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부토건, 직원임금 못줄 때도..법조 전관들엔 월급주듯 고문료
최교일·이건개·박영수·김각영 등 요직인사들 법률고문 위촉
"경영권 승계 때 분쟁 대비 보험"..전 임원 "하는 일 없어도 매달 지급"
노동자 임금과 하청대금 밀려도 자회사 통해 줘
“‘호텔 르네상스 제국’을 이뤘던 삼부토건이 무너진 건, 전환사채를 불법 발행하는 방식의 부실 경영을 하더라도 ‘서초동’ 전관들이 자신들을 구원해주리라 믿었던 옛 경영진 때문입니다.”
삼부토건에서 오래 근무했던 한 법무 담당자의 말이다. 삼부토건에서 일했던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삼부토건은 2000년대 초반부터 여상규 자유한국당 의원 등 법조계 출신 인사를 법률고문으로 위촉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경기고-서울대 법대’를 나온 창업주 2세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의 인맥 중심으로 위촉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2세에서 3세로 경영권이 세습될 무렵인 2000년대 중반부터 조 전 회장의 동생인 조남원 부회장과 아들 조시연 부사장 사이에 경영권 분쟁으로 인한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 법조계에서 요직을 지낸 이들로 법률고문 위촉이 확대됐다. 삼부토건 임원을 지낸 한 인사는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분쟁에 대비하려고 사주 일가가 회삿돈으로 검찰이나 법원 요직을 지낸 전관 출신들에게 보험을 들기 시작했다”며 “회장과 사주 일가 말 한마디로, 하는 일도 없는 법조계 인사들에게 매달 수백만원씩 고문료가 지급됐다”고 말했다.
인사과의 ‘법률고문 위촉 현황표’ 등 삼부토건 내부 문건을 보면, 법률고문 또는 고문 상담역을 맡았던 인사에는 여 의원을 비롯해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2013년 7월~2016년 1월, 월 200만~500만원), 국정농단의혹사건수사특별검사인 박영수 전 대검 중수부장(2015년 7월~2016년 6월, 월 300만원), 김각영 전 검찰총장(2003년 5월~2015년 8월, 월 250만원), 정진규 전 서울고검장(2005년 5월~2012년 11월, 월 200만원) 등이 있다. 검사 출신의 이범래 전 한나라당 의원(2001년 7월~2015년 8월, 월 100만원), 문강배 전 비비케이(BBK)특검보(2009년 4월~2015년 8월, 월 100만원), 이상민 전 서울고법 판사(2009년 5월~2015년 8월, 월 100만원), 이건개 전 서울고검장(2010년 8월~2011년 7월, 월 30만~100만원), 양재택 전 서울남부지검 차장검사(2009년 1월~2012년 8월, 월 200만원) 등도 포함된다. 이 가운데 이 전 판사, 문 전 특검보 등도 한때 여 의원처럼 삼부토건으로부터 사번까지 부여받고 급여 형태로 고문료를 받은 사실이 삼부토건 ‘급여 명세’에서 확인됐다. 상당수의 전관 법조인들이 고문료와 자문료를 받고 민간기업의 법률고문을 맡고 있다.
삼부토건은 2011년 4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가 두달 뒤 철회했고, 2015년 8월 다시 법정관리를 신청해 2년 뒤인 2017년 10월 법정관리를 졸업했다. 삼부토건 노동자는 거리로 내몰리고, 하청업체는 망해갔다. 삼부토건은 임금과 하청대금을 지급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법률고문료를 지급했다. 자금 여력이 있던 자회사 삼부건설공업이나 르네상스호텔(남우관광)에서 법률고문료를 지급하는 편법을 썼다. 최 의원과 양 전 차장검사 등이 그렇게 고문료를 받았다. 당시 과정을 모두 지켜본 전 삼부토건 법무 담당자는 “경영진이 법률고문료 등으로 회삿돈을 쓴 시기에 임금체불 등 어려움을 겪은 직원 수백명이 회사를 떠났다. 미지급금 때문에 망한 하청업체도 있다”고 말했다.
삼부토건은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불거진 고소·고발에 대처하기 위해 별도로 고위 검찰 출신 변호사들을 선임하기도 했다. 정상명 전 검찰총장과 홍만표 전 대검 기조부장,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 등에게 억대의 수임료를 지급했다. 삼부토건에서 오래 법무 업무를 담당했던 한 관계자는 “여상규 고문은 현직 국회의원이었다. 법무 담당자가 그런 법률고문과 상담해 업무를 처리할 수 있었겠느냐”고 되물으며 “옛 사주 일가가 회삿돈으로 법조계 인사들과 인맥을 쌓은 것뿐이고 그들이 회사 일을 하는 구조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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