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호 논설위원이 간다] "공수처법되면 수사 더 할 이유 없어" "백원우팀 핵폭탄 된다"

신용호 2019. 12. 12.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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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공수처법 막으려 과한 수사"
내부적으론 "심각 신호" 위기감도
한국당 "경천동지 할 일 생긴다 ..
그들, 법하고 무관하게 산 것 같아"

하명 수사·유재수 의혹 ‘총선 화약고’ 되나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과 관련해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곧 검찰 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은 이미 조사를 받았다. [뉴스1]
총선이 4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여당의 예산안 단독 처리로 여야는 격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어질 패스트트랙(공수처법 등 검찰 개혁 법안, 선거법 개정안) 싸움은 더 가관일 게다. 이 싸움이 현 정국의 변수라면 ‘김기현 하명 수사 의혹’과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는 총선을 흔들 수 있는 변수다. 이 때문에 여당과 청와대는 “한국당과 검찰이 짬짜미하고 있다”며 맹폭을 가하고 있다. 여기에는 이 사건들이 ‘총선 화약고’가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특히 두 의혹 모두 친문 실세들이 줄줄이 등장하고 사건의 개연성이 있어 보인다는 점이 여권으로선 악재 중의 악재다. 당장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유재수 사건의 마무리 조사를 위해 피의자 신분으로 곧 소환될 예정이다. 보수 야권 통합과 당 쇄신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못 내고 있는 한국당으로선 두 사건을 주시하며 공세의 고삐를 죄고 있다.

먼저 설훈 민주당 검찰공정수사촉구특별위원장을 지난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설 의원은 당 최고위원이기도 하다.

설훈

Q : 특위 운영은 어떤가.
A : “공수처법안이 통과되면 금방 끝난다. 법안이 통과되면 우리 할 일은 다 한 거다.”

Q : 야당이 계속 의혹을 제기할 텐데.
A : “공격해 오더라도 그건 정치적으로 하는 것이고, 검찰이 과도하게 한 건 사실이지 않나. 자기 조직을 보호하려 했던 거다. 일견 이해가 간다. 그러나 (공수처 법안이 통과되면) 받아놓은 밥상인데 어떻게 하겠나.”

Q : 공수처법이 처리되면 검찰이 더는 수사할 이유가 없다는 뜻인가.
A : “그런 거다. 검찰이 뭐 때문에 그러겠나. 공수처법 막으려고 하는 거다. 공수처법 통과되고 1월에 (법무부 장관이) 인사를 하면 정리가 되는 거다. 어차피 정해져 있는 과정이다.”

Q : 검찰이 명분이 있으니 수사를 한 거 아니냐.
A : “명분이야 그냥 갖다 붙인 거다.”

Q : 수사 결과가 나오면 어떻게 되나.
A : “그럼 그대로 가는 거다. 큰 틀에서 보자. 큰 틀에서 보면 공수처는 무조건 되는 거고 작은 부분에선 유재수 건 등이 충격을 줄 수도 있겠지만, 검찰이 저런다고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거다.”

Q : 총선의 악재가 될 수 있다고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A : “총선은 한국당이 굉장히 곤란해질 거라고 본다. 큰 흐름을 봐야 하는데 한국당은 그런 시각이 없는 것 같다. 황교안 대표의 기본적인 역사의식, 이런 게 받아들여지지 못한다. 시대 흐름을 못 받고 있다. 한국당이 대패할 거다.”

Q : 얼마 전 윤석열 총장이 조직에 충성하려고 수사를 한다고 비판했는데.
A : “윤 총장이 나무만 보고 숲 전체를 못 보고 있다. 그렇게 저항해서 자기들 뜻이 통할 수 있으면 그럴 수도 있다. 이게 통할 수가 없다.”

Q : 검찰과 한국당이 짬짜미한다고도 했다.
A : “검찰이 자기들 입장을 대변하고 지켜줄 울타리가 한국당이라고 생각하겠지. 도대체 한국당하고 한패가 된다는 게 말이 되나. 그런 어리석은 짓이 어딨나. 검찰이 똑똑한 바보들이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과 관련해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곧 검찰 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은 이미 조사를 받았다. [뉴스1]
여당 지도부는 검찰에 대해 초강경 일변도다. “직무유기 하면 절대로 그냥 두지 않겠다”(지난 4일 이해찬 대표)는 발언도 나왔다. 이 대표는 11일 “검찰이 검찰개혁법안 등 의정활동에 개입하면 실명을 공개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검찰이 검찰개혁법안 흔들기를 위해 ‘로비’를 벌인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같은 지도부의 강경 입장은 어떻게든 ‘게이트 프레임’을 차단해 보겠다는 전략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부적으론 위기감이 적지 않다. 의원들 사이에선 “심각한 시그널이다” “사안 자체가 질이 안 좋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면서도 “느낌이 안 좋은데 아는 게 없다” “사실관계를 모르니 더 괴롭다”고 토로한다.

