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삼성에도 민노총 들어서면 세계 1등 유지되겠나

2019. 12. 19.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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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설립 방해 혐의로 기소된 삼성그룹 전·현직 임직원 32명 중 26명이 유죄 선고를 받고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등 7명이 법정 구속까지 되자 삼성전자·삼성물산이 '무(無)노조 경영'을 포기하는 입장문을 냈다. 삼성 측은 "과거 노조를 바라보는 시각과 인식이 국민 눈높이와 사회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삼성은 창업 이래 "노조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경영"을 표방해왔지만 재판에서 드러난 실상은 달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노조를 와해시키겠다는 전략을 표방하고 구체적으로 시행한 방안이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라고 밝혔다. 근로자의 당연한 권리인 노조 설립을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무력화했다면 경영 활동과 거리가 먼 노동 탄압이자 불법이다.

그럼에도 불구, 합리성 대신 투쟁과 폭력이 지배하는 한국의 노동 현실에서 '노조 있는 삼성'이 어떤 길을 가게 될지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민노총이 주도하는 대기업 노조의 강경 일변도 노선은 정상적인 기업 경영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회사의 경영상 결정을 뒤집겠다며 주총장을 난장판으로 만드는가 하면, 이득을 더 챙기겠다며 건설 현장을 마비시키는 일이 전국 노동 현장에서 거의 매일같이 벌어지고 있다. 귀족 노조가 끊임없이 기득권 투쟁을 벌이고 있는 현대차의 경우 임금은 전 세계 완성차 메이커 최고 수준인데 생산성은 바닥을 헤매고 있다. 만약 현대차처럼 삼성전자에서도 강성 노조가 출현해 조합원들이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보면서 작업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세계 1위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한국의 후진적 노조 문화는 문재인 정부의 편향적 친노동 기조에 편승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세계 인적자원 경쟁력 지수'에서 노사 협력 부문은 2015년 102위에서 올해는 125국 중 120위로 꼴찌 수준으로 내려갔다. 세계경제포럼(WEF) 조사에서 한국의 국가경쟁력 순위는 세계 13위인데 노사 협력 부문은 141국 중 130위이다. 투쟁과 대결의 노동운동을 주도하는 민노총 조합원 수는 2017년 1월 이후 2년여 만에 27%나 늘어나 처음으로 100만명을 돌파했다. 삼성마저 이런 후진적인 노조에 휘둘리게 된다면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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