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없는 황교안, 연일 강공.. 한국당 지지율은 오히려 하락

이창훈 2019. 12. 18.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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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앞 에서 열린 공수처법 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우리 국민의 신성한 투표권을 훔치려 하는 것입니다. 다 도둑놈입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7일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공수처법 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의 ‘4+1’ 협의체가 추진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을 이같이 비판했다. 이날 연설 무대에서 황 대표는 약 5분 동안 ‘도둑’이라는 단어를 8번이나 쓰며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당을 강하게 쏘아붙였다. 그는 문 의장의 직함도 생략한 채 “문희상을 욕하지 마라. 욕할 가치도 없다. 왜 여러분의 입을 더럽히냐”고 비아냥거리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단식 중단 후 지난 2일 공식 회의에 처음 복귀한 황 대표는 “단식을 계기로 새롭게 거듭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사무총장단과 여의도연구원장 등 주요 당직자를 ‘친황(親黃)’으로 교체하더니 예산안 통과와 선거법 개정안·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설치법 반대 강공 투쟁을 앞장서서 주도하고 있다.

황 대표의 강력한 대여투쟁 노선과 선거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야 간 첨예한 갈등으로 인적 쇄신과 보수통합 등 당내 예민한 갈등 사안들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황 대표의 브레이크 없는 강공에 당내에서는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황 대표의 단식 농성 종료 후 한국당 지지율은 연일 하락세를 이어가며 오히려 한국당의 강공이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에 반사이익을 주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졸던 중진의원 면박 준 황교안…“절절함이 없다”

황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잠시 졸던 중진의원을 공개 면박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황 대표는 해당 의원을 향해 “절절함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졸고 계신 분이 있다”고 지적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이어 황 대표는 “지금 한국당이 나라를 살리겠다는 절절함이 없다고 보는 분들이 많다”며 “당이 내린 결론에 대해 똘똘 뭉쳐서 다른 말 없이 싸워야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현역 절반 이상 교체, 3분의 1 이상 컷오프(공천 배제)를 발표한 총선기획단의 공천안에 반발하는 내부 움직임에 대해 “의원 개개인이 살고 당이 죽으면 뭐하나. 내년 총선에서 150석이 안 되면 제가 책임지겠다”며 “대표가 정치를 몰라서 그런다는 말이 있지 그렇지 않다. 불만이 있으면 와서 얘기하라”고 작심 발언을 했다. 황 대표의 강도 높은 비판에 대해 한 중진의원은 “정치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며 말을 아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등 집회 참석자들이 17일 오후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공수처법 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에서 관련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 힘으로 막은 국회“…불법 시위 감싼 황교안

황 대표는 전날 보수 성향 지지자들이 국회 본청 앞 돌계단에서 시위를 벌이며 본청 진입을 시도한 것을 옹호하기도 했다. 집회와 시위는 국회 울타리 바깥 도로에서만 가능하며 국회 내에서는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국회사무처에서는 당직자와 국회 보좌진 등이 참여하는 정당 행사는 허용해왔다. 황 대표는 “어젯밤에 경찰이 평화시위를 하는 시민들을 체포하겠다고 해서 급히 내려가 봤더니 시민들은 미동도 없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반대, 선거법 반대만 외치고 있었다”며 “결국 어제 국회가 못 여렸다. 국민의 힘이 막은 것”이라고 옹호했다. 

◆‘우유부단’ 비판 의식했나…‘친황’ 구축으로 쓴소리 없앤 황교안

황 대표 주변에서는 황 대표가 단식 이후로 의사 결정이 빨라졌다고 한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단식 전 황 대표의 소통 문제를 지적한 한 중진의원은 “많은 사람을 만나지만 결코 제안에 대해서 즉시 가타부타 답을 내놓지 않는다”며 “의견을 듣지만 수용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단식 이후의 황 대표는 나경원 전 원내대표의 재연임 여부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원칙’을 강조하는 등 중요 의사 결정 때 적극적으로 입장을 보였다. 의견이 갈리는 사안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혀 의사 결정 시간이 빨라졌다는 후문이다. 황 대표 측에서는 황 대표가 지난 1월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후 약 11개월가량 정치를 충분히 학습하면서 스스로 판단을 주도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반면 황 대표 주변에 황 대표에게 쓴소리하며 제동을 걸 인사들이 빠지면서 황 대표의 의사 결정 과정에 ‘레드팀’이 빠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레드팀은 기업이나 최고경영자(CEO)에게 쓴소리(직언)를 하는 그룹을 뜻한다. 특히 당 대표를 가장 가까이서 보좌하는 사무총장이 한선교(4선)→박맹우(재선)→박완수(초선) 의원으로 선수가 낮아지면서 황 대표에게 직언하기가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천 때문에 ‘할말하않’…떨어지는 지지율에 속앓이만

황 대표의 강공에도 지지율이 오히려 떨어지고 있지만 당내 분위기는 한 마디로 ’할말하않’(‘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이다. 내년 총선 공천권을 황 대표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리얼미터 정당지지율 조사에 따르면 한국당은 황 대표의 청와대 앞 단식 농성 막바지인 11월 넷째 주 32.9%의 지지율을 기록한 뒤 2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12월 첫째 주 31.4%에 이어 12월 둘째 주에는 29.3%로 30% 선 아래로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민주당은 39.0%에서 40.0%, 40.9%로 상승 추세를 이어갔다. 문재인 대통령의 12월 둘째 주 국정 수행 긍정 지지율은 48.6%를 기록,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국면이 시작된 8월 둘째 주 이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긍정 지지율이 부정 지지율(47.2%)을 앞섰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와 김기현 전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의 몸통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악재 속에서도 여권이 오히려 한국당의 반사 이익을 보고 있는 것이다. (TBS의뢰로 12월 9일부터 11일까지 실시한 이번 조사는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509명을 대상으로 진행.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2.5%포인트)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여권에 이렇게 악재가 많은데 왜 우리가 굳이 국회 안으로 지지자를 불러서 폭력 사태를 초래하나. 여론의 질타가 선거법 꼼수를 획책하는 여권을 향해야 하는데 오히려 우리한테 쏠린다”며 “공천 때문에 비공개 의총에서 말도 못하고 침묵하지만 대부분이 걱정이 많다”고 우려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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