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난장판' 만든 한국당 주최 집회 참가자들..'정치테러' 논란
[경향신문]
·한국당 주최 국회 집회 참가자들 ‘난동’
·정의당 대변인에겐 욕설·폭력 위협
·설훈·홍영표 등 민주당 의원 ‘봉변’
·한국당, 19일까지 매일 1000명 동원 계획
자유한국당이 16일 국회에서 주최한 집회 참가자들이 국회 본관 난입을 시도하면서 오후 7시 현재 8시간 가까이 국회 인근이 극심한 혼란에 빠져있다. 이들은 경찰이 수차례 해산을 요구하는데도 불구하고 국회 본관 앞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의원들을 직접적으로 위협해 ‘정치 테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20여개 보수성향 시민단체 연합인 반대한민국세력축출연대 소속 1000여명은 이날 오전 11시 한국당이 주최한 ‘공수처법·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에 참석했다가 경찰 저지선을 뚫고 국회 본관 진입을 시도했다.
반대한민국세력축출연대는 ‘좌파독재 연장 선거법 반대’ ‘공수처법 날치기 결사반대’ ‘문재인 퇴진’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경찰들을 밀어내려고 했다. 다수가 손에 태극기와 성조기, ‘자유결전가’란 노랫말이 적힌 팸플릿을 들었고, 찬송가를 부르거나 기도문을 외우며 시위를 진행했다.
이들이 국회 동서남북 4면 문을 모두 봉쇄하려고 하면서 국회 곳곳에선 극심한 혼란이 벌어졌다. 경찰이 시위대 진입을 막기 위해 입구를 전면 통제하면서 국회나 정당 소속 직원들도 출입이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하지만 국회 밖에도 시위대가 속속 집결하고 있어 충돌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폭력도 난무했다. 이들은 같은 장소에서 선거제 개편을 요구하며 농성 중이던 정의당 강민진 대변인 등 6~7명에게 “빨갱이”라며 욕설을 퍼부었다. 한 참가자는 농성장으로 뛰어들어 폭력을 가하려고 하기도 했다.
강 대변인은 이날 오후 논평을 내고 당시 상황에 대해 “한 청년 당원은 따귀를 맞았고, 누군가는 머리채를 붙잡혔다.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장시간 퍼부었고, 얼굴에 침을 뱉기도 했다. 기물 파손 시도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이 설치한 천막을 지키던 각 당 당직자들도 위협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인 설훈 의원과 원내대표를 지낸 홍영표 의원은 국회 경내를 이동하다가 시위대에 둘러싸여 욕설을 듣는 등 ‘봉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설 의원은 시위대와 밀고 밀리는 와중에 안경이 바닥에 떨어졌다고 한다. 경찰이 이들 의원을 호위하면서 사태가 더 악화하지는 않았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민의의 전당 국회에서 국회의원을 상대로 백주대낮에 벌어진 정치테러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며 “폭도라고 규정할 수밖에 없는 한국당 집회 참석자들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이날 규탄대회에서 “주인이 내는 세금으로 움직이는 국회에 들어가겠다는데 국회 문을 걸어 잠그는 행동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교안 대표는 시위가 격화할 것을 우려한 듯 “불법이 있으면 안된다. 우리가 책 잡히면 안된다”고 했다.
반대한민국세력축출연대는 이날 시위를 앞두고 “한국당은 저들(민주당·정의당 등)과 분연히 맞서고 있으나 역부족인 듯하다. 우리 모두 거의 매일 사생결단의 각오로 국회로 향해야겠다”며 “한국당의 패스트트랙 저지 시위가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오전 11시에 거행된다. 첨병으로 나서자”고 선동했다.
국회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은 이날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에서 당원 등 1000여명 동원을 목표로 규탄대회를 준비했다고 알려졌다. 오는 19일까지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호남·충청·세종·강원·제주 등 순으로 매일 1000여명씩 동원할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허남설·심진용 기자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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