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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단독]"백원우 만났다" 인사개입 의혹 키운 뜻밖의 '법정 증언'

이가영 입력 2019.12.19. 05:00 수정 2019.12.19.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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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춘이 추천해 임명된 김상균
"인사검증 전후 백원우 만났다"
고위공직자 검증 민정실 권한 밖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뉴스1]
백원우(53)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2017년 청와대 민정비서관 시절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 인사 검증 기간에 후보자와 접촉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국토교통부 산하의 준정부기관이다.

김상균(63) 철도공단 이사장은 지난 13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김태우 전 수사관 재판에 검찰 측 증인으로 나와 “인사검증 전후로 백 전 비서관과 만났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날 김 이사장은 자신을 추천한 박남춘 인천시장과의 오랜 인연에 관해 설명하다가 김 전 수사관 변호인으로부터 “백 전 비서관 아시죠?”라는 질문을 받았다. 김 이사장은 “네”라고 답했고, “만난 사실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후보자 인사검증 전후로 만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어떻게 아는 사이냐”고 묻자 “그건 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해당 재판은 김 전 수사관의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다루고 있다. 김 전 수사관은 “청와대 특별감찰반 근무 시절 윗선 지시에 따라 민간인 사찰이 포함된 첩보를 생산했다”고 폭로했다. 청와대는 이를 부인했고, 지난해 12월 그를 특감반에서 생산한 첩보 문건들을 외부로 유출한 혐의로 고발했다.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여기에 김 이사장 비위 첩보도 포함됐다. 김 의원은 지난해 말 “김 전 수사관이 2017년 12월 작성해 보고한 첩보 내용에 따르면 김 이사장이 공단 부이사장으로 재직하던 때 부하 직원들에게 1회에 500만~1000만원씩 수차례 뜯어낸 이력이 있다”며 “하지만 청와대는 이를 보고받고도 임명을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한 달 뒤 김 의원은 “김상균씨를 이사장에 추천한 사람이 정권 실세인 박 시장으로 드러났다”며 “청와대가 검증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임명을 강행한 건 배후에 박 시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당시 “김 이사장을 추천한 건 맞지만 추천 이후로 개입은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김 전 수사관 측은 자신의 폭로 내용은 사실이며 이는 국민에게 알 권리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었기에 정당한 행위였다는 입장이다. 김 전 수사관 측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은 공직기강비서관실 소관으로 민정비서관이 인사 검증 대상과 접촉한 것 자체가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수원지검 관계자는 “아직 추후 재판과 증인들이 남아 있다”며 “증언 하나에 일일이 대응하기보다는 전체적인 재판 진행 과정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철도공단 관계자는 “김 이사장이 평소 백 전 비서관과 친분이 있어 전화통화를 하는 사이인 건 알고 있다”며 “(증언에 관한) 김 이사장 차원의 입장은 따로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백 전 비서관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끝내 연결되지 않았다.

한편 백 전 비서관은 ‘유재수 사건’과 ‘하명 수사 의혹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은 2017년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시절 청와대 감찰을 받았으나 별다른 징계 조치 없이 국회 수석전문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과정에서 백 전 비서관이 당시 민정수석이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감찰 중단을 요구하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백 전 비서관은 최근 언론에 “유 전 국장이 동의하지 않아 감찰이 더 진행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백 전 비서관은 또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의혹을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을 통해 경찰청에 하달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백 전 비서관은 “관련 제보를 단순 이첩한 이후 사건의 처리와 후속 조치에 대해 전달받거나 보고받은 바 없다”고 설명했으나 검찰은 첩보 작성 및 전달 과정에 부정한 개입이 있었는지를 수사 중이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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