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매운동에 수출규제 역풍 맞은 日..출구전략 세울까

김형욱 입력 2019. 12. 15. 13:57 수정 2019. 12. 15.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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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0월 수출 감소율 韓 7%↓ 日 14%↓
불매운동 여파로 일본측 수출 관광 직격탄
16일 3년만에 한·일 국장급 수출관리 정책 대화 개최
日경산성상 "대화로 문제 풀어 좋은 방향으로"
부산신항 컨테이너 터미널 모습. 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일본이 지난 7월 반도체 핵심 소제에 대한 대 한국 수출규제를 단행했으나 불매운동 역풍으로 오히려 더 큰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16일 한·일 수출관리 정책 대화가 3년만에 열리는 가운데 일본 당국이 ‘출구전략’을 모색할지 관심을 끈다.

15일 양국 정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 7~10월 일본의 대 한국 수출액 감소율은 우리나라의 대 일본 수출액 감소율의 두 배나 됐다. 이 기간 일본의 대 한국 수출액은 1조6433억엔(약 17조5600억원)으로 전년보다 14.0% 줄었다. 우리의 대 일본 수출액은 94억8000만달러(약 11조1100억원)로 전년보다 7.0% 줄었다.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국제무역 감소 흐름과 한일간 경제전쟁 여파로 서로에 대한 수출액이 모두 줄었으나 일본의 감소가 훨씬 두드러진 것이다. 우리나라에 일본은 중국, 미국, 베트남에 이은 네 번째 수출 대상국이지만 일본에 우리나라는 미국, 중국에 이은 3대 수출국이다.

[이데일리 김다은 기자] 한·일의 상대국에 대한 수출액 증감
우리나라 사회 전반으로 확산한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 여파로 풀이된다. 일본은 지난 7월1일 우리나라 신뢰 상실을 이유로 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 핵심 소재 3종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화한데 이어 전략물자 수출규제 우대국, 이른바 백색국가에서 제외했다. 우리 대법원의 일본 기업에 대한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빌미로 우리 핵심 산업에 차질을 주겠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왔다.

일본의 조치 이후 국내에선 대대적인 불매운동이 펼쳐졌다. 특히 맥주와 자동차, 의류 등 소비재에 대한 불매가 전방위로 확산됐다. 반대로 일본 수출허가 지연에 따른 국내 기업의 생산 차질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첫 규제 강화 대상이던 3개 품목도 우리 정부의 대 일본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전후해 드물게나마 허가를 내주고 있다.

오히려 일본 의존도가 높았던 소재·부품·장비 부문에 대한 자립화·다변화도 본격화했다. LG디스플레이는 10월께 국내 디스플레이·패널 공정에 필요한 불화수소를 100% 국산화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국산 불화수소 시험을 마치고 생산 라인 투입을 앞두고 있다. 산업부는 소재·부품·장비에 대한 지원 예산을 올해 6699억원에서 내년 1조2780억원으로 늘렸다. 일본 안팎에선 이대로면 일본의 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이 오히려 반도체·디스플레이의 ‘큰 손’인 국내 고객사를 잃으리란 우려가 나온다.

광복절인 지난 8월15일 충남 태안군 태안우체국 주차장에서 태안여성단체협의회(회장 박선의) 회원들이 일본제품 불매운동 캠페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양국은 이 가운데 16일 제7차 한·일 국장급 수출관리 정책 대화를 연다. 이번 만남은 지난달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종료하지 않기로 하면서 성사됐다. 2016년 6월 이후 중단됐던 양국 수출통제협의회의 연장선상이다. 일본은 규제 강화의 이유 중 하나로 이 대화의 중단을 꼽았었다.

일본은 이번 대화를 수출규제 갈등에 따른 불매운동 역풍에서 벗어날 계기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 수출액 감소 외에도 2020년 도쿄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갈등 장기화가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다. 일본은 2020년 방일 관광객 4000만명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추진해 왔으나 두 번째로 많던 한국인 방문객이 급감하면서 목표 달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가지야마 히로시(梶山弘志) 일본 경제산업상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한국 측 수출관리 제도와 운용 불충분 사항을 다룰 것”이라며 “그런 문제를 대화로 풀어낸다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겠나”며 문제 해결 의지를 내비쳤다.

우리 정부 역시 일본 수출규제 철회를 바라고 있다. 문제 장기화 땐 우리 기업의 핵심 소재·부품·장비 조달 불확실성이 가시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부는 이미 일본이 규제 강화 명분으로 삼은 전략물자 인력 보강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회의 한 번만으로 갈등이 풀릴 가능성은 낮지만 논의가 이어진다면 이달 말로 예상되는 한·일 정상회담 땐 긍정적 성과가 나올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만남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충분한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관이 지난달 2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전날 진행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의 ‘조건부 연기’ 결정에 따른 통상당국 간 수출규제 관련 과장급 대화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김형욱 (ne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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