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 피해' 여직원 성폭행한 가구업체 前 직원 2심서 감형·석방..法 "합의"

이동준 2019. 12. 19.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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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하 여직원을 성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대형 가구업체의 전 직원이 2심에서 감형을 받고 석방됐다.

앞서 박씨는 2017년 1월 몸담고 있던 가구업체의 신입사원 A씨를 성폭행했다.

성폭행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A씨에게 기존 진술을 바꾸도록 한 혐의를 받는 이 가구업체의 전 인사팀장 유모씨도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한편 A씨는 과거 한겨레신문에 자필로 쓴 편지를 보내 박씨와 합의에 이를 수밖에 없었던 심경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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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자료사진
 
부하 여직원을 성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대형 가구업체의 전 직원이 2심에서 감형을 받고 석방됐다.

서울고법 형사 10부(박형준 부장판사)는 19일 강간 혐의로 기소된 박모(32)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80시간의 사회봉사도 함께 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잘못을 뉘우치는 태도를 보였고, 다른 범죄 전력이 없으며, 피해자와 합의해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치 않는 점이 고려됐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앞서 박씨는 2017년 1월 몸담고 있던 가구업체의 신입사원 A씨를 성폭행했다. 당시 A씨는 여자 화장실에서 몰래 카메라로 촬영당한 사건을 겪은 뒤 자신의 교육을 담당했던 선배 직원 박모씨에게 의지, 도움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그해 11월 인터넷에 ‘입사 3일 만에 성폭행을 당했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아울러 가구업체 측이 사건을 덮으려 한 정황까지 알려져 거센 비난 여론이 일었다.

성폭행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A씨에게 기존 진술을 바꾸도록 한 혐의를 받는 이 가구업체의 전 인사팀장 유모씨도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한편 A씨는 과거 한겨레신문에 자필로 쓴 편지를 보내 박씨와 합의에 이를 수밖에 없었던 심경을 전했다.

A씨는 “판사님들께서 내려주신 1심 3년형의 결과에 감사드린다”며 “저는 이 결과를 얻기 위해 3년이란 시간을 보냈고 결과만 바라보며 하루하루 버텼다”고 운을 뗐다.

이어 “활기 가득하고 싶던 20대 시절을 고통 속에서 버티고 버티다 보니 이제 더 이상은 몸과 마음이 버티기 어렵다”며 ”대학 졸업도 전에 꿈을 품고 들어온 첫직장에서 저는 모든 것을 잃었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이제는 내가 어디서 누군가를 믿으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막막하다”며 ”앞으로 어떤 회사를 가도 두려움과 사람들의 시선이 공포로 다가온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계속해서 길어지는 이 재판 과정에서 오는 무력감이 저를 너무 우울하게 만든다”며 “‘괜찮다’, ‘잘 될 거다’ 믿고 있지만 더 이상 스스로 다독여가며 버티기에는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했다.

그는 또 “아직도 많은 재판이 남아있다”며 ”저를 앞에 앉혀놓고 처음부터 끝까지 처음 들어보는 거짓말을 검사님 앞에서 당당히 말하는 인사팀장 사건은 이제서야 기소가 됐다”고 전했다.

더불어 ”인사팀장의 성추행은 불기소가 돼서 다시 정신 차리고 싸워야 한다”며 “이제 또 시작해야 하는 재판이 많이 남았기에 사과는 못 받았지만,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주장하던 가해자가 합의를 해주면 모두 인정하겠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그래서 살기 위해서라도 합의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합의에 이르게 된 까닭을 설명했다.

A씨는 특히 “저는 제 존재가 남아있는 기분이 들지 않는다”며 ”그렇지만 날 위해 손을 내밀어 준 사람들이 있어 그 손을 놓아버릴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낭떠러지 같은 상황에서 손을 잡아 준 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버텨보려고 한다”며 ”아직 남아있는 사건들이 해당 사건과 연관있는 사건들이기에 합의하고 가해자의 범죄를 인정받고 제가 조금이라도 살아 있음을 느낄 때 좀 더 힘을 내서 남은 사건들 또한 최선을 다해 조금이라도 빠르게 결과를 얻고 이제 그만 벗어나 제 삶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응원해준 이들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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