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부장판사 "정경심 공소장 변경 불허는 중대한 위법"
전직 부장판사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검찰 공소장 변경을 법원이 불허한데 대해 “(법원 결정은) 중대하게 위법하다”며 “검찰 기소가 잘못되기라도 한 것처럼 재판부가 흠집 내기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재판부를 상대로 “정 교수에게 무죄를 선고하려고 작심했다”고 강력 비판했다.
이충상(62·사법연수원 14기)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1일 서신을 통해 “어제 정경심 피고인의 담당 재판장인 송인권 부장판사가 표창장 위조에 관한 검찰의 공소장변경신청을 불허했는데 이는 중대하게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2004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지낸 경력이 있다.
이 교수는 서신에서 송 부장판사의 전날 결정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기본적 공소사실이 동일하면 공소장의 나머지 내용을 변경할 수 있는 것”이라며 “사건의 기본적 공소사실은 ‘정 교수가 동양대 총장 명의의 조민(정 교수의 딸)에 대한 2012. 9. 7.자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은 공소사실 중 주범, 표창장의 작성명의자, 표창장을 받는 사람, 표창장의 작성일자, 표창장 문안의 내용, 죄명, 적용법조는 원래대로 유지했다”며 “공소장 변경을 신청한 것은 5가지 항목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가 꼽은 5가지 항목은 공모자를 ‘성명불상자’에서 ‘조민’으로, 위조일시를 ‘2012. 9. 7.’에서 ‘2013. 6.’으로, 위조장소를 ‘정경심의 연구실’에서 ‘정경심의 자택’으로 검찰이 변경 요청한 것이다. 위조방법에 대해 ‘컴퓨터 파일로 표창장을 출력해서 총장 직인을 날인하였다’에서 ‘정경심 아들의 상장을 캡처해 워드문서에 삽입해 그 중 총장 직인 이미지를 붙여 넣었다’, 위조목적을 ‘유명 대학원 진학’에서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 제출’로 변경한 점도 포함됐다. 이 교수는 “이는 종전보다 내용을 구체적으로 특정했으므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불리하기는커녕 오히려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검찰이 표창장 위조 날짜를 바꾼 것에 대해 “기본적 공소사실이 변경되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9월 6일 정 교수를 검찰이 기소 할 때 위조일시는 앞으로 수사에 따라 변경될 개연성을 내포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실제 검찰은 당시 공소시효 만료를 이유로 정 교수를 기소하면서 추가 수사 내용에 따라 위조 일자 등 공소장 변경을 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이 교수는 “위조 장소와 위조방법의 변경도 기본적 공소사실의 변경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다”며 “이는 정 교수가 예상할 수 있었던 것이어서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불이익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송 부장판사의 결정은) 검찰의 기소가 원천적으로 잘못되기라도 한 것처럼 억지로 흠집을 내고 있는 것”이라며 “검찰은 송 판사의 부당한 조치에 굴복하여 첫 공소를 취소하지 말고 공소장 변경 신청서의 내용으로 별도로 기소하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송 부장판사가 정 교수에게 무죄를 선고하려고 작심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송 부장판사는 정 교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려고 작심하고 공소장변경을 불허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의 공소장변경불허가 위법하다고 항소심이 판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 교수의 변호인조차 보석 청구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상황에서, 송 부장판사는 수사기록 복사가 늦어지면 정 교수에 대한 보석을 검토하겠다고 했다”며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돼 있는 피고인의 보석을 재판장이 수사기록의 복사와 연결 지을 것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송 부장판사처럼 편파적인 판사에 대해 검찰이 기피신청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사법부의 어두운 역사로 남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전북 전주 출신으로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88년 서울지법 북부지원 판사로 임용됐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등을 거쳐 2006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했다. 최근에는 경북대로 적을 옮겼다. 그는 지난 10월 조 전 장관의 동생 조모씨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을 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기각한데 대해 “법원 스스로 오점을 찍은 날”이라며 비판한 적이 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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