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대국..'마법의 78수'에서 인간의 길을 보다
[뉴스데스크] ◀ 앵커 ▶
구글의 인공지능 바둑기사, 알파고를 이긴 유일한 인간.
이세돌 9단의 은퇴 대국이 오늘 시작됐습니다.
상대는 한국산 AI 바둑기사인 한돌인데, 알파고 보다 훨씬 바둑을 잘 둔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총 3번에 걸쳐 치러지는 대결 첫날, 이세돌 9단이 압승을 거뒀습니다.
보도에 정진욱 기자입니다.
◀ 리포트 ▶
프로바둑 경력 25년 만에 처음으로 이세돌 9단이 2점을 깔고 시작하는 한 수 아래 대국을 받아들였습니다.
[이세돌/전 프로바둑 기사] "(두 점 깔고 두는 바둑) 처음으로 그렇게 뒀고, 은퇴경기에서 좀 당황스럽긴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신기했습니다."
바둑 두는 능력을 표시하는 엘로(ELO) 수치로 볼 때 한돌은 4500.
알파고가 3700, 현재 세계 1위인 우리나라의 신진서 9단이 3696, 인간 9단 평균은 3500 정도입니다.
400점 차이가 나면 승률은 1대 9, 사실상 상대가 안 되는 대결입니다.
흑돌 2개가 먼저 깔린 채 대결이 시작되고 초반엔 유리한 입장을 반영해 이세돌 9단의 승률이 88%까지 올라갑니다.
하지만 한돌이 연달아 강하게 밀어붙이자 당황한 이 9단이 갑자기 일어나 자리를 뜨기까지 합니다.
흔들리는 이 9단을 직접 보기라도 한듯 한돌은 여기뒀다 저기뒀다 교란작전을 펴고, 10% 안팎이었던 한돌의 승률은 30% 가까이 올라갑니다.
초반의 우세가 살짝 꺾인 순간, 이 9단의 78수.
백돌의 포위망을 벗어나 과감하게 가운데로 뛰어들긴 했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수였습니다.
하지만 한돌은 이 수를 보지 못합니다.
결국 엉뚱한 수를 남발하다, 승리에 필요한 돌 3개를 구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패배를 인정했습니다.
[이창율/AI '한돌' 개발팀장] "한돌은 그 수(78수)를 전혀 예상 못했습니다. (알파고와의 대결에서도) 78수로 끼인 수로 이기신 거 기억하는데, 소름이 돋습니다."
[이세돌/전 프로바둑 기사] "알파고 때 78수는 예상 못할 수고, 저의 이번 78수는 당연한 한 수였습니다. 그런데 한돌이 예상 못한 것이 의외였습니다."
한돌의 완패는 오늘 대국이 몇 점 접어주고 시작하는 접바둑이었던 게 영향을 준 걸로 보입니다.
한돌이 지난 3년간 학습했던 것은 동등한 조건에서 대결하는 '호선' 기보들.
두 점을 내준 상태에서 겨루는 접바둑은 겨우 두 달 학습했을 뿐입니다.
또, 인간은 돌의 위치만 봐도 앞으로 바둑판의 어느 방향으로 뻗어나갈지, 어디에서 막힐지 등을 쉽게 파악할 수 있지만 인공지능은 이런 전체적인 그림을 보는 데엔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인공지능을 또 한번 무너뜨린 이세돌은 내일 열리는 2국에서는 한돌과 동등한 조건으로 대결을 벌입니다.
MBC뉴스 정진욱입니다.
정진욱 기자 (coolj@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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