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팔아라" vs. 수요자 "사지말라"..12·16의 모순

김현우 2019. 12. 19.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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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 부동산대책 발표로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내 9억원 초과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축소되자, 대출길이 막힌 내집 마련 수요가 빠지며 시증은행 대출창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문재인 정부 18번째 초강경 부동산 정책(12·16대책)이 ‘다주택자는 집을 팔아라’라는 메시지와 ‘실수요자는 집 살 생각말라’는 메시지가 동시에 나오며 구조적 충돌하는 모순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12·16 대책으로 다주택자는 종부세 인상과 함께 오르는 공시가격에 따라 ‘보유세 충격’을 맞게 되면서 집을 내놔야 하지만 주택을 구입하려던 수요자들 역시 줄어드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압박에 구매 자체를 포기하는 상황에 놓였다.

■다주택자 “내놓으면 팔릴까?”
실제 12·16 대책이 발표된 이후 강남 공인중개업소에는 매도를 타진하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아직 가격이 급락하는 분위기는 아닌 데다 버틸 여력이 있는 집주인들이 상황을 주시하고 있지만 일선 세무사나 은행 PB센터에는 다주택자들의 세금 관련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이번 대책은 10년 이상 집을 보유한 다주택자에게는 출구를 열어줬다. 정부는 조정대상지역에서 내년 6월 말까지 10년 넘게 보유한 집을 팔 경우 현재 적용되는 양도세 중과세를 유예해주기로 했다. 또한 장기보유특별공제도 적용된다.

조정대상지역의 다주택자에 적용되는 양도세중과세는 2주택자는 10%포인트, 3주택자 이상은 20%포인트다. 이에 따라 현재 2주택자는 최고 세율이 52%, 3주택자 이상은 최고 세율이 62%다. 따라서 현행 기준 10년 이상 주택을 보유한 2주택자가 양도차익 5억원을 얻었다면 중과세 적용으로 세율 50%가 적용돼 양도세 2억2460만원(누진공제 2540만원)을 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유예 조치로 내년 6월 말까지 매각할 때는 장기보유특별공제 20%와 기본세율 40%만 적용되 양도세는 1억3460만원(누진공제 2540만원)으로 줄어든다.

다주택자에게는 집을 팔 충분한 이유가 생기는 셈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그동안 아파트값 상승을 부추기던 소위 서울 노른자위 공급부족 현상을 일정부분 해소한다는 입장이다.

■실수요자 “사고 싶어도…”
문제는 그렇게 풀리는 집을 누가 사주냐는 것이다.

이번 대책의 가장 핵심인 대출규제로 인해 조정대상지역(투기지구, 투기과열지구 등)에서는 사실상 현금 없이 집 사기는 것이 불가능해 졌다. 10억원짜리 아파트라면 서슬퍼런 세무조사가 기다리기 때문에 소득증빙이 가능한 8억원 이상이이 있어야 한다.

정부는 15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에 대한 담보대출은 전면 금지, 9억원을 초과한 주택에 대한 담보대출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20%만 허용하기로 했다. 이는 빚내서 집을 사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다. 하지만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9억원에 육박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에서 9억원을 넘는 아파트는 총 45만8778가구로 전체의 36.6%에 달한다. 강남·서초구에서는 10가구 중 9가구가 이 금액을 초과한다.

한마디로 서울에서 학군과 직주근접성이 좋은 아파트는 앞으로 대출 끼고 내 집 마련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갭투자도 차단… 거래 실종될 듯
정부는 이에 더해 ‘갭투자 원천봉쇄’에 나서며 전세에서 내 집으로 갈아타는 실수요자의 유입에도 일종의 ‘허들’을 두었다.

정부는 시가 9억원 이상 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 혹은 9억원 이하라도 2주택자에게는 전세자금대출을 전면 금지했고, 전세자금대출 중인 차주가 2주택 매수 혹은 9억원 이상 주택 매수시 전세자금대출을 회수 조치하기로 했다.

이는 ‘전세 끼고 집사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이자, 전세세입자에게 9억 이상의 주택을 사려면 전세자금대출로 사지 말고 현금으로 사라는 의미다.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서울 전세대란을 우려한다. 강동구 등 특정 지역을 제외하고 전세물량 자체가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내 집 마련을 포기하고 눌러앉는 전세수요, 재건축·재개발 이주 수요 등이 겹칠 경우 전세가격이 폭등할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책은 지난 ‘9·13 정책의 완결판’ 성격으로 대출·세제·분양가 등을 총망라한 것으로 당분간 부동산시장의 약세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진단한다.

특히 다주택자에겐 ‘팔아라’를 수요자에겐 ‘사지말라’라는 모순되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때문에 당분간 거래 자체가 급감할 가능성도 크다.

부동산업계 한 전문가는 “이번 정책은 그동안 효과가 미미했던 기존의 정책을 전면 보안·강화한 것으로, 집값에 자극을 주는 강남 등 투기지역 등은 아예 거래하지 말라‘는 극단적 처방의 성격을 갖는다”고 말했다.

kimhw@fnnews.com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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