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재판장, 환경부 블랙리스트·윤규근 사건도 공소장 퇴짜놨다

오경묵 기자 2019. 12. 11.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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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서 거듭 공소장 지적

"판사 20년, 이런 공소장은 본 적이 없다"

다른 사건에선 "제가 한글 이해 못했나"

조국 전 법무장관의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표창장 위조 혐의와 관련한 공소장 변경 여부를 놓고 검찰과 충돌한 재판장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의 송인권(50·사법연수원 25기·사진) 부장판사다. 송 부장판사는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경찰총장' 윤규근 총경 관련 사건에서도 공소장을 놓고 검찰과 대립했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이 기소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은 11일 세 번째 공판이 열렸다. 송 부장판사는 이 사건의 첫 공판준비기일이었던 지난 30일 "공소사실이 지나치게 장황하고 산만하다"며 "판사 생활을 20년 했지만 업무방해죄 범죄 사실에 이렇게 대화 내용이 상세히 나오는 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화 내용을 직접 인용한 부분 등은 적절히 수정·삭제해달라고 검찰에 주문했다.

두 번째 재판에서도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 (이들의 명령을 받은) 실행 행위자들이 어떤 공범 관계인지를 구체적으로 특정하는 걸로 공소장 변경을 요청한다"며 "검찰이 공소장을 바꾸지 않을 경우 무죄 판결을 해야하는지, 공소기각 판결을 해야하는지를 변호인 측에서 의견을 밝혀주시면 참고하겠다"고 했다.

윤 총경에게 수천만원어치 주식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녹원씨엔아이(옛 큐브스) 전 대표 정모씨에 대한 재판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윤 총경은 정씨에게 미공개 정보를 제공받아 주식거래를 한 혐의를 받는다. 송 부장판사는 지난달 13일 두 번째 재판에서 "내부 정보를 이용했다면 '대박'을 쳐야하는데, 공시 이후 주가가 하락해 손해를 봤다"며 "공소장에는 불상의 이득을 얻었다고 적혀있다. 손해를 봤는데 부당이득 취득이라니 제가 한글을 이해 못한 것인가"라고 했다.

그는 논란을 키운 정씨의 재판에서는 검찰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공소장 변경 불가 결정에 검찰이 항의하자 "자꾸 그러시면 퇴정을 요청할 것"이라고 했고, 검찰의 기록 복사가 늦어지는 데 대해서는 "납득이 안 된다"며 "(재판을) 천천히 하는 것을 원하시면 (재판부도) 천천히 하겠다"고 말했다.

송 부장판사는 지난 2017년부터 서울중앙지법에서 근무하고 있다. 민사 재판을 맡다 지난해 11월부터 형사합의부장을 맡고 있다.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의 기소를 앞두고 서울중앙지법이 형사합의부를 증설한 데 따라 보임됐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판결 기조를 바탕으로 송 부장판사를 '진보' 성향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그는 수원지법 형사항소부장이던 2013년 북한 체제를 찬양하는 취지의 '옥중서신'을 작성하고, 인터넷을 통해 유포한 혐의를 받았던 범청학련 전 의장 윤기진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사건이었는데, 당시 재판부는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내용이 적극적이고 공격적이어야 한다"고 했다. 윤씨의 '옥중서신'을 받아 인터넷에 올린 김모씨는 징역 10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글을 쓴 사람은 무죄인데, 이를 건네받아 올린 사람은 유죄 판결이 내려진 것이다.

송 부장판사는 그해 국가보안법 7조 5항에 대해 낸 위헌심판제청을 하기도 했다. 국가보안법 7조 5항은 '반국가단체를 찬양·고무·선전할 목적으로 문서 등 기타 표현물을 제작·소지·운반·반포·취득한 경우 등은 처벌한다'는 규정이다. 당시 재판부는 "기타 표현물 부분은 내용에 아무런 제약을 두지 않고 있어 이적표현물이 아닌 경우까지 광범위한 해석이 가능해 처벌 범위가 무한히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또 "이적표현물을 제작·소지·운반하는 것만으로는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므로 이를 형벌로 규제할 경우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도 했다. 이 사건은 2년 뒤인 2015년 헌법재판소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지난 2011년에는 10월 제주해군기지 건설공사를 방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종일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사무처장에 대한 보석을 허가했다. 이후 김씨가 2달 만에 건설공사를 재차 방해해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사안이 경미하다"며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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