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9년 만에 되풀이 된 예산안 일방처리..여야(與野)만 바뀌었다.

김명지 기자 2019. 12. 12.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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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마지막 정기국회 본회의가 열린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과 범여 군소정당으로 구성된 여야 '4+1 협의체'가 512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예산안 처리 후 "예산안을 처리하라는 국민의 명령을 집행했다"고 했다.

9년 전 한나라당 김무성 당시 원내대표가 예산안 강행 처리 직후 "예산안과 법안 처리는 국민 대다수가 바라는 것이었고, 국민을 위한 정의였다"고 한 것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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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마지막 정기국회 본회의가 열린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과 범여 군소정당으로 구성된 여야 ‘4+1 협의체'가 512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했다. 이낙연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들은 예산안이 가결된 순간 환한 웃음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총리는 연단에 올라 "예산을 적기에 효율적으로 집행하겠다"고 한 후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세금 도둑질"이라 외치며 문희상 국회의장실로 향했다. 하지만 문 의장은 화장실에서 주승용 국회부의장에게 전화로 본회의 사회권을 넘겼다. 주 부의장은 한국당 의원들의 거센 항의에 아랑곳하지 않고 예산안 관련 부수법안들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한국당은 "국민 세금이 도둑질당했다"며 외쳤지만 4+1에 포위된 ‘소수’ 야당의 무기력함을 절감할 뿐이었다.

9년전 이맘때도 여야만 뒤바뀌어 이날과 같은 풍경이 국회에서 벌어졌다. 18대 국회 때인 2010년 12월 8일 당시 여당이었던 한나라당(한국당의 전신)이 4대강 예산을 포함한 새해 예산안을 단독 처리했다. 야당 의원들에 포위돼 발이 묶인 박희태 당시 국회의장은 정의화 국회부의장에게 전화를 걸어 사회권을 넘겼고, 정 의장은 5분만에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는 울부짖다 쓰러져 들것에 실려 나갔다.

당시 제1 야당이었던 민주당 대표는 손학규 현 바른미래당 대표, 원내대표는 박지원 현 대안신당 의원이었다. 민주당은 문희상 현 국회의장을 포함해 의원 85명 명의로 헌법재판소에 정 부의장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을 냈다. 손학규 대표는 국회 로텐더홀에서 장외 투쟁에 돌입했고, 박지원 원내대표는 박 의장을 찾아 항의했다.

예산안 처리 때마다 되풀이되는 여야 간의 몸싸움과 여당의 일방처리의 악순환 고리를 끊자고 국회가 마련한 게 국회 선진화법이다. 다수의 일방 처리를 막고 소수 역시 물리적 폭력으로 저항하는 대신 설득과 대화로 타협의 정치를 해보자는 취지였다. 당시 여당이던 한나라당 안에서도 반대가 있었지만 다수 의원들은 국회 선진화법을 만들어냈다. 법안 하나 통과시키는 데 무수히 많은 대화와 타협이 요구돼 정부 여당이 아무 것도 못하는 식물국회가 됐다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다수를 가장한 여당의 힘자랑과 무기력한 소수 야당의 주먹질이 판치는 동물국회보다는 낫다는 반성이 있었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나 여야가 뒤바뀌었다. 그런데 지난 10일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국회는 선진화법이 도입되기 전인 9년 전 본회의장 모습으로 되돌아간 듯 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예산안 처리 후 "예산안을 처리하라는 국민의 명령을 집행했다"고 했다. 9년 전 한나라당 김무성 당시 원내대표가 예산안 강행 처리 직후 "예산안과 법안 처리는 국민 대다수가 바라는 것이었고, 국민을 위한 정의였다"고 한 것과 다르지 않다. 국회가 힘으로 밀어붙이면 모든 게 가능했던 과거 동물국회로 돌아갔다는 뜻이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연동형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법과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 설치법 처리를 두고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민주당은 올해 안에 이 법안들을 처리하려고, 한국당은 사활을 걸고 저지하겠다고 한다. 예산안 통과 과정에서 국회선진화법이 도입 7년 만에 무력화됐다는 게 증명됐다. 지금부터가 더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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