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MT리포트]'민식이법' 논란.."어린이 안전" vs "운전자 보호"

구단비 인턴기자 입력 2019.12.13. 08:00 수정 2019.12.13.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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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식이법, 어떻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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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민식이법에 대한 논란이 과잉처벌, 악법 주장에 이어 보수·진보간 진영대결과 이념논쟁으로까지 확산됐다. 법안 내용을 정확히 이해해 어린이 교통안전을 어떻게 강화해야 할지에 대한 후속 논의가 필요한 자리에 처벌에 대한 두려움과 입법 과정에 대한 아쉬움이 자리잡았다. 민식이법을 낳기까지 우리가 무엇을 놓쳤기에 이런 논란이 일어나는 것일까.

9살의 나이로 스쿨존 사고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고 김민식군의 이름을 딴 '민식이법'이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9살의 나이로 스쿨존 사고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고 김민식군의 이름을 딴 '민식이법'이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한때는 민식이법을 청원하는 김민식군의 부모에 공감했던 여론이 이제는 '악법'이라고 비판하며 찬반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일명 '민식이법'의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어린이보호구역 내 신호등과 과속 단속 카메라 설치 의무화 등이 담긴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어린이 치사 사고가 나면 가해자에게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처벌 수위를 올린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특가법) 개정안'이 있다. 이로 인해 어린이 치상 사고에는 1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스쿨존 어린이 교통안전 강화를 위한 '민식이법'이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지난 11일 오후 대전 서구 둔산 초등학교 앞 스쿨존에서 둔산 경찰서 교통안전계 경찰이 과속단속 카메라를 설치해 과속 차량을 단속을 하고 있다. 대전시는 경찰과 '민식이법' 관련 예산이 반영되는 대로 과속단속 카메라 및 신호등 설치 등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충남도는 오는 2022년까지 도내 모든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에 자동차 무인과속단속카메라를 설치한다고 밝혔다./사진=뉴스1

'민식이부모법', '운전자보호법' 등장해야…비판 커져
고 김민식군은 9월11일 충남 아산의 한 스쿨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김 군의 부모는 스쿨존에서 어린이가 사망하는 사고를 막아 달라 호소했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청와대 청원 글은 게시 9일 만에 20만 명의 동의를 얻기도 했다.

그러나 해당 법안이 '악법'이라는 의견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퍼져나가 법 통과된 다음 날인 11일에는 '민식이법의 개정과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 어린이를 보호할 실질적 방안을 요청합니다'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인은 "일명 민식이법이 통과됐지만 운전자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어린이를 보호하는 취지에는 보행자나 운전자 모두 깊게 통감할 것이지만, 그 형량이 형평에 어긋났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은 채 운전자만을 엄벌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며 "민식이법의 개정과 어린이를 보호할 수 있는 실질적인 개선 방안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청원인이 제안한 실질적 방안에는 △스쿨존 불법 주정차 단속 카메라 설치 및 단속강화 △스쿨존 펜스 설치 의무화 △통학시간 대 스쿨존 내 보호인력 마련 △어린이 및 보호자 동반 교통안전교육 강화 △스쿨존 교차로 부근 횡단보도 위치 이동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 일시 정지 의무 강화 등이 거론됐다.

다수의 누리꾼들도 "민식이법만 통과될 것이 아니라 '민식이부모법(교통안전 등에 대해 교육하는 부모의 의무를 법으로 규정함)'도 통과돼야 한다", "이젠 스쿨존에서는 차에서 내려 손으로 밀면서 다녀야 한다", "스쿨존에서 규정 속도로 달리다 갑자기 튀어나온 아이로 인해 과한 형벌을 받게 되는 운전자보호법은 없나", "아이가 죽은 것은 안타깝지만 형량이 너무 과하다고 생각한다"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당시 본회의에서 '민식이법'에 반대표를 던진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도 "형벌 비례성의 원칙에 대한 소신을 지키기 위해 반대표를 던졌다"고 밝히며 "교통사고로 사망을 야기한 과실이 사실상 살인행위와 비슷한 음주운전 사망사고, 강도·강간 등 중범죄의 형량과 비슷하거나 더 높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9살의 나이로 스쿨존 사고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고 김민식군의 이름을 딴 '민식이법'이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민식이법이 악법? 운전자 중심 사고부터 고쳐야…
민식이법을 '악법'으로 칭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도 있었다. 누리꾼 중에는 민식이법을 향한 비판이 지나친 운전자 중심적 사고라는 지적도 있었다.

누리꾼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운전자 중심 사고부터 고쳐야된다고 생각한다. 그게 시작이다"며 "스쿨존 횡단보도에서는 한 번 멈추고 가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다들 운전자 입장에서만 애들 튀어나오면 어쩌냐고 생각하는데, 그런 애들이 많이 다니니 스쿨존이라고 생각하고 운전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어릴 적 교통사고 경험이 있다고 밝힌 누리꾼 B씨는 "킥보드를 타고 골목길에서 나오다 용달차와 부딪혀 20여미터를 날아갔다"며 "배달 차, 면허 차 등의 운전자는 미친 듯이 속도를 내 달리는 경우가 많다. 아이가 있는 곳은 방어 운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통과된 민식이법을 살펴보면 모든 어린이 교통사고가 위와 같은 처벌을 받는 것은 아니다. 운전자가 도로교통법 제12조 제3항에 따른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같은 조 제1항에 따른 조치를 준수하고 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해야 할 의무를 위반해 어린이에게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1항의 죄를 범한 경우에만 해당한다. 즉, '민식이법'의 적용 대상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규정 속도 시속 30㎞를 초과하거나 안전운전 의무를 소홀히 해 13세 미만 어린이를 죽거나 다치게 한 경우로 해석된다.

이길우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는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민식이법으로 인해 운전자가 다 범죄자가 된다는 것은 조금 잘못된 해석이라고 생각한다"며 "특가법이 적용되는 건 사망사고나 과실이 중한 사고로 전방을 주시하며 정속으로 운전하다 아이와 교통사고가 난다면 사망까지 이르긴 어렵다"고 전했다.

이어 "김민식군의 사고 영상을 보면 갑자기 튀어나온 김민식군을 운전자가 물리적으로 피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지만 사고 지점은 횡단보도이며, 정차된 차 사이에서 충분히 사람이 튀어나올 수 있다는 걸 예측할 수 있다"며 "아이들이 통행하는 스쿨존에서 전방을 잘 주시하고 속도를 줄이라는 뜻에서 법안을 해석해야지 운전자 전부를 범죄자 만들려는 악법이라고 칭하는 건 옳지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또한 "민식이법이 통과돼 스쿨존에서 운전자들이 더욱 주의할 수 있게 될 것이고, 사망사고 등 각종 사고가 많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면서도 "특가법에 '일반 과실' 대신 '중과실'이 들어갔으면 법에 대한 해석의 여지가 더욱 넓어졌을 것이라는 아쉬움은 있지만 이런 점은 개정해나가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단비 인턴기자 kdb@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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