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송철호, 경선땐 임동호한테 진다" 송병기 수첩 열렸다

김수민 2019. 12. 20.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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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철호 국가예산 기자회견

“당내 경선에서는 송철호가 임동호보다 불리하다”

김기현(60) 전 울산시장이 검찰이 확보한 송병기(57) 울산 부시장의 업무수첩에 이같은 취지로 적혀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선 경쟁력이 다른 후보보다 약하다고 평가받았던 송철호(70) 현 울산시장이 단독 후보로 공천받게 된 배경에 대한 의혹이 커지고 있다. 검찰은 20일 울산시장 선거 개입 관련 사건과 관련해 기획재정부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민주노동당 출신 송철호가 단독 후보로…수상한 단수공천

민주당의 심규명(왼쪽), 임동호 울산시장 예비후보들이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중앙당 공관위가 송철호 후보를 시장 후보로 단수 선정한 것에 대해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초 민주당 울산시장 후보는 송 시장, 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심규명 변호사 3인이 경쟁하는 체제였다. 그러나 경선에서 송 시장이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정해질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많았다고 한다. 송 시장이 8번의 선거를 치루면서 민주당·무소속·민주노동당·민주당으로 수차례 당적을 옮긴 탓에 당원 표는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임 전 최고위원은 민주당이 울산 내 지역 기반을 충분히 다지지 못했을 때부터 지역당 활동을 하며 기반을 다진 덕에 당원들의 큰 지지를 받는 상황이었고 한다.

이에 임 전 최고위원과 심 변호사 등 경쟁 후보들은 경선이 치러질 것으로 기대하고 경선을 준비했다고 한다. 심지어 이들은 지난해 4월 2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서 10분간 면접도 치렀다. 그러나 당은 불과 하루 만에 송 시장을 단독 후보로 공천했다. 당시 공천관리위 관계자는 "단수 후보자는 심사 총점 및 공천적합도 조사 점수에서 현격히 차이가 나 이같이 결정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직 울산 시장도 아니고, 당적까지 수차례 바꾼 송 시장이 상대 후보들과 ‘현격한 차이’가 나기란 어렵다는 게 울산 정가의 중론이다. 당시 임 전 최고위원과 심 변호사는 송 시장 단수 공천은 당헌ㆍ당규를 어긴 행위라 반발하며 재심신청을 냈으나, 중앙당은 기각했다.


수상한 단독 출마…‘후보 매수’로 비화될까

임동호 더불어민주당 전 최고위원이 19일 울산지검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이에 따라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는 당내 경선 과정에 청와대가 얼마나 개입돼 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특히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이 송 시장을 울산시장 단독 후보로 추천하기 위해 당내 경쟁자였던 임 최고위원에게 다른 공직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공천에 개입했는지를 파헤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임 전 최고위원은 불출마 대가로 일본 오사카·고베 총영사와 울산항만공사 사장, 한국동서발전(울산시에 위치한 한국전력공사 자회사) 사장 등을 주요 직책을 제시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한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이같은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청와대 하명 및 선거개입 의혹 사건이 공직선거법이 금지하고 있는 ‘후보 매수’ 논란으로까지 비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임동호 전 최고위원 동생, 총선 직후 공공기관 임명

이런 가운데 임 전 최고위원의 친동생인 A씨가 지방선거 직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상임감사로 임명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울산시당 활동 외에는 관련 이력이 전혀 없는데다 임명 시기 역시 6·13 지방선거 총선 직후인 지난해 6월 22일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울산 지역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임 전 최고위원의 경선 불출마 조건으로 그 친동생이 ‘보은 인사’로 간 것 아니냐는 얘기가 많이 돌았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도 아주 가까운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채용됐다”며 “울산 지역당 활동을 오래 하다 보니 아는 사람이 있는 것뿐 채용과는 관계없다”고 말했다.


검찰, 기획재정부·KDI 압수수색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이었던 2014년 7월 울산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했던 송철호(왼쪽) 울산시장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이날 검찰은 송 시장의 공약 수립·이행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관련 업무자료와 PC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송 시장이 지난해 6·13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청와대 등의 도움으로 산재 모병원 건립사업에 대한 정부의 예비타당성 결과를 미리 인지했는지 확인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민‧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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