지 지원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습니다.

무수히 쏟아진 대책들과 함께 안타까운 위로가 전해진 하루, 성북 네 모녀는 화장을 거쳐 '무연고자를 위한 추모의 집'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최돈순 신부/'성북 네 모녀' 추모위원회] "살아서도 죽어서도 혼자인 무연고 사망자의 외로움을 바라보며, 2019년 문명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합니다."

MBC뉴스 홍의표입니다.

(영상취재: 남준수VJ/영상편집: 노선숙)

홍의표 기자 (euypyo@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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