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 수, 정원보다 적어" 고소전으로 번진 '학생 모시기'
상대 학교 허위 비방 홍보문 돌려
"신입생 유치 과열 양상이 빚은 갈등"
A 고등학교 일부 교사가 만들어 배포한 홍보물 제목은 ‘죽도 밥도 안 되는 B 고등학교의 한계’다. 여기서 죽은 정시, 밥은 수시를 뜻한다. 제목 아래로는 B 고등학교의 입시 결과와 그에 대한 원인 분석이 적혀 있다. 이 학교를 비방하는 내용이다.
홍보물에 기재된 B 고등학교의 입시 결과엔 ‘최근 2년간 정시·수시 서울대 입학자 수 0명’ ‘2020학년도 서울대 수시 1차 합격자 0명’ ‘재수 비율 영주 지역 고등학교 중 1위’ 등이 적혀 있다.
입시 결과의 원인 분석에는 ‘내신 나눠 먹기로 내신 성적이 낮음’ ‘B 고등학교의 논술 수업 특징은 자습 위주이고 개인 능력에 의존’ ‘내신 1~3.5 별로 없음’ ‘고급수학 수업 때 미적분(고2) 과정 가르치다 적발’ ‘상위권 수능 점수가 높지 않음’ 등 상당수 허위사실이 기재됐다.
B 고등학교 관계자는 “유인물 내용 대부분이 사실과 다르다”며 “터무니없는 허위 날조된 거짓말로 문서를 만들어 교직원과 재학생, 졸업생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학사업무를 방해했다”고 했다.
A 고등학교 측은 해당 교사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학교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A 고등학교는 교직원 일동 명의의 사과문을 통해 ‘(홍보물의) 모든 내용은 지나친 비방 의도를 갖고 본교 재직 교사가 작성 배포했다. 본교가 제공한 B 고등학교 관련 정보가 모두 허위사실임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경북교육청 관계자는 “경찰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그 결과에 따라 교육청도 자체 징계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영주시 관계자는 “신입생이 줄어들면서 일부 학교가 학급 수를 줄이자 교사들이 중학교 학생을 자녀로 두고 있는 집을 직접 찾아가 학생을 보내달라고 호소하는 일도 있다”고 전했다.
영주=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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