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인도 '화장실 혁명.. "위생문제 해결·국가 이미지 제고" [뉴스 인사이드]
◆독립보다 중요한 화장실
지난 10월2일 마하트마 간디의 탄생 150주년 기념식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노상 배변이 없는 나라’를 선언했다. 모디 총리는 “지난 60개월 동안 화장실 1억1000만개를 지어 6억명에게 보급했다”며 “우리의 성공에 세계가 놀라고 있다”고 자화자찬했다. 총리가 국경절 행사에 나서 성과를 자랑할 만큼 인도의 화장실 문제는 중대한 사안이다. 간디가 “독립보다 화장실이 중요하다”고 말했을 만큼 카스트 제도의 영향을 받은 신분차별 의식과 종교·문화적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노상 배변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모디 총리가 취임 첫해인 2014년 ‘노상 배변과의 전쟁’을 선언한 배경이다. 모디 총리는 1억개의 화장실을 지어 인도 전역의 청결과 위생 수준을 높이겠다는 ‘클린 인디아’ 캠페인을 약속했다. 실제 이 정책이 시행된 지난 5년간 59만9963개 마을에 총 1억74만8884개의 화장실이 새로 지어졌다. 인도 정부는 2014년 초 38.7%에 그쳤던 화장실 보급률이 캠페인 이후 98%까지 도달했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도 클린 인디아 정책으로 인도인 30만명이 설사와 영양실조에서 벗어나 목숨을 건졌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오래된 관습이 가장 큰 도전”
인도 정부의 발표와 달리 야외 배변 문화와 그로 인한 위생과 안전 문제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모디 총리의 ‘야외 배변 없는 나라’ 선언 한 달 전인 지난 9월 인도 중부 마디아프라데시주 바브케디의 한 길거리에서 온몸에 각목에 맞은 상처로 뒤덮인 10대 청소년 2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그들은 달리트 계급에 속한 아이들로 용변을 보러 길거리에 나갔다가 집단 구타를 당했다. 카스트 제도에서 비롯된 오랜 인습 탓에 불가촉천민의 공동화장실 사용을 막은 것이 이들을 죽음으로 내몬 것이다.
◆중국도 ‘화장실 혁명’
인도의 노상 배변만큼이나 지저분한 화장실로 악명 높았던 중국도 정부 주도의 강력한 ‘화장실 혁명’을 추진 중이다. 특히 관광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공중화장실이 주요 개선 대상이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지시로 2015년 4월 ‘공중화장실 개선 3개년 계획’을 세우고 200억위안(약 3조5000억원)을 투입해 6만8000개의 공중화장실을 짓거나 리모델링했다. 2018~2020년에도 중국 전역에 6만4000개의 관광지 화장실을 신축하거나 개조 공사를 할 예정이다.
화장실 문제의 중요성을 일찍이 깨닫고 공익사업에 뛰어든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는 빌앤드멀린다게이츠 재단을 통해 ‘화장실 재발명’ 프로젝트(위생개선연구사업)에 2억달러(약 2243억원)를 지원했다. 10여 년 전 회장직을 사임한 뒤 전 세계를 여행하던 게이츠가 저개발 국가의 열악한 위생 상태에 충격을 받은 것이 계기로 알려졌다. 화장실 보급에 세운 공을 인정해 모디 총리에게 지난 9월 ‘글로벌게이트키퍼상’을 수여하고, 중국 장쑤성의 한 초등학교에 새로운 ‘신기술 화장실’을 도입한 것도 게이츠 재단이다.
게이츠는 지난해 11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화장실개선사업 박람회에서 ‘인분’이 담긴 용기를 직접 들고나와 연설해 화제를 모았다. 그는 배설물 안에 “200조마리의 로타바이러스, 20억마리의 이질균, 10만마리의 기생충 알이 들어있다”면서 현대식 화장실이 없어 각종 위험에 노출되는 저개발 국가의 위생 문제를 지적했다.
게이츠는 또 태양광을 사용해 자가발전을 하거나, 배설물을 화학 분해해 깨끗한 물이나 전기 또는 비료로 만들어 재활용할 수 있는 ‘자급자족형 화장실’을 개발했다. 배설물에 있는 병원균은 전부 살균 소독되는 기능도 갖췄다. 이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게이츠는 “앞으로 2억달러(약 2243억원)를 추가로 투자해 자급형 화장실을 10년 안에 가난한 나라의 대중들에게 보급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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