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 논설위원이 간다] 윤석열의 칼, 청와대 '안방'까지 겨냥하나
조국의 검찰 진술 초미의 관심
우리들병원 정치자금 조성 의혹
검찰 "적폐수사는 현재 진행형"
문재인 정부 국정농단 의혹 사건
이들에 대한 법원 판결을 인용하면 ①지난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②유재수 전 부산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③우리들병원의 특혜성 대출 사건도 국정농단으로 규정될 소지가 크다. 한국당은 이미 ‘국정농단 3대 사건’으로 정의했다. 개별 사건만으로도 정권이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꺼번에 사건이 터지면서 정권 말기 현상을 연상케 한다. 개인 범죄의 성격이 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과는 질이 다르다는 얘기다. 청와대 요직을 지낸 특수통의 전직 검사는 “작금의 검찰 수사는 집권 3년 차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이 정부에 대한 피로증을 보여주고 있다. 정권 실세들의 연루 의혹이 확인되면 레임덕 현상이 가속화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먼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부터 살펴보자.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고래고기 사건에 따른 검경 갈등 때문에 울산에 갔다”고 말한 것은 이미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당시 민정수석실 직원들은 “노 실장의 해명은 명백한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때문에 세 가지 관점에서 의혹 제기가 가능하다. 첫째는 황운하 당시 울산경찰청장이 기획 수사를 했는지다. 둘째, 청와대가 직접 나서 수사를 종용하고 보고를 받는 등 관권 개입 여부다. 셋째는 이후 이같은 사실을 청와대가 은폐하고 보고서 등을 조작했는지다.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에서 앞으로 남은 조사 대상은 ‘조국+알파’이다. 조 전 장관은 지난해 민정수석 자격으로 유 전 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를 지시한 인물로 지목되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과연 ‘알파’가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일각에선 노무현 정부 때의 실세 인사 등 보고체계 밖의 인물이 거론되고 있다. 또 다른 한편에선 비서실장 또는 대통령 일가의 개입 의혹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확인된 것은 없다. 조 전 장관이 향후 소환 조사에서 어떤 진술을 할지가 초미의 관심이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은 이미 “수많은 곳에서 전화가 왔다”며 외부 압력 또는 민원설을 퍼트려 검찰 수사가 그에게서 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부산과는 어떤 인연도 없는 유씨가 부산 부시장으로 간 것도 정치적 힘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을 전후해 발생한 사건들을 복기하면 2016년 11월 9일 김경수 당시 국회의원은 드루킹 사무실을 방문해 댓글조작 시스템을 시연하는 것을 시작으로 대선 과정에서 불법 행위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 대한 탄핵 여론과 함께 수만 명의 사람들이 광화문에 몰려나와 촛불시위를 할 때 그는 정치적 승리를 위한 꼼수찾기에 몰두했던 것이다. 정부 출범과 함께 민정수석에 임명된 조국씨는 가족 명의로 펀드에 가입하고, 부인은 자문료와 이자 등의 명목으로 금전적 혜택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그는 죽창가를 외치며 반일운동을 독려했다. 환경부 장관 등은 블랙리스트 작성을 통해 공공기관장에 대한 사퇴 압력을 넣은 것으로 드러나 재판정에 섰다.
모든 사건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어디까지 수사를 할지도 주목을 받고 있다. 윤 총장 측근의 주장. “윤 총장은 박근혜 특검 수사팀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을 거치면서 전직이지만 대통령 두 명과 대법원장 한 명을 구속하는 경험을 했다. 그의 입장에선 검찰이 진정 나라를 위하려면 있는 그대로 수사를 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사건 앞에서 머뭇거리거나 주저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검찰 관계자는 “적폐 수사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고 했다.
검찰은 노무현 정부 때 대검 중수부의 대선자금 수사를 참고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캐비닛을 연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수사팀은 현직 대통령의 턱밑까지 수사의 칼날을 겨눴었다. 한때 법꾸라지라는 별명과 함께 정치적 지탄의 대상이 됐던 우 전 수석의 공소사실을 이 정부에 비교하면 어떤 평가를 받을까. 우 전 수석에 대한 재판이 따분하고 시시하게 느껴졌다.
■ 추미애 법무장관 후보자도 수사 대상될까
때문에 지난해 6월 지방선거 때 민주당 대표로 있었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연루 의혹이 나오는 것이다. 청와대의 기획에 따라 정부에선 환경부 장관이, 민주당에선 추 후보자 등이 지원 유세를 나갔다는 것이 야당이 제기하는 시나리오다. 추 후보자는 당시 울산 현지에 내려가 문재인 대통령과 송 시장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부각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진 추 후보자가 수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드루킹 사건에 대한 민주당 차원의 고발을 추 후보자가 주도한 점 등을 감안할 때 청와대와 긴밀한 협조관계를 맺은 것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추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 때도 탄핵에 찬성해 친문 세력의 집중적 공격 대상이 되기도 했었다. 검찰은 “확실한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조사에 나설 경우 정치적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야당과 언론의 전망에 동의하지 않았다.
」
박재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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