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탄핵안 미 하원 가결..상원선 힘들 듯

정효식 2019. 12. 20.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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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슨·클린턴 이어 역대 세번째
상원 의석분포 공화 53 민주 47
존슨·클린턴도 상원서 기사회생
상원 통과 가능성 거의 없는 탄핵
민주당, 대선 효과 노리고 강행
18일(현지시간) 미국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을 처리하던 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시간주에서 열리는 선거 유세를 위해 앤드루 공군기지에서 전용기에 오르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하원에서 권력 남용과 의회 방해 혐의로 탄핵소추를 당했다. 하원이 탄핵안을 가결한 대통령으론 1868년 앤드루 존슨, 1998년 빌 클린턴 대통령에 이어 미국 역사상 세 번째다. 앞서 두 사람처럼 트럼프 대통령 탄핵은 현재 여당인 공화당이 다수인 상원 표결은 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은 전망하고 있다. 실제 탄핵은 불가능한데 미국을 둘로 갈라놓기만 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따라서 이번 하원 표결은 내년 11월 3일 대선까지 계속될 ‘트럼프 내전’의 공식 출발점이 될 전망이다.

하원의 탄핵안 표결은 이날 11시간여 찬반토론 공방 끝에 오후 8시를 넘겨 시작됐다. 결과는 예상대로 민주당(233명)과 공화당(197명)에 따라 나뉘었다. 첫 번째 권력 남용 혐의는 찬성 230표, 반대 197표, 기권 1표, 불참 3표로 가결됐다. 두 번째 의회 방해 혐의는 찬성 229표, 반대 198표로 가결됐다. 기권 1표, 불참 3표였다. 하원 표결에선 찬성이 전체 의석(공석 4석을 제외한 431석)의 과반(216명)이면 탄핵소추된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날 “대통령의 무모한 행동이 탄핵을 불가피하게 만든 것은 비극”이라며 “그는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화당 반란표 20표 넘어야 상원 통과 … 여론은 찬반 팽팽

탄핵 표결을 지켜보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펠로시 의장은 이날 ’장례식에 어울릴 만한 옷차림“ (워싱턴포스트)인 검은 원피스 차림이었다. 왼쪽 가슴에는 ‘메이스(Mace·철퇴)’라 불리는 금색 ‘철퇴 브로치’를 달았다. ‘메이스’는 하원의 입법권과 권위의 상징이다. [AP=연합뉴스]
반면에 트럼프 대통령은 미시간주 배틀 크리크 유세 도중 탄핵안이 가결되자 “아무것도 하지 않는 민주당은 미국 유권자들에 대한 무시와 깊은 증오를 선언했다”며 “이 불법적이고 당파적인 탄핵은 민주당엔 정치적 자살 행진(suicide march)”이라고 비난했다.

탄핵 심판의 전권을 가진 상원(100명)에선 두 가지 혐의 중 하나라도 3분의 2(67명) 이상 찬성해야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탄핵·파면된다. 미국 대통령은 하원에서 탄핵안이 가결돼도 파면되기 전까지 대통령직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그런데 상원은 여당인 공화당(53명)이 다수다. 이 중 20명 이상이 반란에 나서 민주당 의원 47명에게 가담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져야 탄핵이 현실화된다. 즉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탄핵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뜻이다. 공화당은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주재하는 탄핵심판을 특별한 증인신문 없이 상원의원 100명 배심원단의 토론과 평결(표결)로만 진행해 내년 1월 안에 속성으로 끝내겠다는 계획이다. 2월부터는 대선 경선이 본격 시작된다.

민주당은 하원 표결에선 승리했지만 대선 역풍을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우크라이나 수사 청탁 혐의로 탄핵하는 과정에서 1위 주자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차남인 헌터가 우크라이나의 부패 기업의 이사로 재직하며 수백만 달러의 보수를 받은 게 부각됐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분석기관인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탄핵 찬반 여론은 이번 주부터 역전돼 탄핵 반대가 극히 미세하게 앞섰다. 탄핵에 대한 2주 평균 여론 추이는 18일 현재 탄핵 반대가 48% 대 탄핵 찬성이 47.1%다.

트럼프 탄핵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에서 부결 가능성이 높은데도 민주당이 하원에서 탄핵을 밀어붙인 건 내년 11월 대선과 상·하원 선거를 위해 전략적 계산을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원 탄핵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자격 미달 대통령’으로 공격할 명분을 쌓고, 유권자에게 ‘트럼프가 선을 넘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그러나 하원 탄핵 결정에도 공화당 지지층이 흔들리지 않아 민주당이 기대한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국 240년 역사에서 대통령 탄핵안이 상원의 문턱을 넘은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1868년 남북전쟁 직후 앤드루 존슨 대통령이 의회 권한을 무시해 위법 행위를 저질렀다는 이유 등으로 하원에선 초당적으로 탄핵소추를 당했다. 하지만 상원에선 유죄 35표 대 무죄 19표로, 당시 가결정족수 36표에서 한 표 차로 기사회생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1998년 12월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성관계에 관해 대배심 조사에서 위증한 혐의와 사법방해 혐의 등 2개 혐의로 하원에서 탄핵소추를 당했다. 하지만 1999년 2월 상원이 위증 혐의는 유죄 45 대 무죄 55, 사법방해는 유죄 50 대 무죄 50으로 각각 부결시켜 대통령직을 유지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경우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1974년 하원이 탄핵 절차에 돌입하자 표결 직전에 스스로 물러났다.

미국의소리(VOA)는 이날 탄핵 기간 중에는 대북정책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과 운신의 폭이 제한될 수 있지만, 북한의 기대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미국 전문가들의 전망을 전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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