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둔 미군 경비 부담 못한다"..정부, 단호한 입장 고수

이국현 2019. 12. 19.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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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내 방위비 협상 타결 무산 후 장외에서 신경전
드하트 "50억 달러 아냐..처음 제안과 달라질 것"
"현재 협정, 실제 방어 비용 포착 못해..조정해야"
韓 "기존 협정 틀에서..대비태세 비용 수용 불가"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유효기간 연장에는 공감대
내년 1월 미국서 협상 재개..평행선 계속될 듯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정은보 외교부 한미방위비분담 협상대표가 19일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에서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에 대해 브리핑 하고 있다. 2019.12.19.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 이국현 기자 = 내년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결정하는 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협상에서 한미가 새로운 항목을 추가하는 것을 놓고 대립각을 세웠다.

미국은 기존 SMA에서 규정한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 항목에 '대비태세(Readiness)' 항목을 신설해 미군의 역외 훈련 비용, 한반도 순환배치 등 비용도 분담해야 한다는 제안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한국은 기존 SMA 내에서 협상해야 하며, 대비태세 비용 신설은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섰다.

10차 SMA가 올해 말 만료된다. 한미는 연내에 11차 SMA 협상을 타결할 계획이었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채 내년까지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미국이 한국 내 부정적 여론을 감안한 듯 당초 언급했던 50억 달러보다 한 발짝 물러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여전히 과도한 방위비 증액을 압박하고 있어 팽팽한 기싸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드하트 대표 "한반도 역외 비용 분담 합리적"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협상대사와 제임스 드하트 미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정치군사국 선임보좌관)를 수석대표로 하는 한미 대표단은 전날 서울에서 11차 SMA 체결을 위한 5차 회의를 마쳤다. 한미는 상호 이해의 폭을 넓혔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채 내년 1월 미국에서 6차 회의를 진행키로 했다.

이후 드하트 대표는 서울 남영동 미국대사관 사무소에서 한국 기자들과 기자회견을 진행한 데 이어 정은보 대사는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한국 협상당의 입장을 전달하며 장외 여론전에 나섰다. 지난 11월19일 3차 회의에서 미국 측 이석으로 협상이 파행돼 각각 기자회견을 진행한 지 한 달 만이다.

드하트 대표의 회견은 당초 예견된 시간인 20분을 넘겨 30분 가량 진행됐다. 드하트 대표는 미국 측이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 50억 달러를 고수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합의안 숫자는 처음 제안에서 달라져 있을 것이고, 지금까지 한국 측에서 들은 숫자와도 다를 것"이라며 한국 측의 의견을 듣고, 조정하고, 타협해 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초 미국이 제시한 50억 달러는 올해 분담금 1조389억원의 5배를 웃도는 수치다. 시민단체는 물론 정치권 마저 미국의 과도한 방위비 분담 요구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 여론 확산을 막고, 미국의 입장을 설득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드하트 대표는 새로운 항목 신설을 통해 방위비 분담금을 증액해야 한다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본심을 드러냈다. 그는 "미국 납세자들은 한국을 방어하기 위해 매우 큰 부담을 지고 있다"며 이번 협상을 통해 "무엇이 우리의 납세자들의 부담을 줄여주는가"에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50억 달러'의 근거를 묻는 질문에 "한국을 방어하기 위한 위기 상황에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 병력 구조 결정과 다른 활동과 투자를 볼 때 비용이 훨씬 더 많이 든다"고 답했다. 이어 "현재 SMA 틀은 한반도 방어에 필요한 실제 비용을 포착하지 못한다"며 "SMA가 모든 범위의 비용을 수용할 수 있도록 조정할 것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막대한 미군 병력 수송과 한반도 내 작전 장비 구비, 작전 훈련 전부 한국 방위에 관한 것"이라며 "기술적으로 한반도 역외에서 발생한 비용이더라도 비용을 분담하는 게 합리적이다"라고 요구했다.

[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제임스 드하트 미국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정치군사국 선임보좌관)가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미국대사관 공보원에서 내신 기자를 대상으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12.18. photo@newsis.com

◇정은보 "해외 주둔 미군 경비 분담 받아들일 수 없어"

정은보 대사는 드하트 대표가 요구하는 대비 태세 비용이 SMA 협정에서 다루지 않는 부분이라는 점을 거듭 확인했다.

정 대사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28년간 유지된 기존 SMA 틀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견지하고 있다"며 "3개 항목을 중심으로 SMA 틀이 만들어졌고, 추가하는 것과 관련해서 (미국 측과) 견해를 달리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정 대사는 "예를 들어 대비 태세라든지, 해외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에 대한 방위비나 경비 분담은 저희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강조했다. 그 동안 드하트 대표가 정치권은 물론 언론과 접촉을 확대하며 항목 신설을 주장해 온 것과 달리 한국 대표단이 공식적으로 '대비 태세' 항목을 언급하며 반박한 것은 처음이다.

협상 과정에서 한국의 동맹 기여 카드가 논의되고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정 대사는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호르무즈 해협 파병이나 미국산 무기 구입 등이 언급되고 있다. 정 대사는 "동맹 기여도 상당 부분 협상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한국이 하고 있는 동맹 기여를 설명하고, 정당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만 드하트 대표는 호르무즈 파병에 대해선 "회의에서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한국의 미국산 무기 수입에 대해 "미국이 분담금 협정에서 중요하게 고려하는 점 중 하나"라고 밝혔다.

한편 현행 1년인 SMA 유효기간을 1년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드러냈다.

드하트 대표는 "과거에는 수년을 기한으로 한 협정을 했다. 현행 1년보단 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 대사 역시 "작년과 같은 단년도 협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년간의 협상 기간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미는 지난 9월 방위비 협상을 시작해 올해 5차에 걸쳐 만남을 가졌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여러 사안에 대한 입장 차이 속에서도 많은 논의를 통해 상호 이해의 폭을 넓혀 가고 있다"고 밝혔다. 향후 한미는 내년 1월 미국에서 6차 회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lg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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