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재활치료 못받아 떠도는 환자들, 동네병원에 회복기 병상 늘려야

2019. 12. 11.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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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재활 난민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2017년 10월 재활의료기관 시범사업을 시작해 1년 넘게 운영해 오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부터 재활의료기관 본사업을 시작하게 돼 우리나라도 이제 회복기 재활치료를 담당할 의료기관이 출발하는가 하는 기대를 갖게 한다.

그런데 재활의료기관 본사업 진행 상황을 들여다보니 당초 '재활 난민'을 해결하겠다고 하는 취지와는 달리 산으로 가고 있다.

재활의료는 기본적으로 지역기반(Community Based)의료이다. 장애로 인해 먼 곳에 있는 큰 병원으로 치료를 다닐 수 없기 때문에 집 가까운 곳에 재활치료를 잘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집 근처에 치료를 받을 만한 재활병원을 충분히 지정해 회복기에 입원 집중재활치료 후 외래 통원치료를 통해 하루속히 사회 복귀가 가능하도록 돕는 제도를 만들자는 것이 재활의료기관 제도의 근본 취지다.

그러나 지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재활의료기관 본사업은 이런 취지와 전혀 맞지 않는다. 정부의 재활의료기관 본사업 기준을 살펴보면 재활전문병원이나 산재 재활병원 기준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장애인들에게 이용이 편리한 재활병원을 확충해 치료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시작한 사업이 오히려 재활난민 문제를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재활치료를 담당하는 병상 수가 선진국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201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병상 자원 통계에 따르면 급성기 병상 77%, 재활병상 9%, 장기요양병상 12%, 기타병상 2%로 재활병상 비중이 상당히 높다. 독일은 25%, 프랑스는 26%, 호주는 17%가 재활병상이다. 우리보다 인구 고령화를 먼저 겪고 있는 일본도 회복기병상을 2025년까지 전체 병상의 약 24%에 해당하는 26만 병상으로 확대하기로 하고 주로 급성기 병상을 회복기 병상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OECD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는 급성기 병상 64%에 장기요양병상 37%(36%의 오류로 보임)로 재활병상은 아예 통계 수치조차 없다. 최근 문재인 케어로 인해 상급종합병원에 환자가 급증하며 건보 재정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는 상급종합병원의 의료비 본인 부담을 크게 줄인 문재인케어로 인해 그나마 의료 과소비를 억제하는 수단으로 작동하던 가격에 의한 시장기능이 붕괴되면서 의료 소비자들이 상급종합병원을 대거 찾게 돼 나타난 현상이다.

정부가 화들짝 놀라 의료전달 체계를 정비하겠다며 두 손을 걷어붙이고 나섰지만 근본적 해결책을 내놓지 않으면 이 현상은 내년 이후에도 더 심화될 것으로 본다. 어물쩍거리고 있으면 환자들의 상급종합병원 쏠림 현상에 속도가 붙으면서 둑이 무너진 댐처럼 한국 의료의 근간이 완전히 붕괴될 것이다.

해법은 재활병원과 같은 회복기 병원의 대대적 확충에 있다. 일본도 인구 고령화와 함께 늘어나는 의료비를 감당하기 힘들게 되자 우리나라로 치면 상급종합병원에 해당하는 고도급성기와 급성기 병상을 줄이는 방향으로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깨닫고 재활병원을 비롯한 회복기 병원 확충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국 의료의 파탄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우봉식 대한재활병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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