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가담했다가 '내부고발'..법원 "보호해야" 선고유예

공다솜 기자 2019. 12. 1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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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조직내의 불법행위에 가담했다가 마음을 바꿔서 이를 신고한 내부고발자, 이 내부고발자를 처벌해야 하는가? 오늘(11일) 법원에서는 의미 있는 판결 하나가 나왔습니다. 범행에 가담했더라도 우리 사회가 내부고발자를 보호해야 한다면서 실형 선고를 미뤄 준 겁니다. 공범으로 유죄 판결을 받고, 실형이 선고됐는데 선고를 미뤄준 건 사실상 처음입니다.

공다솜 기자입니다.

[기자]

이모 씨는 대법원에 전산장비를 납품하는 회사에서 이사로 일했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는 2016년부터 법원 직원들에게 뇌물을 주고 대법원 전자법정 사업에 장비 납품 계약을 따냈습니다.

양심에 가책을 느낀 이씨는 2018년 6월 경 이들의 비리를 감사원에 제보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감사 대상이 아니라는 것.

한달 후 이씨는 언론사에 다시 제보합니다.

보도가 이어지자 대법원이 감사에 착수했고, 검찰에 고발이 이어졌습니다.

제보자 이씨는 물론 법원 직원들을 포함해 18명이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1심 법원은 법원 직원들에게 중형을 선고하고, 이씨 역시 공범이라며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이씨가 임원으로 실무를 총괄했고, 뇌물을 주고 이뤄진 부정 입찰에 19차례나 참여했다고 봤습니다.

이렇게 따낸 사업으로 회사가 받은 계약금만 115억 원.

하지만 오늘 2심 법원은 이씨의 형을 유예시켜주고, 풀어줬습니다.

공범이지만, 공익 제보자였다는 점에 무게를 둬 선처해 준 겁니다.

재판부는 "법원 직원들 중 누구도 생각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업체 직원인 이씨가 부패의 고리를 끊겠다는 목적으로 제보했다"며 제보 행동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또 "이씨 덕분에 검찰의 수사가 시작됐고 투명한 사법 행정이 이뤄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씨가 일부 범죄에 가담했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내부고발자가 깨끗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가 보호해야 한다"며 내부제보자 보호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영상디자인 : 신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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