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150만원 기초생활 지원에도 '인천 父子'는 왜 배가 고팠을까

임재희 2019. 12. 17.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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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복지제도로 도울 방안" 주문
인천 父子 이미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원
다른 지원 어려워 취업 연계 등 고민 중
시민단체 "기초 생활 보장 수준 높여야"
박능후 장관 "복지효용 최대화가 원칙"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1017빈곤철폐의날 조직위원회 회원 등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동주민센터 앞에서 빈곤철폐의날을 맞아 기자회견을 열고 부양의무자기준, 장애등급제, 장애인 수용시설 완전 폐지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19.10.17. dahora83@newsis.com

[세종=뉴시스] 임재희 기자 = 지난 14일 배고픔에 인천의 한 마트에서 1만원 안팎의 우유와 사과 등을 훔치다 적발된 30대 A씨는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로 매월 150만원 가량을 지원받았는데도 왜 생활고에 시달려야 했을까.

문재인 대통령은 A씨 부자의 소식을 접한 뒤 복지제도를 통한 지원을 주문했지만, 복지당국은 이미 기초생활 수급자로 등록돼 있는 A씨 부자를 위한 제도적 지원 방안을 추가로 찾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에 시민단체 등에선 기초생활 보장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7일 경찰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인천시 한 마트에서 식료품 등을 훔치다 적발된 A씨는 기초생활 수급자로 매월 150만원 가량을 지원받고 있다.

4인 가구인 A씨는 2015년 11월부터 기초생활 수급자로 선정, 올해는 생계급여와 주거급여 등 지원 대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생계급여는 4인 가구 기준 138만4061원이다.

문 대통령은 16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정부와 지자체(지방자치단체)는 시민들의 온정에만 기대지 말고 복지제도를 통해 제도적으로 도울 길이 있는지 적극적으로 살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는 해결 방안을 찾고 있지만 제도적 지원이 쉽지 않아 난감한 상황이다.

해당 가구가 지원 가능 여부를 알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나 소득상 지원 대상인데도 가족 중에 소득이나 재산 등 부양할 능력이 있어 수급 대상에서 탈락하는 '비수급 빈곤층'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 우선 A씨가 일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만큼 지자체 차원에서 일자리 연계를 지원하고 해당 가구 상황을 살펴보기로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분께서 일하고 싶다는 의욕이 강한 만큼 지자체에서 일자리를 연계해주는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며 "건강 상태나 아이들 양육 상황 등을 살펴 일자리를 연계해 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민간 복지 자원과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이 과정에서 해당 가구 아동이 심리적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세심하게 접근하기로 했다.

이처럼 기초생활 수급자인데도 최저 생활을 보장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자 현행 기초생활 보장 수준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일단 생계급여를 전액 받았다는 것은 사업, 재산 등에서 소득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선정기준이 곧 최저보장수준인 생계급여액은 선정기준액에서 해당 가구의 소득인정액을 차감하고 정부가 지원한다.

실제 지난해 김준희 성공회대 노동사회연구소 연구원이 기초생활 수급 30가구가 그해 2월부터 3월까지 두 달간 작성한 가계부를 분석한 결과 20가구의 가계수지가 적자였다. 월평균 적자 금액은 17만3470원이었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150만원이라 하면 많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실제 4인 가구가 아무런 소득이나 재산 없이 그 돈만으로 한 달을 생활해야 한다면 막막할 수밖에 없다"며 "다른 소득 없이 생계급여만으로 식비나 공과금, 냉·난방비, 통신비, 교통비 등을 모두 감당하는 건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와 함께 보장 수준을 지금보다 높여 더 많은 저소득층이 기초생활보장제도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복지부는 우선순위를 정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16일 기자간담회에서 "개별 정책을 하나하나 보면 각 대상을 확대하고 급여를 높여야 될 게 너무 많다"면서도 "그런데 재원은 한정돼 있어 결국 '어디에 우선적으로 쓰고 어디에 배분하는 것이 전체적인 효용과 국민 전체 복지를 최대화할 수 있는지'가 가장 큰 원칙"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초생활 수급을 받고 있는데도 우유를 훔친 사람을 구제하기 위해 (급여를) 인상할 것이냐', '(비수급 빈곤층 등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부양의무자를 완화할 것이냐' 하는 선택의 문제"라며 "우선 2022년까지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전히 없애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im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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