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멍들이는 '男女 편가르기'

유병돈 2019. 12. 13. 11:3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여성은 남성 위주의 사회에 반발하며 그 수혜자인 남성에게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낸다.

남성은 성별로 얻은 이익도 없는데 공격 대상이 됐다며 여성을 향해 반격한다.

젠더갈등은 현재 한국 사회에서 가장 첨예하며 해법이 보이지 않는 갈등으로 폭넓게 자리 잡았다.

이 사건은 애초 A씨 아내가 청와대 청원글을 올린 후 1ㆍ2심 판결을 규탄하는 남성의 집회와 이를 비판하는 여성들의 집회가 동시에 열리면서 최근 젠더 갈등의 핵으로 떠올랐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혐오사회 <4> 젠더 갈등
1년여간 화제 사회 주제
70%가 남녀갈등 내용
곰탕집 성추행 사건에
페미니즘강의 논란
젠더 갈등 극에 달해
전문가들도 해법 못내놔
"편 가르기는 인간 본성
집단 목소리 내다 갈등 증폭"

[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여성은 남성 위주의 사회에 반발하며 그 수혜자인 남성에게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낸다. 남성은 성별로 얻은 이익도 없는데 공격 대상이 됐다며 여성을 향해 반격한다. 거부감은 적대감과 혐오로 번진다. 젠더갈등은 현재 한국 사회에서 가장 첨예하며 해법이 보이지 않는 갈등으로 폭넓게 자리 잡았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12일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했다. 이른바 '곰탕집 성추행' 사건. 법원이 유죄의 근거로 삼은 건 CCTV 화면 등 직접적 증거가 아닌 '피해자의 진술'이었다.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며,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다"면서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그 진술의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하면 안 된다"고 했다.

이 사건은 애초 A씨 아내가 청와대 청원글을 올린 후 1ㆍ2심 판결을 규탄하는 남성의 집회와 이를 비판하는 여성들의 집회가 동시에 열리면서 최근 젠더 갈등의 핵으로 떠올랐다. 그러던 중 나온 대법원의 최종 유죄 판결은 이 갈등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당연하며 합리적인 단죄'라는 목소리와 '여성의 말만 믿어주는 재판은 부당하다'는 의견이 온라인 상에서 뜨겁게 격돌하며 출구 없는 젠더 갈등은 극을 향해 치닫고 있다.

2017년6월부터 지난해 12월 말까지 온라인 상에서 화제가 됐던 사회 주제 가운데 70%가 남녀갈등 관련 내용이었다. 2015년 상반기부터 2016년 상반기까지 비율(31.0%)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젠더 갈등은 이념이나 세대 갈등보다도 더 빈번하고 뜨겁게 타오른다.

최근 미투ㆍ몰카ㆍ성폭력 사건 등을 소재로 한 젠더 갈등은 특히 2030세대에서 심각한 양상을 보인다. 양극단 커뮤니티인 일베(일간베스트)와 워마드를 통해 혐오는 표현되고 확산된다.

갈등은 컴퓨터 화면을 뛰쳐나와 현실에서도 충돌한다. 최근 충북대에서는 '페미니즘 철학의 이해' 강의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일부 네티즌들이 '수강 시 취직에 불리할 것'이라며 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을 공격하면서다. 해당 강의는 인원수 미달로 폐강 위기에 몰렸다 겨우 개설됐지만 이후에도 '페미니스트들은 뇌가 없다'는 등 모욕적인 댓글이 여전히 달리고 있다. 최근 서울 인헌고등학교에선 '페미니즘'이 아닌 '성 평화'를 주창하는 자율동아리를 학교 측이 폐쇄하면서 논란이 됐다. 이에 학생들은 학교 인근과 시내 등지에서 '성 평화 풍선 퍼레이드' 집회를 열고 학교 측의 조치를 '페미니즘 사상 독재'라고 규탄하기도 했다.

극심한 사회 갈등에 대한 해법을 놓고선 전문가들도 사실 뾰족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는 과정에서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다'는 정도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편 가르기'는 인간의 본성"이라면서 "우리 사회가 집단주의 사회다보니 집단으로 목소리를 내는 과정에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