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호남 유리하게 바꾼 '선거구 획정 인구기준'.. 선거법 규정 곳곳 위반

김동하 기자 입력 2019.12.14.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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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줄어드는 곳 통폐합 막으려 4+1, 편법으로 만든 개정안 합의
선거법엔 '최근 통계로 한다' 명시.. '1년전 지역구 확정' 조항과도 배치

더불어민주당과 범여 군소 정당들은 13일 선거법 개정안 협상을 벌이면서 선거구 획정에 필요한 인구 기준을 '선거일 전 3년 평균'으로 바꾸는 데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례대표를 누가 더 많이 차지하느냐의 문제인 '연동률'과 달리, '호남 지역구 감소'를 막기 위한 인구 기준 변경에는 쉽게 합의했다. 그러나 새 인구 기준은 현행 선거법의 다른 조항들과 정면 충돌해 논란이 되고 있다. "선거법 협상이 막판에 산으로 가면서 온갖 무리수가 동원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당초 '4+1 협의체'(민주당, 바른미래당 당권파, 정의당, 민주평화당+대안신당)가 패스트트랙에 올린 선거법 개정안 원안에는 현행 선거법처럼 인구 기준이 '선거일 전 15개월'로 돼 있었다. 이를 '3년 평균'으로 바꾸면 인구가 감소세인 호남의 지역구별 인구는 올라가게 된다. 선거구 통폐합 대상에서 빠질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4+1 협의체'에 참여하는 상당수 의원은 호남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4+1 협의체는 당초 인구 기준 '3년 평균'을 선거법 부칙으로 신설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최근엔 아예 선거법 자체를 개정하는 방안을 유력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부칙으로 하면 임시방편에 그칠 수 있어 선거법 자체를 개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지난 20대 총선에서 선거구 획정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4+1의 인구 기준 변경 조항은 현행 선거법 조항과는 곳곳에서 어긋나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우선 인구 기준을 '최근 인구 통계에 의한다'고 규정한 선거법 4조와 충돌한다. 1996년 총선부터 대부분 인구 기준일은 선거 전년도의 10월이나 12월이었다. 총선 때마다 자당의 지역구 통폐합을 막기 위해 기준 시점을 두세 달 정도 변경하는 전례는 있었다. 하지만 이번처럼 선거 2~3년 전 인구까지 반영한 전례는 없었다.

지난 2016년 선거법상 인구 기준을 '선거일 전 15개월'로 지정한 배경도, 선거 일정을 감안해 가장 최근의 인구 데이터로 선거구를 조정하라는 '입법 취지'와 관련이 있다. 선거법이 '지역구를 선거일 전 1년까지 확정해야 한다'고 돼 있는 만큼, 그 3개월 전의 인구를 반영하도록 한 것이다.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활동했던 한 관계자는 "올해도 선거구 획정 시한이 지켜지지 않았는데 그렇다면 2019년 말 인구를 반영하는 게 맞지 2~3년 전 인구까지 끌어오는 건 입법 취지에 어긋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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