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창고같은 데로 불러 물 한잔 안내놨던 日, 이번엔 번듯한 사무실서 정장 차림으로 韓당국자 맞았다

도쿄/이하원 특파원 2019. 12. 16.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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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오전 10시부터 도쿄 경제산업성 본관 17층 대회의실에서 수출관리 전략대화 개시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국장(왼쪽)이 16일(현지시각) 일본 도쿄 경제산업성 17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7차 한·일 수출관리정책대화'에서 이다 요이치 일본 경제산업성 무역관리부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산업통상자원부 제공

한국과 일본이 16일 일본 도쿄에서 전략물자 수출 통제 관련 국장급 정책 대화에 들어갔다. 이번 국장급 대화에서는 일본 정부가 지난 7월 시행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의 수출 제한 조치와 8월부터 시행된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우대국) 제외 조치 철회 문제가 다뤄질 전망이다.

이날 회의는 오전 10시 일본 도쿄에 있는 경제산업성 청사에서 시작됐다. 한국 측에선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국장이, 일본 측에선 이다 요이치(飯田陽一) 경제산업성 무역관리부장이 대표로 참석했다.

한·일 양국은 지난 7월 12일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이후 한 차례 전략물자회의를 한 적이 있다. 과장급이 수석 대표를 맡았던 당시 회의는 경제산업성 별관 10층에서 열렸다. 창고같은 공간에 테이블 두개를 붙여서 회의장을 만드는 등 일본 정부의 냉기류가 물씬 풍겼다. 탁자 옆 화이트 보드엔 '수출 관리에 관한 사무적 설명회'라고 쓰인 A4용지 두 장을 프린트해서 붙여뒀다.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회의가 아닌 일본이 취한 조치에 대해 한국 측이 궁금한 게 있으면 설명하겠다는 뜻이었다.

당시 회의 테이블 위엔 물 한 잔도 놓여 있지 않았다. 한여름 정장 재킷에 넥타이를 맨 한국 정부 관계자와 달리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반팔 셔츠에 노타이 차림이었다. 회의장에서 통상적으로 진행하는 악수나 명함 교환 같은 인사도 없었다. 하지만 이날 회의는 지난 7월 회의보다 다소 누그러진 분위기였다. 회의 장소도 경산성 본관 17층 대회의실로 바뀌었다. 회의장에는 일본 경산청 측에서 커피와 생수 등 간단한 다과도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2일 한국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를 조건부로 유예하고 일본 정부도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한 국장급 대화에 나서기로 한 이후 달라진 양국 정부 분위기가 엿보였다.

회의 분위기는 지난 7월과 비교해 한층 나아졌지만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 조치를 당장 철회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가지야마 히로시(梶山弘志) 경제산업상은 지난 6일 "16일 정책대화에서 수출 규제 문제의 결론이 나올 가능성은 없다"고 했다. 일본 정부는 수출 규제 조치 이유에 대해 '양국 신뢰 관계 훼손'을 거론했다. 신뢰 관계 훼손이라는 표현 속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자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불만이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 정부가 강제징용자 배상 판결에 대한 해결 방안을 내놓기 전엔 수출 규제 조치를 철회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를 조건부로 연장하기로 한 후 중국 청두에서 열리는 한·일·중 정상회의 기간 한·일 정상회담을 추진하기로 한만큼 정상 간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섞인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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