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제일 가난한 韓노인들" 노인고용률 세계 2위의 그늘

이창환 입력 2019. 12. 1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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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고용률 OECD 2위라는데..반갑지 않은 이유
소득수준 낮은 노인들 일자리 찾아 나섰기 때문에

[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우리나라 노인들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소득 수준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빈곤한 노인들이 고용시장에 몰리면서 노인 고용률도 OECD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이들이 주로 임시ㆍ일용직 등 질낮은 일자리에 몰리고 있어 빈곤과 사회적 고립이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한국고용정보원의 '고용동향 브리프, 65세 이상 고령층의 노동시장 참여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층의 고용률은 31.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 두번째로 높았다. OECD 평균 14.9%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우리보다 고령층 고용률이 높은 나라는 아이슬란드(37.4%) 뿐이었다.

지난 10월말 기준으로 65세 이상 취업자는 전체 취업자의 9.3%에 해당하는 252만1000여명에 달했다. 전체 취업자 중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5년 7.6%에서 2017년 8.1%, 지난해 8.6% 등 매년 크게 상승하고 있다.

◆생계 위해 일자리 찾는 노인들=노인들이 고용시장에 뛰어드는 가장 큰 이유는 소득이 부족하거나 거의 없기 때문이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전일 공개한 'OECD 통계에서 나타난 한국 노인의 삶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OECD에서 집계한 2016년 기준 한국 노인의 소득빈곤율은 43.8%에 이른다.

이는 65세 이상 전체 노인 중 43.8%가 중위소득 50% 미만의 소득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중위소득은 소득순으로 순위를 매긴 후 한 가운데 있는 수준의 소득을 의미한다. 한국 노인의 소득빈곤율은 OECD 평균 13.5%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으로 전체 회원국 중 1위다.

국내 조사에서도 노인들의 소득빈곤 문제가 드러난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2019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인구의 51.4%는 준비능력 부족 등의 이유로 노후준비가 안돼 있거나 안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65세 이상 고령층의 직업선택의 주된 요인은 수입(39.5%)이었으며 그 다음으로 안정성(28.1%)이었다. 노인들이 일자리를 찾는 주된 이유가 소득이 부족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윤정혜 한국고용정보원 전임연구원은 "통계청 조사 결과는 노후준비가 안된 고령자들이 수입을 목적으로 노동시장에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노인들의 사회적 고립도가 높은 점도 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나서게 만든 원인으로 꼽힌다.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경우, 갑자기 많은 돈을 빌려야 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경우가 66.6%에 달했다.

몸이 아플 때 집안일을 부탁할 사람이 없다는 경우는 25.5%, 속을 터놓고 이야기할 상대가 없다고 답변한 경우가 27.4%였다. 사회나 가족 등에 기댈 곳 없는 노인들 상당수가 스스로 돈을 벌기 위해 고용시장으로 나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단기 일자리'정책으론 한계=문제는 이들이 고용시장에서도 제대로된 일자리 보다는 비정규직이나 일용직, 저임금 일자리에 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8월 기준 65세 이상 고령층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중은 83.2%에 달했다.

65세 이상 비정규직 비중은 2017년 76.2%에서 작년 78.4% 등 매년 상승세다. 정부가 고용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재정을 풀어 초단기 노인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있는 영향도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고 노인들이 급증하면서 이같은 문제는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노인들의 빈곤과 사회적 고립에 대한 범정부적 관심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시연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한국 노인들은 공적연금 수급률이 낮고 정기적이고 안정적인 소득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양질의 지속가능한 고령자용 일자리가 마련될 수 있도록 범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원 조사관은 특히 "노인인구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기초연금액의 인상이나 공공근로 일자리 증대와 같은 방안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커뮤니티케어를 통한 보건복지서비스 제공이나 지역사회 노인인프라 강화와 같은 노인에 대한 다차원적인 지원수준을 높일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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