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갑자기 뛰어나오면.." 과잉처벌 논란 민식이법 개정 청원

권유진 2019. 12. 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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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 [연합뉴스]
어린이 교통사고 가해자 처벌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이른바 ‘민식이법’이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법 통과 이후에도 개정 청원이 올라오는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민식이법’은 2개의 법안으로 구성돼있다. ▶사고 예방을 위해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 과속 단속 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고 지방자치단체장이 신호등 등을 우선 설치하도록 하는 것(도로교통법 일부개정안)과 ▶스쿨존 내 사망사고 가해자의 가중처벌(특정범죄 가중처벌 법률개정안)이 핵심이다.

9월 충남 아산에서 김민식군이 스쿨존 횡단보도를 건너다 차에 치여 사망한 사고가 발생한 이후 그의 이름을 딴 ‘민식이법’이 발의됐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에서 민식군 부모가 첫번째 질문자로 나서면서 다수의 시민들이 법안의 취지에 공감을 표했다. 법안은 여ㆍ야를 막론한 찬성표를 받아 20대 정기국회 마지막 날 통과됐다.

대전 둔산경찰서 관계자가 11일 오후 서구 둔산동 한 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과속 차량을 단속하고 있다. 국회는 전날 스쿨존에 과속단속 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고, 스쿨존 내 사망사고 가해자를 가중처벌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민식이법'을 상정·처리했다. [연합뉴스]


“취지 공감하지만”…부작용 우려도
그러나 법안 통과 직후부터 ‘스쿨존 안에서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민식이법은 형평성과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가장 크게 논란이 되는 부분은 가중처벌 조항이다.

법안에 따르면 운전자가 스쿨존에서 제한속도 시속 30km를 초과하거나 안전 운전 의무를 소홀히 해 13세 미만 어린이를 숨지게 하면 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게 된다. 이 때문에 시속 30km라는 제한속도를 지켜도 사고가 나 어린이가 숨지면 '안전 의무 소홀'을 이유로 민식이법에 따른 가중처벌을 받게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제출했던 법안엔 '스쿨존 사망사고 가해자에 대해 3년 이상 징역'이 규정돼 있었지만, 국회 논의를 거쳐 제한속도와 안전운전 의무와 같은 조건이 붙었다.


“과실범에 무조건 징역은 형평성 문제 있어”
이에 대해 교통사건을 주로 맡는 한문철 변호사는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에서 “형평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무조건 3년 이상의 실형을 규정한 것은 다른 법과 비교했을 때 형평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한 변호사는 또 “피해자와 가해자의 과실 정도를 따져 피해자의 과실이 큰 경우엔 사망 사고라도 집행유예나 벌금형 등 여러 가지 선택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식이법이 아니더라도 가해자 과실이나 피해자 과실에 따라 기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으로 충분히 무겁게 처벌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일반적인 교통사고 가해자는 ‘고의범’이 아닌 ‘과실범’으로 분류된다. 사람을 고의로 해치려는 의도가 없다는 전제에서다. 그런 과실범인 교통사고 운전자를 살인이나 음주운전과 같이 ‘고의’ 행위가 포함된 범죄에 준하게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살인의 형량도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다.

'민식이법'을 개정해 달라고 요구하는 국민청원 [사진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 캡쳐]
법안 통과 하루 만인 11일에는 ‘민식이법’을 개정해달라는 국민청원도 올라왔다. 청원인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은 채 운전자만을 엄벌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어린이 보호라는 취지 고려해야"한다는 긍정론도
하지만 '어린이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일반적인 법 원칙만 고수하는 것보다는, 스쿨존에서라도 어린이들이 사고 없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게 하자는 취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경일 변호사는 YTN 라디오에 출연해 "어린이는 위험에 노출돼있는 사회적 약자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린이보호구역은 대개 최대 600m 정도다. 시속 20km로 운전해도 1분에 333m를 간다. 결국 1분 먼저 가느냐, 아니면 어린이 안전을 보호하느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길우 변호사도 "다른 범죄 유형들과의 형평성에 비춰봤을 때, 과실범에 대한 처벌이 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어린이 보호라는 필요성에 국민이 지지를 보낸 것이기 때문에 그런 취지는 이해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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