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만 바라보는 국회..미세먼지·독도·급식비 '무더기 삭감'
여야 "독도 우리땅"이라며 방파제·생물센터 0원
'제2 세월호' 방지, 어린이 급식 지원비까지 깎아
지역구 예산 챙기면서 국민안전·민생 예산 홀대
11일 국회,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여야는 지난 10일 본회의에서 정부안에서 1조2000억원을 삭감한 내년도 수정 예산안(512조3000억원)을 처리했다. 정부안 대비 삭감된 예산에는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해양수산부, 환경부, 해양경찰청,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해양·식품·재난안전 및 청년·중년 일자리 지원 예산이 대거 포함됐다.
◇독도 방파제-생물 다양성 센터 0원
미세먼지 대응 예산은 100억원(이하 정부안 대비) 넘게 깎였다. ‘저소득층 미세먼지 마스크 보급’ 예산(복지부)은 114억원, ‘한-중 공동 미세먼지 저감 환경기술 실증 협력사업’ 예산(환경부)은 9억5000만원, ‘미세먼지 저감 혁신설비 사업화 지원’ 예산(환경부)은 12억원 각각 삭감됐다. 중국 등에서 오는 고농도 미세먼지의 공습으로 비상저감조치 지역이 확대되고 있는데 예산은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해양안전 분야 예산도 곳곳에서 깎였다. ‘어선사고 예방시스템 구축’ 예산(해수부)은 2억1800만원 감액됐다. 이는 어선에 신형 구명조끼를 배치하고 노후 통신장비를 교체하는 예산이다. ‘유도선 안전관리 강화’ 예산(해경)도 2억300만원 감액됐다. 이 예산은 선령 20년 이상 노후 선박(122척)을 교체하는데 쓰인다. ‘제2 세월호·스텔라데이지호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꼭 필요한 예산으로 분류됐지만 삭감됐다.
특히 독도 관련 주요 예산은 내년도 예산안에 담기지도 않았다. ‘독도 방파제 설치’ 예산(경북도) 180억원, ‘울릉도·독도 생물 다양성 센터 건립’ 예산(환경부) 3억원은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일본과의) 외교적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병수 울릉군수는 “파도가 심해 선박 접안도 못하고 발길을 돌리는 국민들이 많아 안타깝다”며 방파제 설치를 재차 요청했다.
김남일 경북도 환동해지역본부장은 “독도를 지키려면 ‘우리 땅’이라고 외치는 것을 넘어 체계적인 생태 연구, 국제적인 학술지 등재가 필요하다”며 “센터는 제대로 된 독도 연구를 위한 필수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국회는 어린이들을 위한 식품안전 예산도 삭감했다. ‘어린이 먹을거리 안전관리 강화’ 예산(식약처)은 1억원 감액됐다. 이 예산은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 지원비다. 센터는 어린이집, 유치원, 지역아동센터 등 어린이에게 단체급식을 제공하는 급식소를 대상으로 위생·영양관리를 지원하고 있다. 이 예산을 삭감할수록 어린이들이 받는 지원 혜택도 줄어들게 된다.
10~20대 청년, 50대 이상 중년 대상 일자리 지원도 줄었다. ‘청년센터’ 예산(고용부)은 6억원, ‘신중년 사회공헌활동 지원’ 예산(고용부)은 27억5000만원 깎였다. 저소득 근로자의 고용보험료 등을 일부 지원하는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 예산(고용부)도 138억7000만원 깎였다.
◇“졸속 심사하더니 총선용 민원만 챙겨”
정부 관계자들은 “최선을 다해 방어했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번번이 깎였다”며 말을 아꼈다. 반면 12개 상임위 예비심사에서 이 같은 민원을 포함한 증액 요구는 10조원이 넘었다. 내년도 지역구 민원성 예산 등이 포함된 도로·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정부안보다 9000억원 증액됐다.
전문가들은 여야가 국민안전·민생 예산을 뒷전으로 놓고 ‘총선용 퍼주기’ 예산에만 올인했다고 꼬집었다. 최원석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국민이 낸 세금은 국가적으로 꼭 필요한 곳에 우선 사용돼야 한다”며 “이번 국회가 제대로 된 예산 심의 없이 민원성 예산을 챙기는데 급급했다”고 비판했다.
최훈길 (choigig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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