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김OO'이 그였다..송병기 조서는 가명, 보고서엔 실명
여러 명으로 보이게 했을 가능성
송철호 시장, 하명수사 관련 묻자
"눈 펑펑 올땐 쓸어봐야 소용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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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OO', '송병기’ 2인분 진술
11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울산지방경찰청은 송 부시장을 김 전 시장 관련 수사의 참고인으로 조사하면서 ‘퇴직공무원 김OO'이라는 가명과 송병기라는 본명으로 각각 조서와 면담 수사보고서를 작성했다. 검찰은 송 부시장 한 명이 두 사람 몫의 진술을 해 경찰 수사를 도운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2017년부터 그 이듬해까지 김 전 시장의 비서실장이었던 박기성씨가 레미콘 업체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진행하면서 울산시 공무원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들은 대부분 “울산시 아파트 공사에서의 업체 선정은 지역 업체의 참여를 권장하는 조례에 따라 결정된 일이다”는 일치하는 진술을 했다고 한다.
현직 공무원과 반대되는 주장은 익명의 퇴직공무원 김모씨로부터 나왔다. 조사 당시 송철호 울산시장의 선거캠프에 있던 송 부시장은 가명으로 박 전 비서실장에게 불리한 진술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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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기 진술과 조서·면담 보고서 숫자 불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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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첩보 근거 된 송병기
지난해 3월 경찰이 울산시장 비서실 등을 압수수색할 당시 압수수색영장에는 송 부시장의 진술 내용이 들어가 있었다고 한다. 김 전 시장 측은 “송 부시장의 면담 진술을 근거로 경찰이 영장을 신청했다”고 했다. 검찰은 청와대에 김 전 시장 관련 의혹을 직접 제보한 송 부시장이 이 같은 점을 의식해 경찰과 별도로 면담하고 가명까지 사용한 게 아닌지 확인하고 있다.
한편 경찰은 가명 조사에 대해 “대법원 판례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행법과 판례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신분이 드러났을 때 보복 범죄 등 위험이 있다면 가명으로 조서를 작성할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송 부시장이 신분 노출로 인한 불이익 때문에 이례적으로 가명을 사용했더라도 실명 면담 보고서를 작성했기 때문에 가명을 써야 할 상황이었다는 해명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본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수정 : 울산지방경찰청 관계자는 기사가 나간 뒤 “송병기 부시장의 조서는 가명으로 받았고, 송 부시장 면담 후 수사보고서는 실명으로 작성했다”고 알려왔습니다. 이를 반영해 기사를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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