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고 40억 부정 대출' 신고한 여군 장교, 되레 '업무소홀' 징계?

김관용 2019. 12. 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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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절차 어긴 전세 대부 적발했는데
부대 "문제 인지 두달 뒤 보고"..'주의' 징계
전면 조사로 부대 책임 묻고 경고 내릴 사안
전임자 조사 등 없어 '꼬리자르기' 의혹
공군 방공유도탄사령부 예하 천궁포대 자료 사진 [출처=공군]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공군의 한 여군 장교가 40여억원 규모의 군 간부 전세자금이 잘못 지급된 사례를 찾아내 이를 바로잡으려다 되레 징계를 받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규정 위반 전세금 대부는 담당자를 넘어 부대에 책임을 묻고 ‘기관 경고’ 등의 처분을 내려야 할 사안인데도, 전임자들이나 지휘계통 등에 대한 조사는 하지 않아 ‘꼬리자르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여군은 징계 처분에 불복해 재심을 요청했다.

◇규정·절차 어긴 전세 대부, 부대는 몰랐다?

17일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올해 초 공군 모 방공유도탄여단 인사행정처장으로 부임한 A소령은 전세자금 대부 담당자인 B부사관의 업무 처리 미흡과 본인 희망에 따라 8월경 B부사관의 전출 작업을 시작했다. 이후 후임자를 위한 인수인계 자료를 만들던 중 규정 위반이 의심되는 전세대부 인원을 발견했다는게 A소령 측 주장이다.

A소령은 9월 23일께 전세 대부 이상 여부가 최종 확인돼 사태파악 후 9월 말~10월 초쯤 여단 감찰실에 직무감찰을 요청하고 지휘부에 보고했다고 한다. 감찰조사 결과 A소령이 지적한대로 △지역 내 자가주택 보유 여부 △관사 공실 여부 △대부자금 전용(내집마련 등) 등을 확인하지 않은채 전세자금 대부를 승인한 사실이 있었다. 대출 자격 여부 검증이나 관련 증빙자료 검토 없이 대부금이 지급됐다는 것이다.

A소령이 파악한 작년과 올해 9월까지의 규정 위반 의심 전세대부 액수는 약 40억원에 달한다. 이에 A소령은 잘못 지급됐다고 판단한 대부금의 국고반환을 추진했다. 감찰 조사 과정에서 4년 전 6000만원의 전세대부 부정수급 사례가 최종 확인돼 원금 및 이자 반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대부 담당자였던 B부사관은 본인의 과실을 인정하고 있다고 한다.

◇공군 “허위·지연 보고, 징계 불가피”

그런데 A소령 역시 여단 감찰실로부터 징계처분심의위원회 출석 요구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그는 책임 추궁에, 잘못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관련 문제를 인지 즉시 보고했고 더 큰 문제가 생기기 전에 이를 바로잡으려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A소령은 해당 업무 부서장으로 관리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최근 ‘주의’ 처분을 받았다. 성과상여금 5% 삭감 뿐만 아니라 진급 등에 불이익을 받게 된 것이다.

A소령 관련 본지 취재에 대해 공군 측은 “규정과 절차가 지켜지지 않은 것은 맞다”면서도 “부정대출은 단 한건에 불과했고, 나머진 모두 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또 “허위·부실보고 및 지연 보고 등의 책임이 있어 중징계가 불가피하지만, 정상참작을 해 주의 처분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군 관계자는 “올해 3월 공군본부에서 전세자금 대부 실태조사 지시를 했는데, 본부에 4월 보고시 문제없다고 해 분명 허위·부실 보고 책임이 있다”면서 “또 A소령이 진술서에 대부금 관련 문제를 인지한 시점을 8월이라고 썼고, 또 여단장에게 보고한게 10월 말이라고 돼 있는 문서도 있어 지연 보고”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전 처장 시절 대부관련 자료는 다 존재하는데, 현 처장 재임 기간 동안의 자료는 없다”며 “(대부 승인을 위한) 참모장 주관 심의위원회를 하는데, 이것도 전임자들 때는 규정대로 했다. 그러나 현 처장이 왔을 때는 심의위원회를 한 번도 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자체 감찰 조사 결과 규정 위반 대출은 올해들어서만 발생했고 그 규모도 20억원”이라고 강조했다.

◇진술서도 안썼다는데…주장 엇갈려

이에 대해 A소령 측은 대부 관련 시스템에 자신은 접속할 수 없는 기술적 문제가 있어 담당자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또 규정과 절차를 따르지 않은 대출 자체가 ‘부정수급’에 해당한다며, 대부금이 잘못 지급된 문제는 이전부터 계속돼 왔던 것이라고 주장한다.

게다가 이전 처장 시절 관련 자료들이 있는 것은 전세대부금이 지급될 당시에는 없었던 것으로, 문제 발생 후 자신과 새로 온 담당자가 만들어 넣은 것이라고 했다. 또 올해도 전세대부 심의를 했고 의결서도 존재한다고 반박했다.

특히 A소령 측은 징계에 필요한 최소 절차인 대면조사도 받은바 없고 자필 진술서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당연히 ‘8월 인지, 10월 말 보고’라는 ‘지연 보고’ 혐의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A소령 측에 따르면 감찰실로부터 ‘네’ ‘아니오’로 답하는 형식의 ‘확인서’만 받은게 고작이다.

또 ‘대부 담당자의 업무 능력 미흡을 3월에 알았다면 그 즉시 교체했어야 한다’는 여단 감찰실 지적에 대해선 업무 역량 문제와 가정사 등으로 힘들어하는 B부사관의 형편을 헤아려주고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부서장으로서 당연한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김관용 (kky144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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