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강 인도교 폭파 70년 만에 '위령비' 건립한다

고영득 기자 2019. 12. 11.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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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북한군 저지’ 예고 없이 폭파
ㆍ피란민 800여명 억울한 죽음
ㆍ노들섬 서남쪽 둔치에 설치
ㆍ서울시, 내년 6월28일 제막

내년 6월 공개될 한강 인도교 폭파 희생자 위령비 조감도. 삼각형 모양으로 무고하게 죽은 희생자들의 넋을 상징하고자 노들섬에 자생하는 들꽃을 새겨놨다. 아래는 폭파된 한강 인도교. 서울시 제공

1950년 한국전쟁 당시 한강 인도교(현 한강대교) 폭파로 희생된 이들을 기리는 위령비가 참사 70년 만에 건립된다.

서울시는 “시 공공미술위원회 심의 등 위령비 설치를 위한 사전 절차를 끝내고 6개월간 건립 작업에 들어간다”고 11일 밝혔다. 앞서 시는 민간단체 등의 요청에 따라 지난해 7월 위령비 건립 계획을 수립했고, 올해 들어 역사·건축·디자인 분야 전문가로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설치 장소와 형태, 추모 문구 등을 정했다.

위령비는 폭파 현장 인근인 노들섬 서남쪽 둔치에 들어선다. 현장과 가깝고 다리 계단을 통해 내려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다. 시 관계자는 “폭파 지점(다리) 밑에 설치하면 응달이 지는 데다 사람들이 위령비가 있는지조차 모를 수 있다”며 “위령제를 지내왔던 민간단체와 협의해 햇빛이 들고 폭파 지점을 확인할 수 있는 둔치에 위령비를 설치하게 됐다”고 말했다.

위령비는 구리 재질로 4.7×1.1m 규모의 삼각형 모양으로 만들어진다. 다만 수직으로 세워지는 게 아니라 바닥에 누운 형태로, 바닥에서 10㎝가량 돌출된다. 위령비에는 희생자들의 넋을 상징하고자 노들섬에 자생하는 여러 들꽃 모양을 새겨넣는다. 오랜 기간 묻혀 있던 민간인들의 희생을 드러내 추모하는 의미라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홍수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유실에 대비해 매립식으로 설계했고, 야간에는 태양광 볼라드(기둥)가 위령비를 비추게 된다.

위령비에는 들꽃 문양과 함께 다음과 같은 추모 문구가 들어간다. “1950년 6월28일 새벽 한국군은 서울에 침입한 북한군의 도항을 막기 위해 한강 인도교를 폭파했다. 그때 이 자리에서 원통하게 희생된 분들의 넋을 위로하고 그런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다짐하기 위해서 추모공간을 조성하고 이 글을 새긴다.” 서울특별시 명의로 된 추모 문구는 정재정 서울시립대 국사학과 교수가 작성했다. 위령비 제막식은 참사일에 맞춰 내년 6월28일 거행된다.

한강 인도교 폭파 참사는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사흘 뒤인 28일 오전 2시30분쯤 일어났다. 당시 이승만 정부는 북한군의 남하를 저지한다는 이유로 예고도 없이 다리를 폭파했다. 이로 인해 피란민 800여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평화재향군인회 등 민간 차원에서 합동위령제를 지내왔고, 이들은 지속적으로 서울시 측에 위령비 건립을 요구해왔다. 그러다 지난해 4월 박원순 시장이 단체 관계자들과 면담하면서 건립 의지를 내비쳤다.

위령비가 들어서는 노들섬은 지난 9월 생태숲이 어우러진 음악 중심의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시민들의 발길이 늘어나면서 한강 인도교 폭파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공간이 더 빛을 발할 것으로 서울시는 기대했다.

고영득 기자 go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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