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민식이법', 우리가 놓친 것들

조철희 , 백지수 기자 2019. 12. 13.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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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국회 법안 심의, 대안 논의 과정서 충실함 놓쳐..법안 본뜻 이해 노력도 부족

[편집자주]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민식이법에 대한 논란이 과잉처벌, 악법 주장에 이어 보수·진보간 진영대결과 이념논쟁으로까지 확산됐다. 법안 내용을 정확히 이해해 어린이 교통안전을 어떻게 강화해야 할지에 대한 후속 논의가 필요한 자리에 처벌에 대한 두려움과 입법 과정에 대한 아쉬움이 자리잡았다. 민식이법을 낳기까지 우리가 무엇을 놓쳤기에 이런 논란이 일어나는 것일까.

(대전=뉴스1) 주기철 기자 = 스쿨존 어린이 교통안전 강화를 위한 '민식이법'이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11일 오후 대전 서구 둔산 초등학교 앞 스쿨존에서 둔산 경찰서 교통안전계 경찰이 과속단속 카메라를 설치해 과속 차량을 단속을 하고 있다. 대전시는 경찰과 '민식이법' 관련 예산이 반영되는 대로 과속단속 카메라 및 신호등 설치 등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충남도는 오는 2022년까지 도내 모든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에 자동차 무인과속단속카메라를 설치한다고 밝혔다. 2019.12.1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민식이법’. 어린이들은 철석같이 믿고 지나는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어른들의 부주의로 일어나는 사고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안타깝게 쓰러진 어린 생명의 소중함을 잊지 않고자 우리 사회는 법을 강화해 좀 더 단단한 약속을 했지만 입법 과정에서 여러 가지를 빠트렸다. 결과를 두고도 중요한 본질을 놓치고 있다.

민식이법을 둘러싼 논란은 정치권이 입법 과정에서 법안 취지의 곡해 가능성을 막을 수 있는 치밀한 논의를 못한 데 따른 당연한 결과다. ‘처벌’보다 ‘예방’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한 탓도 있다.

20대 국회가 끊임없는 정쟁으로 역대 최저 법안처리율을 기록하는 상황에서 법안 통과가 절실하긴 했다. 하지만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 개정안을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채 몇 분도 심의하지 않았던 점, 여야가 어린이 교통안전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 논의를 함께 한 적이 한번도 없는 점 등은 입법기관이 진짜 해야 할 일들을 놓친 것이다.

◇진영 대결로 번진 민식이법 논란=지난 9월 김민식군이 당시 9세의 나이로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사망한지 한달 후 이 지역 국회의원인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아산시을)과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아산시갑)은 김군 부모님 등의 의견을 반영해 도로교통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 즉 민식이법을 각각 발의했다.

어린이보호구역 내 과속 단속 카메라 설치 의무화, 사고 가해자 처벌 강화 등의 내용이었다.

행정안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가 이들 법안들을 각각 심사해 만든 대안은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어린이보호구역 내 어린이 치사 사고 가해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을, 치상 사고 가해자는 1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 벌금 처벌을 받는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선 “아이가 갑자기 튀어나와 사고가 나도 무조건 운전자 과실로 가중처벌을 받는다”, “애매한 안전 유의로 운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독박’을 씌우는 법” 등의 주장이 나왔다.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사고를 내면 무조건 감옥에 간다”는 일부 보수층 주장과 “어린이 안전 사고에 대해 엄중하자는 취지를 스치기만 해도 징역을 산다는 가짜뉴스로 훼손하고 있다”는 진보층 반박이 충돌했다.

민식이법 통과 이전에도 경찰은 어린이들이 언제든 뛰쳐나올 수 있으니 고도의 주의를 갖고 방어운전을 해야 한다고 계도했고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운전 부주의에 따른 사고는 기존 법으로도 엄한 처벌을 받았다. 운전 부주의는 앞을 보지 않고 휴대폰을 만지는 행위 등으로 판단됐고, 강한 처벌이 나올지는 운전자 과실 여부나 유형을 사안마다 판결하는 법원에 달렸다.

