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달간 훔쳐본 '창 밖의 남자'..문 안 열었으니 무죄?

윤정혜 입력 2019. 12. 13. 19:52 수정 2019. 12. 13.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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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밤마다 누군가 창문 밖에서, 나를 훔쳐보고 있다면 어떨까요?

실제로 한 20대 여성이 무려 석 달 동안 이런 일을 당했습니다.

직접 CCTV 영상까지 구해서, '창 밖의 남자'를 경찰에 신고 했는데, 돌아온 답변은 '죄가 없다'…였습니다.

윤정혜 기자가 취재 했습니다.

◀ 리포트 ▶

캄캄한 밤, 골목으로 들어선 한 남성.

빌라 모퉁이에서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더니, 이내 반지하 방 창문을 유심히 들여다봅니다.

20대 여성이 사는 곳입니다.

허리를 숙여 보다가, 아예 엎드려 기어가는 자세로 창문 틈을 훔쳐봅니다.

결국 방에 있던 여성의 눈과 마주쳤습니다.

[김 모 씨/피해 여성] "약간 틈새가 있는데 거기로 사람 얼굴이 이렇게 불쑥 나타난 걸 보고, 뒤에 아저씨 얼굴 이렇게… 그날도 진짜 악몽 꿨어요."

직접 CCTV를 확보해 살펴보니, 이미 석 달 전부터 이 창문 앞을 기웃거렸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인기척이 있으면 자리를 잠시 피했다가 또 돌아와 창문 앞에 바짝 엎드려 들여다봤습니다.

[김 모 씨/피해 여성] "너무 놀랐죠. 제가 그 이후로 정말 정신병원에 가야 되나 싶을 정도로 너무 잠도 못자고."

결국 피해 여성의 남자친구가 현장에서 직접 붙잡아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그런데 경찰은 신고 3개월만에 훔쳐보기만으론 죄가 안된다며 수사 종결을 통보했습니다.

[서울 동대문경찰서 관계자] "주거에 들어간 것도 아니고, 창문에서 이렇게 엿본 거라. 문을 열었다든가 그 때 당시 우리가 봤을 때 그런 거는 없었거든요."

또 그냥 길가를 지나다 창문 있으니 본거라며 고의성도 없어보였다고 했습니다.

[수사 관계자/서울 동대문경찰서] "이게 (창문이) 노상하고 붙어있거든요. 왕래가 가능한 데거든 사람들이 아무나. 담배 피우다가 이런 상황이어서."

하지만 남성이 들여다본 창문은 빌라 주차장 안으로 일부러 들어와야만 볼 수 있습니다.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다는 경찰의 반응에 되레 보복을 당하는 건 아닌지 하루하루 불안을 겪던 피해 여성은 결국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김 모 씨/피해자] "일부러 이사 갈 때도 고층으로 알아봤어요. 그냥 내가 피해서 살아야 되는구나. 저 혼자 피하고 살면, 나 혼자 조심하고 그러면 되지, 하면서 그냥 포기하게 돼요. 점점."

MBC뉴스 윤정혜입니다.

(영상취재: 한재훈 / 영상편집: 정소민)

윤정혜 기자 (jump@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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