실제 검찰이 뭘 하는지, 뭘 쥐고 있는지를 청와대나 여당이 전혀 알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국회에서 만난 한 초선 의원은 “유재수 건이나 하명수사 논란 등은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그렇다 보니 야당이 프레임을 걸어오면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며 “엄청난 부담을 느낀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에 대해 분노하지만, 우리가 만든 검찰 아니냐. ‘성역없이 수사하라’고 하지 않았나. 전 정부 적폐청산 과정에서 엄밀하게 한 게 족쇄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과 관련해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곧 검찰 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은 이미 조사를 받았다. [뉴스1]
청와대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다른 초선 의원은 “청와대의 대응이 한심한 수준”이라며 “대응을 제대로 못 하면 야당이 그리는 그림으로 엮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중진 의원도 “청와대 민정이 헛발질을 많이 해 당 지도부에서도 민정수석실을 신뢰하지 못할 정도”라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영향을 최소화해 이 이슈를 내년까지 끌고 가면 안 된다”고 했다. 실제 하명수사 의혹에 대한 지난 4일 청와대의 입장 발표에 대해선 청와대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올 정도다. 오죽하면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이 나서 “제발 좀 ‘검찰은 의혹을 밝히기를 바란다’ 이 정도에서 입을 닫았으면 좋겠다”라고 했을까.

한국당은 불씨를 살려 총선까지 이어나가려는 포석을 두고 있다. 한국당은 지난 6일 친문농단 게이트 진상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곽상도 의원을 유재수 감찰농단 진상조사특위 위원장에, 주광덕 의원을 황운하 선거농단 진상조사특위 위원장으로 내정했다. 조만간 당내에 게이트 상황실도 만들 예정이다. 특위 이전부터 진상조사위 위원장을 맡아왔던 곽상도 의원을 지난 9일 국회에서 만났다.

곽상도

Q : 상황이 어디까지 와 있다고 보나.
A : “단죄의 시점에 왔다. 하명 수사나 유재수 의혹은 거의 전모가 드러났다. 이젠 백원우 감찰반이 무슨 일을 했느냐다. 그게 핵폭탄이 될 거다. 백원우 전 비서관은 드루킹, 버닝썬 사건과도 관련이 있었다. 백원우팀은 세월호 관련 해경의 포상 주는 일도 감찰했다. 도대체 어디까지가 민정의 일인가. 경천동지할 일이 생길 거다.”

Q : 경천동지할 일이라니.
A : “청와대가 얼마 전 울산 출장이 행정부 내 엇박자 실태 점검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당시 민정수석실이 작성한 ‘국정 2년 차 증후군 실태점검 및 개선 방안’ 보고서를 공개했다. 유심히 보는 게 이런 보고서를 대통령이 받은 건지 민정수석인지 비서실장인지에 따라 큰 갈림길이 될 수도 있다는 거다. 대통령이 각종 수사지시를 많이 하지 않았나. 민정이 만약 이러한 보고서를 핸들링했는데 범법 사유가 있고 그걸 대통령이 직접 보고를 받았다면 큰 문제 아닌가.”

Q : 문제가 될 사안이 더 있나.
A : “유재수 사건과 관련해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등 텔레그램 대화방 멤버들이 조사를 받았는데 금융권 인사를 논의했다고 하지 않나. 그들이 어떤 농단을 했느냐를 봐야 한다. 자기 동생 취직시키고 친구를 사외이사시키고 부지기수다.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

Q : 여당에선 검찰과 한국당이 짬짜미라고 한다.
A : “짜고 하다니 말이 안 된다. 현 정권이 범법행위를 얼마나 많이 했는지, 현 정부가 만든 김명수 법원에서 영장을 내주는 이유가 이게 입증이 되고 확인이 되기 때문이다. 너무 과도하게 법을 어긴 것이다. 이 사람들은 법하고 무관하게 산 것 같다.”

Q : 총선에 영향을 미칠 것 같나.
A : “검찰 조사 과정은 숨기는 게 가능하지만, 법원 재판 과정에서 다 나올 거다. 증인과 재판 과정이 공개될 거니까. 두 사건이 일단락되면 재판 기일이 잡히지 않겠나. 상황이 많이 달라질 거다.”
총선에서 악재는 항상 있었다. 선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두 사건이 민주당에 악재가 될지 아닐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 당장 두 사건이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있어도 최근 당 지지율이 요동치는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조만간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기소가 이뤄지는 등 검찰의 후속 조치가 이어지면 분위기가 크게 달라질 수도 있다.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민주당 한 의원이 내뱉은 한탄에는 양당의 고충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기억에 남았다. “청와대는 컨트롤 타워가 없고 (최근 사안에 대해 당은) 경각심이 너무 낮은 것 같다. 안으로 곪는 거 아닌가 걱정이다. 그런데도 총선 걱정을 하면 덜 불안한 게 한국당이 잘할 것 같지 않아서다.”

신용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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