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책임 100억 내라?..'손배'란 이름의 국가폭력

김성현 2019. 12. 19. 20:4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뉴스데스크] ◀ 앵커 ▶

10년 만에 복직한 쌍용차의 해고자들, 일터로 돌아왔더니 당장 백억 원이라는 빚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회사와 경찰이 지난 2009년 파업에 따른 손실을 물어내라며 손해 배상을 청구한 게 백억 원까지 불어난 건데요.

대법원의 판결이 마지막 희망으로 남아 있습니다.

김성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서초동 대법원 앞에 등장한 천칭저울.

법원 안 천칭 저울은 정의를 상징하며 늘 평형을 이루지만, 이 저울은 한쪽이 확 기울어졌습니다.

100억원이 갖는 무게 때문입니다.

반대편엔, 지난 10년간 해고의 고통 속에 세상까지 등져야했던 30명의 쌍용차 희생자를 뜻하는 작업복들이 걸려있습니다.

지난 2009년 파업 당시, 경찰은 대테러 부대인 경찰특공대를 공장 옥상에 투입해 진압에 나섰습니다.

이 과정에서 헬기와 크레인 장비가 일부 훼손됐다며 노동자들에게 24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습니다.

회사 역시 공장시설이 파손됐다는 이유 등으로 노조에 10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현재 2심까지 나온 판결 액수는 회사 33억원, 국가 11억원, 모두 44억원입니다.

여기에 배보다 배꼽이 커진 지연 이자까지 더하면 100억원에 달합니다.

[김득중/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사실은 천문학적이잖아요. 심리적으로나 가정적으로나 주변적으로나 상당히 고통입니다. 만져보지도 못한 돈들이잖아요."

월급의 절반을 꼬박꼬박 가압류 당한 조합원도 있었습니다.

[채희국/쌍용차 노동자] "도저히 갚지 못할 것 같은 몇 십억이라는 큰 돈의 무게가 저를 무기력하게 했습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동료들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되었습니다."

작년 8월 경찰 인권침해조사위는 쌍용차 파업 진압은 국가폭력이라며 경찰에 손해배상 소송을 철회하라고 권고했지만, 경찰은 1년 반이 지나도록 아무 응답이 없습니다.

마지막 남은 기대는 대법원의 판결 뿐입니다.

[송상교/민변 사무총장]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마지막 책임이 현재 대법원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다시 처음부터 이 사건을 제대로 검토해보겠다는 자세로 국가기관의 폭력을 이 사건의 가장 본질이라고 생각하고 판결문에 적어야…"

최근 국가인권위원회도 과잉 진압으로 인권을 침해한 경찰이 소송으로 노동자 생존권마저 위협하는 건 부당하다는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했습니다.

쌍용차 노동자들은 대법원 앞에서 판결이 나올때까지 1인 시위를 시작합니다.

지연이자는 지금도 하루 60만원씩 붙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성현입니다.

(영상취재: 김신영 / 영상편집: 이지영)

김성현 기자 (seankim@mbc.co.kr)

[저작권자(c) MBC (www.imnews.com)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Copyright © MBC&iMBC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학습 포함)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