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김OO'이 그였다..송병기 조서는 가명, 보고서엔 실명

정진호 2019. 12. 1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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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측에 불리한 진술한 참고인
여러 명으로 보이게 했을 가능성
송철호 시장, 하명수사 관련 묻자
"눈 펑펑 올땐 쓸어봐야 소용없다"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5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제보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송봉근 기자
지난해 지방선거 전후 김기현 전 울산시장 관련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실명으로 수사보고서를, 가명으로는 조서를 각각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공무원 범죄와 관련한 참고인 조서를 가명으로 작성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라 논란이 일어왔다. 여기에 송 부시장의 면담 진술을 바탕으로 한 보고서는 실명으로 작성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진술 부풀리기’ 의혹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OO', '송병기’ 2인분 진술

11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울산지방경찰청은 송 부시장을 김 전 시장 관련 수사의 참고인으로 조사하면서 ‘퇴직공무원 김OO'이라는 가명과 송병기라는 본명으로 각각 조서와 면담 수사보고서를 작성했다. 검찰은 송 부시장 한 명이 두 사람 몫의 진술을 해 경찰 수사를 도운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2017년부터 그 이듬해까지 김 전 시장의 비서실장이었던 박기성씨가 레미콘 업체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진행하면서 울산시 공무원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들은 대부분 “울산시 아파트 공사에서의 업체 선정은 지역 업체의 참여를 권장하는 조례에 따라 결정된 일이다”는 일치하는 진술을 했다고 한다.

현직 공무원과 반대되는 주장은 익명의 퇴직공무원 김모씨로부터 나왔다. 조사 당시 송철호 울산시장의 선거캠프에 있던 송 부시장은 가명으로 박 전 비서실장에게 불리한 진술을 내놨다.


송병기 진술과 조서·면담 보고서 숫자 불일치

송 부시장은 참고인 신분으로 총 세 차례 경찰 조사를 받았다는 입장이지만 검찰이 확보한 조서와 면담 보고서의 숫자는 이와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 부시장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도 “면담을 포함해 세 차례 조사를 받았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검찰은 송 부시장이 기억하는 조사 횟수와 작성된 조서의 수가 다른 이유에 대해서도 수사를 통해 밝힐 것으로 보인다.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전 울산지방경찰청장)이 6일 오후 대전 둔산동 지방경찰청 청장실에서 중앙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있다. 황 청장은 김 전 시장 측근 비리 의혹 수사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으로 재직했다. 김성태 기자
송 부시장이 처음 울산경찰청의 조사를 받은 건 지난해 1월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김 전 시장 관련 비위 첩보가 울산경찰청에 전달되고 한달여 후다. 경찰은 송 부시장을 찾아가 면담 조사했고 조서가 아닌 보고서를 작성했다.


靑 첩보 근거 된 송병기
지난해 3월 경찰이 울산시장 비서실 등을 압수수색할 당시 압수수색영장에는 송 부시장의 진술 내용이 들어가 있었다고 한다. 김 전 시장 측은 “송 부시장의 면담 진술을 근거로 경찰이 영장을 신청했다”고 했다. 검찰은 청와대에 김 전 시장 관련 의혹을 직접 제보한 송 부시장이 이 같은 점을 의식해 경찰과 별도로 면담하고 가명까지 사용한 게 아닌지 확인하고 있다.

한편 경찰은 가명 조사에 대해 “대법원 판례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행법과 판례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신분이 드러났을 때 보복 범죄 등 위험이 있다면 가명으로 조서를 작성할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송 부시장이 신분 노출로 인한 불이익 때문에 이례적으로 가명을 사용했더라도 실명 면담 보고서를 작성했기 때문에 가명을 써야 할 상황이었다는 해명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본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수정 : 울산지방경찰청 관계자는 기사가 나간 뒤 “송병기 부시장의 조서는 가명으로 받았고, 송 부시장 면담 후 수사보고서는 실명으로 작성했다”고 알려왔습니다. 이를 반영해 기사를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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