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기의 시시각각] 이권 챙기려 주권 파는 사람들

전영기 2019. 12. 16.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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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해괴한 입법거래의 암시장
정권 비리 눈감아주고 의석 챙겨
희대의 국회의장 문희상이 도와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국회에 법에도 없고 정치 관례에도 없는 ‘4+1’이라는 해괴한 물체가 돌아다니고 있다. 정의당(대표 심상정)+바른미래당(당권파·대표 손학규)+민주평화당(대표 정동영)+대안신당(대표 유성엽)이 4요, 더불어민주당(대표 이해찬)이 1이다. 이 물체는 의회 민주주의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입법부라는 국가 시스템을 붕괴시키고 있으니 유권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4+1은 스스로 ‘협의체’라고 부르는 국회 내 임의단체다. 임의단체가 마치 자기들이 국회법상 교섭단체인 듯이 의사일정을 논의하고, 국회 예결특위가 해야 할 신년도 예산안까지 심의하는 것은 물론 문희상이라는 희대의 국회의장의 도움을 받아 512조원을 그냥 통과시켜 버렸다. 512조원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돈이 아니다. 여야를 각각 지지하는 국민들이 자기 지갑에서 꺼내 주는 돈이다. 납세자 개개인의 피와 땀과 눈물이 밴 돈을 다루는 일이기에 예산안의 심의, 처리는 특별히 국민의 의사를 두루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로 예산결산특별위원회라는 법적 기구를 두었다.

똑같은 이유로 20석 이상의 의석을 가진 여야 교섭단체 대표들만 의사일정을 논의, 결정하는 법적 권한을 갖고 있다. 그런데 문희상 국회에서 뜬금없이 협의체라는 괴상한 물체가 등장해 제1 야당 교섭단체를 의사일정 논의에서도, 예산안 심의에서도 배제하고 자기들끼리 뚝딱 해치워 버렸다. 이런 일은 21세기 들어 처음 본다. 문희상을 희대의 국회의장이라고 한 이유다.

4+1 협의체의 행태는 4가 1에게 정권의 비리를 눈감아 주면 1이 4에게 돈과 자리를 챙겨주는 입법 거래처럼 보인다. 암시장 같다. 왜냐하면 법적 근거도 없고, 정치적 전례도 없는 것이 한국의 국민 예산을 실체적으로 주물렀기 때문이다. 행정부의 기획재정부 관료들이 참여한 예산 심의엔 속기록조차 없다고 한다. 국회의원들이야 면책특권이 있다지만 기재부 사람들은 훗날 직무상 위법 행위에 가담한 책임을 져야 할지 모른다. 모든 국법 행위는 문서로 남겨야 한다는 원칙이 헌법과 정부조직법에 담겨 있다는 사실을 직업 공무원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왜 입법거래인가. 4+1 임의단체는 자기들끼리 예산안을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 이제 준연동형 비례대표 선거법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법안 등을 또 강행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예산안과 선거법안은 권력을 쥔 민주당 1이 다른 4한테 돈과 자리를 나눠주는 안건이다. 호남에 핵심적 지역 기반을 둔 바른미래당 당권파와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그룹은 막대한 예산 폭탄을 맞고 행복해 했다. 정부 원안에도 없는 광주에 약 1000억원, 전남에 약 4000억원, 전북에 약 5000억원을 나눠 받았기 때문이다. 이런 돈벼락은 아마 국회가 생긴 이래 없었을 것이다. 선거법 역시 협의체 합의안대로 통과되면 정의당은 국회 의석 10여 개를 앉은 자리에서 공짜로 얻게 되며 심상정, 손학규, 정동영 같은 대표들은 지역구에서 떨어져도 비례대표 금배지를 달 수 있는 특혜를 받는다.

그렇다면 그 대가로 4는 민주당 1한테 무엇을 주는가. 공수처법을 찬성해 주기로 했다. 신설될 공수처는 검찰이 수사 중인 특정 사건을 언제든지 이첩받을 수 있게 된다. 윤석열 총장의 검찰이 현재 수사하고 있는 ‘조국 일가 비리’나 ‘백원우 경찰 하명’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사건 등은 다 공수처로 넘겨져 흐지부지될 게 뻔하다. 그래서 공수처에 대해 ‘문재인 정권 비리 보호처’라는 조롱이 나온다. 4는 유권자한테 위임받은 입법 주권을 돈과 자리를 얻는 대가로 1한테 팔아넘겼다고 봐야 한다. 결국 4+1 협의체는 주권을 팔아 이권을 매수하는 입법거래 암시장이다. 희대의 국회의장 문희상도 여당의 시녀 역할을 한 덕을 좀 볼 것이다. 아들이 민주당에서 공천을 받을 것이니. 도둑질 당한 주권은 어떻게 회수하나.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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