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군사동맹'은 없다".. 등거리 전략 선택한 베트남

정민승 2019. 12. 17.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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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ㆍ개방 정책인 도이머이(쇄신) 추진으로 전 세계 주요국들의 원조와 투자를 빨아들이며 급성장하면서도 외교적으로는 중립을 유지해온 베트남이 안보ㆍ국방분야에서도 중립과 실리주의 노선을 거듭 천명했다.

자원이 풍부한 남중국해(베트남명 비엔동)와 '세계의 공장'으로 주목받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을 끌어안기 위해 이미 미국과 중국 간 기세싸움이 치열한 만큼 베트남의 몸값은 더욱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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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백서 이어 국방차관 인터뷰서 실리주의 거듭 천명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창설 52주년을 맞아 지난 8월 8일 오전 베트남 외교부에서 열린 아세안기 게양식에서 임무를 마친 군의장대가 퇴장하고 있다. 베트남은 내년 아세안 의장국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을 동시에 맡는다. 하노이=정민승 특파원

개혁ㆍ개방 정책인 도이머이(쇄신) 추진으로 전 세계 주요국들의 원조와 투자를 빨아들이며 급성장하면서도 외교적으로는 중립을 유지해온 베트남이 안보ㆍ국방분야에서도 중립과 실리주의 노선을 거듭 천명했다. 자원이 풍부한 남중국해(베트남명 비엔동)와 ‘세계의 공장’으로 주목받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을 끌어안기 위해 이미 미국과 중국 간 기세싸움이 치열한 만큼 베트남의 몸값은 더욱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응우옌 찌 빈 베트남 국방차관은 17일 현지매체 VN익스프레스와의 인터뷰에서 “특정한 군사동맹에 가입하는 것은 베트남이 추구하는 평화와 정의, 각국과의 우호관계를 지속하는 데 있어 현실적이지 못하다”면서 “앞으로도 군사동맹에는 가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빈 차관은 이어 “군사동맹에 가입하지는 않더라도 베트남이 고립되는 것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방위협력에는 적극 참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국방ㆍ안보정책의 무게중심을 미중 양국 모두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데에 두겠다는 의미다. 실제 베트남은 지난해에 아세안 회원국 자격으로 중국이 주도하는 해상 합동훈련에 참가한 데 이어 올해에는 미국이 주도하는 해상 합동훈련에 참가했다.

베트남 현지 언론과 인터뷰 중인 응우옌 찌 빈 국방차관. VN익스프레스 캡처

베트남에서 군 수뇌부가 언론 인터뷰 형식을 빌어 국방ㆍ안보정책의 방향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빈 차관의 이번 발언은 특히 지난달 25일 10년만에 발행된 국방백서에서 베트남군이 ‘비동맹주의’를 견지할 것이라고 밝힌 입장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무역전쟁을 비롯해 각 분야에서 미중 간 글로벌 패권 경쟁이 격화하고 있고, 동남아시아와 아세안 국가들이 미중 격돌의 주요 전장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어느 한 쪽으로 기울지 않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한 것이다. 여기에는 베트남이 아세안의 맹주국이자 지정학적 요충지라는 점에 기인한 자신감도 깔려 있다.

이에 대해 하노이 외교가의 한 관계자는 “베트남은 지금까지 다른 나라와 군사동맹을 맺지 않고도 중국, 프랑스, 미국 등 세계 최강대국들을 차례로 물리친 자신감을 갖고 있다”면서 “중립지대에 머물며 지역과 세계 평화의 균형추 역할을 하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빈 차관도 “베트남에는 지역 안보를 관리할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경제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베트남 정부의 국정운영 기조, 아직까지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군사력 등을 감안할 때 베트남의 선택지가 비동맹주의 외에는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세계 군사력 정보 단체인 ‘글로벌 파이어파워’에 따르면 베트남의 전력은 세계 137개국 중 23위 수준이다. 지난해 국방예산은 55억달러로 전년 대비 증가율이 경제성장률(7.1%)보다 높은 8.4%였지만, 아직은 동남아권에서도 국방력이 인도네시아에 뒤진다.

베트남은 경제 성장을 위해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국가들과의 교류ㆍ협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공산주의 체제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줄타기가 필요하다. 인접국이자 남중국해 분쟁 상대인 중국은 ‘현실적인 위협’이지만 동시에 체제 불안 없이 경협이 가능한 파트너이기도 하다. 독자적으로 역내 국방ㆍ안보정책을 주도하기 어려운 베트남 입장에서 미중 양국과의 등거리 외교 외에 다른 길은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하노이=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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