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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지 못하는 질병, 저장강박증을 아시나요?

by. 민준영 입력 2019.12.15. 00:13 수정 2019.12.17.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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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없는 물건도 쌓아두는 병 '저장강박증
전세계 인구 5%가 앓고 있는 질환
수집을 취미로 하는 이들과는 다른 중상

얼마 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쓰레기 소굴을 연상시키는 원룸 사진 한 장이 공개되자 네티즌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물건이 산더미로 쌓여 발 디딜 틈조차 없는 모습에 일제히 경악할 수밖에 없던 것이다. 원룸 주인임을 밝힌 원글 게시자는 사진 속 방이 저장강박증에 시달린 환자의 방 모습이라고 소개했다.

저장강박증이란 버리는 것을 불안해하거나 스트레스를 받고 물건을 모으는 병을 말한다. 헌옷, 신문, 영수증부터 심한 경우 쓰레기까지 사용 여부에 관계없이 어떤 물건이든 모아놓는 정신질환이다. 커뮤니티에 소개된 환자의 경우 저장강박증 중증 환자여서 방 안을 가득 메울 정도로 쓰레기를 모아놓고 있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저장강박을 앓고 있는 환자의 방을 두 시간 가량 청소한 모습 (사진=소울드레서)

전 세계 인구 5%가 저장강박증

올해 발표한 부경대 이은경, 전종옥 교수의 연구논문에 의하면 지나친 소유욕이 저장강박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저장강박이 과거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 희소 질환이었지만 지금은 세계 인구의 5%가 저장강박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고했다.

저장강박증 환자들의 경우 지금 당장 필요가 없는데도 나중에 필요해질 수 있다는 불안감에 모아놓거나 이유 없이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앞선 사례와 같이 물건을 모아놓는 중증 질환만을 저장강박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정신병리학계에서는 저장강박에 정도의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저장강박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2010년 그리즈햄, 노르버그의 논문에는 한 가정에서 사용하지 않고 집안 깊숙이 넣어놓는 물건이 15% 정도라고 추산한 바 있다. 수집에 집착하는 이 병이 현대인들에게 보편화되고 있는 질환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저장강박증의 증세를 설명하면 크게 공감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한 온라인 카페 회원은 “운전 면허 학원에서 받은 도로주행 지도를 아직까지도 갖고 있다”며 “나름대로의 추억이라고 생각해 보관하고 있다”고 했다. 천경환(23·가명)씨 역시 영화관에서 하나 둘씩 빼오는 영화 포스터를 계속 모으고 있어 스스로 저장강박증을 의심했다. 그는 “나중에 보면 쓸 일이 없는데도 이유 없이 계속 모으고 있다”며 걱정하기도 했다. 저장강박증이라는 낯선 병명이 조금씩 알려지자 크고 작은 강박적인 행동에 저장강박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디지털 시대에 '디지털 저장강박증'도

쓸모없는 물건을 쌓아두는 강박증과 비슷하게 '디지털 저장강박증'까지 등장하고 있다. 핸드폰을 비롯한 전자기기에 불필요한 자료와 사진을 모아두는 강박증이다. 스마트폰으로 자료를 주고받고 소통이 정착한 시대에 저장강박증이 디지털 영역까지 확장한 것이다. 디지털 저장강박증의 경우 비슷한 사진 수십 장을 모아놓거나 몇 차례 수정을 거듭한 자료까지 지우지 못하고 놔두는 증세를 보인다.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직장인 류찬호(28)씨도 "스마트폰에 있는 사진을 지우자니 추억이 사라지는 것 같아 선뜻 지우지 못하는데 그런 사진이 수 천장이 넘어 용량이 부족할 정도"라고 공감했다.

하지만 단순히 영화 포스터를 모아놓거나 잊지 않기 위해 사진을 지우지 못하는 증세를 저장강박증이라고 진단할 수 는 없다. 천경환 씨와 류찬호 씨는 물겁 수집, 추억 공유에 흥미를 느낄 뿐 강박증과는 다른 유형이라고 볼 수 있다. 이재원 정신건강의학과 박사는 "너무 많은 물건을 쌓와놔서 원래 집에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거나 물건의 가치를 다했는데도 버리지 못하는 경우 저장강박증"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저장강박증의 증상도 이와 비슷하다 단편적으로 사진을 모아놓는게 문제가 아니다. 비슷한 사진이 수 백장이 있거나 수정을 거듭한 파일조차 지우지 못하는 경우 디지털에서 저장강박적 행동을 보인다고 볼 수 있다.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같은 내용의 파일을 다섯 군데 이상의 기기에 넣어놓는 경우 디지털 저장강박증이라고 의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없고 괴롭지 않으면 문제없지만 주변 사람들마저 간섭할 정도로 중증일 경우 치료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한 가지 치료법 보다 직접 물건을 치워보는 행동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하길 권고하고 있다.

저장강박증 환자들의 실태를 알아채고 이들의 주거환경을 개선시켜주는 지자체도 등장했다. 인천 계양구는 민·관·군이 협력해 해당 환자들의 주거환경을 관리하는 '힐링하우스'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환자들의 집에 방문해 불필요한 물건을 정리하고 청소와 방역 등을 통해 정리해주고 있다. 구 관계자는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에게 주거환경을 쾌적하게 유지하고 꾸준히 방문해 유지할 수 있도록 관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냅타임 민준영 기자

민준영 (minjy93@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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