민식이법도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규정 속도 시속 30㎞를 초과하는 등 안전 유의 의무를 지키지 않아 13세 미만 어린이를 죽거나 다치게 했을 때가 처벌 대상으로 모든 사고를 가중처벌하는 것은 아니다. 시속 30㎞ 이하로 서행하다 어린이 충돌 사고가 나더라도 실제 사망 사고가 날 가능성도 적다.

가중처벌 해석 논란을 떠나 법안 내용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놓친 것은 법을 만든 국회도 마찬가지다. 지난 10일 본회의장에서 투표한 의원들조차 법안 내용을 잘 알지 못했다는 고백이 나올 정도다.

◇국회의원들도 놓친 법안 내용=특가법 개정안에 반대표를 던진 홍철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본회의 당시 예산안 처리와 맞물려 뒤죽박죽으로 법안들을 급하게 올리다 보니 법안 요지가 담긴 서면 자료도 제공되지 않았다”며 “많은 의원들이 정확한 내용을 모르고 표결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이 소관하는 상임위 법안이 아닐 때, 특히 비쟁점법안인 경우 본회의에 상정되더라도 법안 내용을 상세히 알지 못하는 의원들이 적잖은 게 현실이다. 그래서 국회 상임위 법안 심의가 매우 중요하다.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은 본회의에서 거의 모두 그대로 통과된다.

그러나 이번에는 소관 상임위도 매우 성급했다. 특가법 개정안은 법사위에서 소위 심사도 거치지 않고 11월 29일 전체회의에서 바로 의결됐다. 당시 대표발의 의원의 제안설명이나 위원장의 대안 설명도 없었다. 대체토론도 1분 만에 끝났다.

현재 논란이 되는 처벌 형량에 대해 의원들의 고민은 없었다. 법무부와 법원도 마찬가지였다.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엔 국회가 입법 재량에 따라 민식이법을 입법할 수 있다는 원론적 답변만 답았다.

◇형량 강화 이외 대안 논의 부재=민식이법이 처음부터 눈길을 끈 것은 아니다. 법안이 발의됐던 10월은 ‘조국 이슈’가 국회의 블랙홀이었다. 그러다 11월 문재인 대통령이 “운전자들이 어린이보호구역을 쉽게 인식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 실행하라”고 정부에 지시하자 국회 입법이 급물살을 탔다.

한 국회 관계자는 “솔직히 국회가 민식이법을 심도 있게 논의하지 않던 상황에서 대통령이 말 한마디 하는 바람에 상황이 급변한 것”이라며 “그러면서 여론이 쏠리면서 상황이 급물살을 탄 것”이라고 말했다.

법안을 발의한 이명수 의원도 이런 대목에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대통령이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해서 국회가 서둘러서 한 측면이 있는데 그런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며 “대통령이 관심을 가지면 하고, 관심을 안가지면 안할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처럼 성급해서 놓친 아쉬운 점들이 적잖다. 민식이법과 ‘하준이법’(주차장법 개정안) 등 어린이 교통안전 법안들을 모두 한데 모아 총체적인 토론과 논의를 통해 각 법안들을 보완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민식이법 입법 과정에 참여한 국회 관계자는 “국회 법안 심의 과정에서 통학차량이 정차돼 있으면 일반차량들이 모두 정지하는 해외 교통문화 등을 적극적으로 접목하는 논의가 있었다면 형량 강화가 아니더라도 더 큰 개선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훈식 의원은 법안 논란에 대해 “과하다는 일부 시각이 있는데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법안 취지와 다르게 진영간 대결로 가는 부분과 논쟁은 안타깝다”며 “과정의 진통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번 입법이 반드시 어린이 교통안전 기준을 높이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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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철희 , 백지수 기자 samsar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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